"골든타임 놓치지 않도록 빅데이터 활용에 속도낼 것"

머니투데이 대담=이상배 경제부장, 정리=유선일 기자 | 2022.11.01 05:48

[머투초대석] 한훈 통계청장

한훈 통계청장이 10월 25일 머니투데이와 인터뷰를 했다./사진=홍봉진기자 honggga@

"정부와 국민이 과학적 의사결정을 할 때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빅데이터를 이용한 속보성 지표 작성에 속도를 내겠다." (한훈 통계청장)

윤석열 정부가 '디지털플랫폼정부(이하 플랫폼정부) 구현'을 국정과제 중 하나로 제시하면서 국가통계 업무를 총괄하는 통계청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플랫폼정부의 핵심 목표는 선제적·맞춤형 대국민 행정서비스 제공, 국정운영의 과학화 등인데 이를 위해선 유용한 통계데이터를 신속하게 제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지난 5월 새 정부 첫 통계청장으로 취임한 한훈 청장이 시의성 있는 통계 개발을 유독 강조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지난 10월 25일 서울 논현동 나라셈도서관에서 만난 한 청장은 "통계 작성에 있어 정확성·일관성·중립성 확보는 기본이고 여기에 더해 시대가 요구하는 시의성에 초점을 맞춰 업무를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통계청의 이런 노력이 속속 결실을 맺는다. 대표적으로 통계청은 국세청 등 여러 기관의 연금데이터와 통계청 통계등록부를 연계한 '포괄적 연금통계', 외식물가 중 배달비를 별도로 떼어낸 '배달비 지수' 등을 내년에 발표한다. 아울러 제주관광공사·SK텔레콤과 협력해 '제주도 한 달 살기' 관련 통계도 개발하고 있다. 공공·민간의 빅데이터를 결합해 제주도 한 달 살기 관광객의 특성, 주요 방문지, 생활 패턴 등을 분석해 맞춤형 관광 서비스를 위한 기초자료를 제공한다는 목표다.

한 청장은 "빅데이터 기반 '실험적 통계'는 고용·물가·산업활동동향처럼 공식통계는 아니지만 시의성 있는 대용 정보로서 과학적 국정운영은 물론이고 국민의 의사결정을 한 걸음 앞서 뒷받침하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훈 통계청장이 10월 25일 머니투데이와 인터뷰를 했다. /사진=홍봉진기자 honggga@
[다음은 한 청장과의 일문일답]

-기획재정부 차관보를 지낸 후 지난 5월 새 정부 첫 통계청장으로 취임했는데 소감은
▶기재부 재직 때에는 통계와 데이터를 이용해 정책을 설계하는 입장이었다. 이제는 통계를 생산·서비스하는 업무를 총괄하는 역할을 맡았다는 점에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통계청장 취임 후 우선 현장을 알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지난 8월 추석을 앞두고 서울 구로동 남구로시장을 방문해 성수품 일일물가조사 상황을 점검했다. 뒤이어 강원도 평창군의 고랭지 감자 생산량 표본조사 현장을 방문해 조사의 정확성을 확인하고 현장 목소리를 들었다. 본청과 지방청 간 소통을 위한 브라운백 미팅(Brown-bag meeting), 지방청을 직접 찾아가는 '열린소통 간부회의' 등을 통해 통계청 직원의 의견을 수렴하는 시간도 갖고 있다.

현장 방문을 해보니 통계조사 환경이 많이 악화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조사원의 방문을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 코로나19(COVID-19) 사태 등 영향으로 조사가 많이 어려워졌다. 그만큼 비대면 조사의 확대, 행정통계·빅데이터 활용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특히 농업 분야 통계조사는 전통적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차원에서 최근 농촌진흥청과 업무 협약을 맺었다. 농진청의 농업 공간정보 활용 연구를 반영해 통계를 고도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지난 5개월 간 가장 역점적으로 추진한 업무는 무엇인가.
▶우선 통계청 본연의 업무인 정확하고 중립적인 국가통계 작성에 집중했다. 아울러 급속한 사회 변화 속에서 국가·개인·기업이 과학적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속보성 지표 및 현실 반영 지표 등 다양한 통계데이터의 작성을 추진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내년 발표 예정인 배달비 지수다. 지금은 외식물가가 상승했다는 통계가 있더라도 음식값과 배달비 중 어느 부문에서 주로 가격이 올랐기 때문인지 알 수가 없다. 내년부터는 배달비를 별도 지표로 공표할 예정이다.

현재 소비자물가지수의 '보조지표'인 자가주거비(본인 소유 집에 살면서 발생하는 비용. 집을 임대했을 때 받을 수 있는 기회비용 등도 포함)를 '주지표'로 전환하는 문제는 사회·경제적 파급 효과 등을 고려해 계속 검토할 예정이다. 소비자물가지수에 자가주거비가 반영되지 않아 실제보다 물가상승률이 낮게 집계된다는 지적이 있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물가상승률이 최저임금, 국민연금, 대학교 등록금 등 다양한 부문에 영향을 미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소비자물가지수 개편이 5년 주기로 이뤄지기 때문에 다음 개편은 2025년이다. 그때까지 해외 사례 연구, 연구 용역 등을 거칠 계획이다.

25일 한훈 통계청장 머투초대석 /사진=홍봉진기자 honggga@
-새 정부에서 통계청의 핵심 역할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국가통계는 증거기반 정책 수립, 과학적 국정운영을 위한 출발점이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통계청의 역할이 크고 시대 변화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새 정부는 디지털플랫폼정부 구현을 국정과제로 제시했다. 통계청의 역할은 여러 부처에 산재한 데이터를 취합·활용해 과학적 국정운영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디지털플랫폼정부 구축을 위해 통계데이터 허브로서 기능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런 차원에서 국가통계의 중추에 해당하는 '통계등록부'를 확충·개방하고 있다.

지리정보에 통계를 더한 통계지리정보서비스(SGIS)를 고도화해 국가·개인·기업의 과학적 의사결정을 뒷받침할 계획이다. SGIS를 국민 생활에 더 유용하게 활용할 수 없을까 고민하다가 생각해 낸 것이 현재 구축 중인 '재난 SGIS'다. 태풍·산불 등 재난특보에 피해 예상범위 내 인구·주택·경작지 등 공간정보와 융합하면 현황 파악, 복구를 위한 의사결정을 지원할 수 있다. 이처럼 디지털플랫폼정부를 실질적으로 구현할 수 있도록 역할을 하는 것이 통계청의 목표다.

-통계의 '시의성'을 여러 차례 강조해왔다. 이와 관련해 통계청이 추진 중인 주요 사업은 무엇인가.
▶대표적으로 제주도 방문객 중 SK텔레콤 가입자의 정보와 통계등록부를 결합해 관광객 특성, 체류 기간, 지역, 생활패턴 등을 파악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제주관광공사, SK텔레콤과 협업 중이다. 제주 측이 통계청에 요청한 것이 '제주도 한 달 살기'를 하는 사람이 많은데 이들이 주로 어디를 방문하는지 등을 알고 싶다는 것이었다. 이런 정보를 확보하면 맞춤형 관광 서비스 제공 등으로 지역관광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 올해 12월에는 분석 결과를 공개할 계획이다.

내년에는 나우캐스트(통계청의 속보성 경제·사회지표 서비스) 포털의 지표도 확대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현재 나우캐스트에서 제공하는 지표는 가계·사업체·일자리·공중보건 등 4대 부문인데 이밖에 구독경제 서비스 지출, 배달앱 외식 이용, 고속도로 통행량 등 속보성 지표도 검토·개발하고 있다.

한훈 통계청장이 10월 25일 머니투데이와 인터뷰를 했다. /사진=홍봉진기자 honggga@
-새 정부가 인구문제 대응을 위한 과학·데이터 기반 정책을 강조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통계청은 어떤 계획이 있나.
▶인구문제는 국가 미래를 좌우하는 가장 근본적인 사안이다. 통계청은 급변하는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하고 시의성 있는 정책 수립을 지원하기 위해 추계 주기를 종전 5년에서 2년으로 단축해 제공하고 있다.

기재부, 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 등 관련 부처와 저출산 실태 등을 파악할 수 있는 지표 발굴을 협의하고 있다. 통계개발원 연구과제 수행으로 정책 맞춤형 지표 개발 연구도 가속화 할 계획이다. 아울러 국·공립 어린이집, 사교육비 등 다양한 관련 지표를 국가통계포털 테마 서비스에 추가해 국민에게 알기 쉽게 전달할 계획이다.

-통계청 역할이 한층 중요해졌다는 점에서 통계처로의 격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4차 산업혁명으로 데이터의 중요성이 커지고, 코로나로 인한 사회·경제의 급격한 변화로 통계 환경이 변하고 있다. 보다 신속한 통계 생산 방식으로의 전환 등 통계청의 미래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데이터는 통합·연계해 관리할수록 가치가 높아지는 '범위의 경제'가 작용한다. 통계청이 데이터 허브 조직으로서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통계청은 디지털플랫폼정부 구현을 위해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참여, 통계데이터 허브 기능 강화를 위한 조직 개편 방향을 행정안전부와 협의하고 있다. 다만 통계처로의 승격 등 위상 강화와 관련한 조직 개편은 학계, 정치권의 논의와 그에 기반한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인터뷰 도중에 다양한 통계를 언급했지만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역시 조사통계다. 그리고 조사통계는 국민의 응답을 통해 만들어진다. 결국 국민 여러분의 응답 정보가 정부의 의사결정에 큰 도움이 되는 것이다. 그런 만큼 적극적으로 통계청 조사에 참여해주셨으면 좋겠다. 유용한 통계를 바탕으로 한 과학적 국정운영은 국민 삶의 질 제고로 이어지기 때문에 결국 선순환이라고 생각한다.

[프로필]
△1968년 출생 △서울대 경영학과, 서울대 행정학 석사 △미국 워싱턴대 경제학 박사 △행시 35회 △기획재정부 차관보 △기획재정부 경제예산심의관 △기획재정부 정책조정국장 △기획재정부 혁신성장정책관 △일자리위원회 일자리기획단 총괄기획관 △교육부 기획조정실 정책기획관 △주일본대사관 재정경제관 △기획재정부 전략기획과장 △기획재정부 지식경제예산과장 △기획재정부 민간투자정책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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