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랜드발 돈맥경화 급한불 껐지만…"내년초 더 큰 폭탄"

머니투데이 김평화 기자 | 2022.10.28 15:52
강원 춘천 레고랜드 호텔 전경. /사진 제공=레고랜드
강원도 레고랜드발 '돈맥경화'로 국내 단기자금 시장이 얼어붙자 정부가 '50조원+α(알파)' 규모 긴급 유동성 수혈에 나섰다. 일단 급한불은 껐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업계는 더 큰 위기에 대비하며 몸을 웅크리는 모습이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총 20조원 규모 채권안정펀드 중 3조원 가량에 대한 1차 캐피탈콜(펀드자금 요청)을 금융회사 상대로 진행하고 있다. 조성된 펀드 자금 일부가 여전채 매입에도 투입될 예정이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캐피탈콜을 다음주 중에 시작할 계획이며 캐피탈콜로 인한 금융기관의 출자부담을 완화하고 시장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순차적으로 분할 출자하도록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금융위는 또 "시장소화가 어려운 회사채·여전채 등의 매입도 재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A증권사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관련 실무자는 "어떻게 해도 답이 없어보였던 상황이 어느 정도 해소됐다"며 "정부가 긴급지원으로 시장에 '괜찮다'는 시그널을 보냈고 막힌혈을 뚫어줬다는 인식이 있다"고 말했다.

전날에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다음 달 1일부터 3개월간 은행채와 공공기관채를 대출 적격담보증권에 포함, 이를 담보로 금융사에 대출해주기로 했다. 금융중개지원대출 등 한은 대출 관련 담보증권에 은행채와 한전채 등 9개 공공기관 발행채를 포함하겠다는 내용이다.

예대율 규제 비율(은행의 예금 잔액에 대한 대출금 잔액의 비율)도 완화했다. 은행 105%, 저축은행은 110%까지 가능해졌다. 현재 비율은 모두 100%다. 은행들에 기업 대출여유가 생긴 것이다. 한은은 6조원 규모 RP(환매조건부채권) 매입도 실시한다. 평상시 한은은 RP를 매각해 시중 유동성을 흡수한다. 반대로 이번에는 RP를 사서 시장에 돈을 풀겠다는 의미다.

이같은 조치는 자금이 아예 막힌 기업들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화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기업들이 회사채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은행대출이 크게 증가했고, 이에 은행은 자체 유동성 확보도 어려워지면서 수신경쟁, 은행채 발행 증가가 나타났다"며 "이러한 상황을 감안해 LCR유예와 예대율 완화 조치로 중소기업 대출 여력이 확보되고 대출금리 상승 압력 축소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다만 채권시장 자체에 대한 신용, 즉 믿음이 떨어진 상황에서 현재 대책은 '언발에 오줌누기' 정도의 미봉책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재원으로 모든 리스크를 감당하기엔 한계가 있는데, 돈을 쥐고 있는 기관과 제2금융권 등은 부동산 관련 투자를 '셧다운(봉쇄)'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시장의 공포감이 커진 상태다.


한 대기업 계열 캐피탈사 관계자는 "정부의 유동성공급으로 급한불을 끈다하더라도 만기가 3개월 이내로 짧은 단기자금 시장 특성상 주기적으로 돈을 넣어줘야 한다"며 "이게 가능하려면 시장의 투자심리가 돌아와야하는데 아직까지 기관들이 '움직여도 된다'는 확신을 갖지는 못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특히 금리인상 속도가 줄어들지 않고 있는 것도 문제다. 미국 Fed(연준)이 기준금리를 큰폭으로 올리면 한은은 이를 따라갈 수밖에 없다. 인플레이션도 여전한 가운데 부동산 PF 시장 자체의 신뢰도가 회복되기는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다른 IB(투자은행) 업계 관계자는 "50조원 이상 규모와 다양한 지원책이 시장에 주는 시그널은 긍정적이지만 단기채권 만기가 3개월 후에 다시 왔을 때는 차환이 제대로 될 지 의문"이라며 "오히려 내년 초 더 큰 폭탄이 터질수도 있는데 그때는 또 어떻게 막을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최근 레고랜드발 부동산 PF 시장 자금경색 현상은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였지만 향후 다가올 위기는 실제 사업이 진행되지 않아 생기는 '실물 신용 위기'로 성격이 변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의 대책으로 해결되지 않는 더 큰 문제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빚으로 빚을 막던 시기는 사실상 끝났다고 본다"며 "사업성을 제대로 갖춘 부동산 건설 업장만 살아남고 나머지는 구조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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