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 전문가들이 이태원 참사 생존자·목격자·구조대원 등의 PTSD(외상후스트레스장애)를 우려하며 적극적인 심리치료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참사 사진과 영상을 접한 국민도 트라우마를 겪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31일 김지용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MBC뉴스에 출연해 "살면서 이렇게 충격적인 현장을 접한 사람은 거의 없다"며 "생존자, 목격자 등에겐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큰 충격이 가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김 전문의는 "생명의 위협을 받는 현장에 처해본 사람은 있지만 그런 경우에도 보통 사고는 순식간에 끝난다"며 "그러나 이태원 참사는 몇 시간 동안 죽음이 진행되는 현장이었다. 이런 외상성 현상을 직접 경험하고 눈앞에서 생생하게 목격하는 것은 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쳐서 PTSD가 유발될 수 있다"고 했다.
또 "지인이든 모르는 사람이든 눈앞에서 누군가를 구하지 못했다면 엄청난 심리적인 죄책감이 유발될 수 있다"며 "그런 면에서 소방관과 경찰관분들의 정신 건강도 염려된다"고 했다.
이어 "본인이 직접 목격하지 않았더라도 친한 지인이나 가족이 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면 PTSD가 발생할 수 있다"며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유포된 사진과 영상을 본 후에도 마찬가지다. 특히 어린이나 청소년의 경우 미디어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고 밝혔다.
김 전문의는 반복된 악몽을 꾸거나 불안함, 우울함을 호소하는 일이 한 달 넘게 지속되지 않도록 조기에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전문의는 "3일까지는 악몽 등을 꾸는 걸 정상적인 반응으로 본다. 그러나 3일이 지나 한 달까지 이어지면 급성 스트레스 장애, 한 달 이후에도 지속되면 PTSD에 해당한다"며 "PTSD를 치료하지 않고 그대로 두면 평생 진행되거나 악화가 될 수 있다. 우울증이나 자살 위험성도 올라가게 된다"고 설명했다.
김 전문의는 "조기에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하고 스트레스 상황이 벌어지면 자신이 정신질환이라는 걸 알려야 한다"며 "(생존자 등이 스스로 알아채기 전) 미리 이 사람이 괜찮은 상황인지 판단하고 지원하는 시스템도 필요하다"고 했다.
석정호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도 전날 MBC뉴스에 출연해 "생존자·목격자 등을 위해 정부와 시민사회가 안전한 환경에서 이들의 심신 회복을 돕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심리적 회복을 위해 충분한 기간을 두고 지원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석 교수는 "가족 등 주변인이 이번 일로 고통을 겪고 있다면 무언가를 지시하거나 강제하려고 하지 말고 재난을 경험한 분들의 입장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게 가까이에서 도와주고 이들이 얘기하고 싶어 할 때 잘 들어주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했다.
한편 이번 참사 관련 정신심리 상담이 필요하다면 보건복지부 정신건강 상담 전화(1577-0199)를 이용할 수 있다. 국가트라우마센터나 지역의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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