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멈춘 나이지리아 정유공장, '30년 동행' 대우건설이 되살린다

머니투데이 유엄식 기자 | 2022.10.31 05:26

[K-건설, 500억불 수주 향해 뛴다]대우건설 ①수주 텃발 나이지리아 플랜트 시장 공략

편집자주 | 우리 건설사들은 국내 부동산 경기 침체를 해외 시장에서 뚫은 저력이 있다. 역대 최대 716억달러를 수주한 2010년은 금융위기 직후로 국내 주택 시장이 휘청인 시기였다. 2014년까지 매년 600억~700억달러 수주고를 올려 창출한 국부는 경기 침체 파고를 넘는 원동력이 됐다. 하지만 이후 중국 신흥 건설사와의 경쟁과 산유국 경기 침체로 해외 수주액은 300억달러로 쪼그라들었다. 윤석열 정부는 연간 500억달러 해외 수주 회복을 위해 총력 지원을 예고했다. 금리인상으로 내수 경기 침체가 우려되는 시기, K-건설의 위기 돌파 DNA는 되살아날까. 세계 곳곳에서 새 먹거리를 찾아 고군분투하는 건설사들의 모습을 소개한다.

백정완 대우건설 대표이사(왼쪽에서 3번째)와 무스타파 야쿠부(Mr. Mustapha Yakubu) NNPC 정유부문장(왼쪽에서 4번째) 등 나이지리아측 인사들이 지난 6월 나이지리아 수도 아부자에 위치한 와리정유화학(WRPC) 본사에서 '와리 정유시설 긴급 보수공사' 계약을 체결한 후 기념 촬영을 했다. /사진제공=대우건설

백정완 대우건설 대표이사 사장은 올해 6월 나이지리아를 전격 방문했다. 그가 두바이를 거쳐 편도 비행만 16시간 걸리는 '강행군'을 자처한 이유는 30년 고객이자 발주처인 나이지리아 국영석유공사(NNPC)와의 신뢰 관계를 다지기 위해서다. 해외사업 텃밭인 나이지리아에서 신규 수주 기회를 물색한 그는 험지에서 오랫동안 근무한 직원들을 격려하는 시간도 가졌다.


이탈리아 업체가 40년 전 만든 노후 공장, 대우건설 기술력으로 되살린다


백 사장은 나이지리아 출장 기간 수도 아부자(Abuja)에 위치한 NNPC 자회사인 와리정유화학(WRPC) 본사에서 '와리 정유시설 긴급 보수공사' 낙찰통지서(LOA)에 증인 자격으로 서명했다. 기한 내에 확실한 시공 품질을 약속한다는 보증을 한 것이다.

이번 프로젝트의 공사비는 미화 4억9232만달러(원화 약 6404억원)로 앞서 나이지리아에서 수주한 5조원대 보니섬 LNG(액화천연가스) 플랜트 프로젝트에 비해선 적지만 의미는 크다. 발주처가 대우건설을 지정한 수의계약이며 공사를 단독 수행한다. 현지에서 대우건설의 기술력과 시공 품질을 가장 신뢰한다는 방증이다.

이 프로젝트는 나이지리아 남부 와리항(Warri Port)에서 북쪽으로 8.5km 지점에 있는 와리 정유시설을 재가동하기 위해 진행하는 긴급 보수 공사다. 이 공장은 원래 1978년 이탈리아 업체 스남프로게티(現 사이펨)가 지은 건물로 40년 가까이 운영됐다가 3년 전부터 가동이 중단됐다.

나이지리아는 아프리카 최대 산유국이지만 정유시설 노후화로 가동률이 낮다. 이 때문에 휘발유를 비롯한 연료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한다. 최근 석유제품 수입 가격이 폭등하고 유가 보조금 지급으로 재정 부담이 가중되자 사실상 나이지리아 정부 차원에서 대우건설에 'SOS'를 보낸 것이다.

공사 기한은 2022년 7월부터 2023년 12월까지 약 1년 5개월로 잡혔다. 총 3개의 공정 중 패키지 1, 2는 확정했고 남은 프로젝트는 발주처와 협의해 진행할 예정이다.

발주처가 다른 건설사가 지은 건물의 보수 공사를 맡긴 것은 이례적이다. 이는 그동안 대우건설이 나이지리아에서 수행한 대형 프로젝트 성과와 무관치 않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쿠웨이트, 오만, 사우디 등에서 정유시설을 건설한 실적에다 인도라마 석유화학공단 암모니아·요소 생산시설 Ⅰ/Ⅱ 프로젝트와 NLNG 트레인7 등 나이지리아에서 다수의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경험이 있어 빠른 사업 진행을 원하는 발주처와 이해관계가 맞아 수의 계약으로 수주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 27일 백정완 대우건설 사장(가운데 왼쪽)과 멜레 키야리(Mele Kyari) NNPC사 Group CEO(가운데 오른쪽)가 소공동 롯데호텔서울에서 카두나 정유시설 긴급보수공사 LOI를 접수하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정원주 중흥그룹 부회장, 백정완 대우건설 사장, 멜레 키야리 NNPC사 Group CEO, 티미프레 실바 석유자원부 장관. /사진제공=대우건설


나이지리아 대통령도 인정한 대우건설...추가 수주 기대감 커졌다


대우건설은 최근 나이지리아 정유시설 보수 공사를 추가 수주했다. 지난 10월 24일 한국을 방문한 무함마두 부하리(Muhammadu Buhari) 나이지리아 대통령을 예방한 대우건설은 3일 뒤인 27일 카두나 정유시설 긴급보수공사(Kaduna Refinery Quick Fix PJ)에 대한 LOI를 체결했다.

카두나 정유시설은 아부자 북쪽으로 160km 떨어진 지역에 위치했다. 1983년 일본 치요다가 준공해 일일 11만 배럴의 정유 능력이 있는데 노후화로 성능이 떨어졌다. 신속한 복구가 필요한 만큼 다시 한번 대우건설에 프로젝트를 맡긴 것이다. 부하리 대통령은 LOI 체결식에서 "대우건설이 오래전부터 LNG 등 에너지 분야에 주도적으로 진출한 것을 매우 인상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대우건설이 정유공장 보수 공사를 진행하는 나이지리아 와리, 카두 지역 위치도. /사진제공=대우건설

대우건설 플랜트사업본부장과 실무진은 현지 경영진을 방문하고 올해 말까지 사업 제안서를 제출, 공사비 협상을 진행할 계획이다.

대우건설 대주주인 중흥그룹도 나이지리아 현지 사업 확대를 적극 지원할 방침이다. 정원주 중흥그룹 부회장은 부하리 대통령을 예방한 자리에서 대우건설이 1983년 나이지리아에 첫 진출한 후 70여 건의 사업을 수행하면서 현지 석유화학산업 성장과 함께 해온 점을 강조했다. 의료지원, 직업훈련 등 현지 사회공헌 활동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대우건설의 나이지리아 인프라 사업에 대한 추가 수주 전망도 밝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최근까지 공사가 이어진 인도라마 석유화학공단 건설 수행 경험을 보유한 인력, 장비, 자재 등을 활용할 수 있어 효율적으로 공사를 진행할 수 있다"며 "공사 리스크도 적어 높은 수익을 담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노후 정유시설은 물론 신규 정유시설 증설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실적을 확보하게 돼 추가 수주를 목전에 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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