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겨운 남의 연애, 그럼에도 '환승연애2'는 재밌는 이유

머니투데이 한수진 기자 ize 기자 | 2022.10.27 17:24
'환승연애2', 사진제공=티빙


최근 들어 TV 채널과 OTT 플랫폼 등에서 관찰 연애 예능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체인으로 서로를 묶고, 남녀가 섞여 한 침대에서 자는 등 포맷은 점점 다양해지고 자극의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난 연애 예능에 시청자들은 적지않은 피로감을 토로하고 있다. 때문에 파격적인 콘셉트를 내세운 것이 무색할 만큼 뒤늦게 도전장을 내밀었던 연애 예능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종영을 앞둔 티빙 오리지널 '환승연애2'만큼은 날로 화제성에 날개를 달고 있다. 지난해 시즌1 성공 이후로 1년 만에 돌아온 '환승연애' 시즌2는 포화된 연애 예능 속 반신반의한 시선 아래 지난 7월 첫 돛을 올렸다. 시즌1의 흥행은 시즌2에도 적지않은 관심을 불어넣었지만, 연애 예능에 이미 질릴 대로 질린 시청자들의 차가운 시선도 함께 받아야 했다. 하지만 베일을 벗은 '환승연애2'는 회차를 거듭할수록 탄력 받으며 신드롬급 인기를 양산하고 있다. 다른 연애 예능에는 없는 '환승연애'만의 확실한 승부수가 있기 때문이다. 과거와 사연으로 맺어진 진정성 있는 서사다.


'환승연애2', 사진제공=티빙


자극이 시선을 붙드는 건 잠시다. 하지만 진정성은 여운과 함께 깊은 공감과 유대감을 만들어낸다. 원나잇과 다를 바 없는 연애사는 단순히 눈에 머물지만, 영화로 만들어도 될 만한 드라마틱한 오랜 연애사는 마음에 머물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X연인들 간 저마다의 사연은 출연자들의 캐릭터성을 확실하게 잡아내고, 연애 기간이나 또 어떤 연애를 했는지에 따라 다양한 서사를 만들어낸다. 마음이 떠난 X와 미련이 남은 X, 그리고 마음 떠난 X의 새로운 연애를 지켜보는 출연진의 눈물은 멜로 영화보다 더욱 가슴 저릿하게 시청자의 마음 속을 헤집는다. 과몰입의 시작이다.


출연진 중 7년 장기 연애를 한 규민과 해은 X커플은 '환승연애2'의 주인공이라 할 만큼 사랑 서사의 집약체다. X룸을 가득채웠던 지난날의 추억들에서 감히 상상할 수도 없는 감정들이 전해졌을 만큼. 하지만 규민은 해은에 대한 마음을 이미 털어낸 듯 차갑게 행동했고, 해은은 여전히 애닳아 하며 매일 밤 눈물을 쏟는 모습으로 많은 이들의 안타까움을 샀다. 해은을 차갑게 밀어내는 규민을 지켜보며 패널을 포함한 많은 이들이 해은의 새로운 사랑을 응원했을 정도다. 해은이 응원을 받을수록 규민은 미움을 받았다. 나쁜 남자로 낙인 찍혀 그의 이름을 딴 '규런남자 만나지 마요' 같은 짤이 SNS 등지에서 인기였을 정도다.



'환승연애2', 사진제공=티빙


하지만 이 각본 없는 드라마는 회차마다 롤러코스터 같은 전개를 낳았다. 메기로 투입된 현규가 해은에게 직진하며 새로운 러브 라인이 생성됐고, 현규의 "내일 봬요 누나" 돌직구 발언은 패널과 시청자들의 탄성을 이끌었다. 해은 옆의 새로운 남자를 보며 질투심을 드러낸 규민은 미움을 더욱 크게 샀다. 하지만 가장 최근화인 19회에서 규민을 향한 여론이 순식간에 반전됐다.


그간 한번도 데이트를 해본 적 없는 두 사람에게 X데이트가 주어졌고, 규민은 결국 굳게 닫아놨던 해은을 향한 마음의 빗장을 열며 하염없이 눈물을 쏟았다. 데이트 하는 내내 티키타카한 케미스트리를 보여준 두 사람은 과거 모습을 짐작하게 하며 "규민이 연애했을 때 참 잘했겠다"싶은 새로운 이해를 낳았다. 밥 한끼 제대로 못한 채 헤어져야 하는 상황에서 해은도, 규민도 눈물을 흘렸다. 해은이 떠나고 홀로 차에 남은 규민은 또 눈물을 쏟았다. 해은이 싫어서가 아닌 미련을 떨쳐내기 위해 배려했다는 속내가 드러난 장면이다.


그리고 이는 '환승연애2'가 신드롬을 일으킬 수밖에 없던 완벽한 서사가 완성되던 순간이다. 공감과 이해의 수준에서 반전을 거듭해서 갖고, 시시각각 미련 앞에 변모하는 리얼리티 가득한 출연진의 행동들은 다른 연애 예능에서는 나올 수 없는 한 편의 드라마를 완성한다. 이틀 만난 사이에 사랑을 외치며 눈물을 흘리는 건 다소 우스운 일이지만, 7년 만난 사이에서 사랑을 외치는 건 절대적인 공감을 낳는다. 결국 어떤 콘텐츠건 이해와 공감이 흥행의 핵심 요소로 작용하는데, '환승연애2'는 이를 완벽하게 수행하는 리얼리티다. 28일 최종화를 앞둔 '환승연애2'. 20회가 짧게 느껴질 만큼 작별의 순간이 아쉽기만 하다.

베스트 클릭

  1. 1 손흥민 돈 170억 날리나…'체벌 논란' 손웅정 아카데미, 문 닫을 판
  2. 2 "시청역 사고 운전자 아내, 지혈하라며 '걸레' 줘"…목격담 논란
  3. 3 G마켓, 소규모 셀러 '안전보건 무료 컨설팅' 지원
  4. 4 "한 달에 몇 번씩 여자 접대"…버닝썬 전 직원, 경찰 유착 폭로
  5. 5 교사 성희롱·비하…'미스터 트롯3' 출연 앞둔 가수 A씨 폭로 등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