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이번 주 글로벌 주택 가격 하락을 다뤘다. 미국발 금리 상승으로 주택 가격 하락이 본격화됐다는 것. 이코노미스트지는 2008년 금융위기가 촉발된 15년 전처럼 미국에서 집값 하락은 엄청난 금융 불황으로 이어지지 않을 거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주요국의 풍선처럼 부풀어오른 가계부채 문제를 다뤘다. 중국 다음으로 위험한 곳으로 한국 부동산 시장을 지목했다.
10년만에 부동산 시장에 겨울이 오고 있다. 불과 1년 만에 주택시장 분위기가 180도 달라졌다. 청약 당첨을 로또 당첨에 비유했던 것이 작년인데 이제는 수억원대 계약금까지 포기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찬바람은 주식시장으로 이어진다. 건설주가 연일 52주 신저가를 경신하며 하락 중이다. 부동산 경기후퇴는 건설주에 거대한 악재로 작용한다. 2023년 '부동산 혹한기'를 앞둔 사면초가 상황에서 건설주는 천천히 가라앉고 있다.
26일 HDC현대산업개발은 전일대비 170원(1.7%) 내린 9810원에 장을 마쳤다. 장중 9790원의 52주 신저가를 경신했다. 그밖에 대우건설, GS건설, 한신공영, 동부건설, 신세계건설, DL건설도 줄줄이 52주 신저가를 새로 썼다.
박세라 신영증권 연구원은 "10년만의 부동산 경기 하락이 시작되며 부동산 투자 심리가 1년만에 얼어붙었다"며 "혹한을 앞둔 건설업종은 2023년에 성장보다는 바닥이 어디인지를 가늠하는 어려운 한 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건설업종은 부동산 경기가 후퇴하면 분양과 수주가 감소하며 매출이 줄고 수익성이 악화된다.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화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 연구원은 "지금 대형건설사들이 보유 현금도 넉넉하고 부실화 가능성이 낮고 주가가 절대 저평가 상태라는 것이 반등의 근거가 되지 못한다"며 "2024년 이후 미분양 및 PF부실화 여파로 실질적인 기업가치 조정 여부를 확인한 뒤 방향성을 확인할 수 있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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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주 최대 악재는 '미분양'...혹한기 앞둔 분양 시장 ━
이광수 미래에셋증권 연구위원은 "지금 건설주에 가장 큰 리스크는 미분양으로, 미분양이 예상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분양이 잘 안될 것 같으면 분양을 연기해야 하는데, 고금리로 인한 이자비용 때문에 분양을 미룰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전국 미분양 주택 물량은 3만3000호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올해 2분기(4~6월) 대구지역 초기분양률은 18%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98.6%) 대비 80.6%포인트 급락하며 주택 시장에 충격을 안겼다. 대구 지역의 심각한 미분양 현상이 전국으로 확산될 경우 연말에 대규모 미분양이 증가할 수 있다.
미분양이 급증할 경우 기존 분양을 받은 사람들조차 청약 포기에 나서는 연쇄반응이 발생한다. 그는 "주택시장의 경기침체는 최근 시작됐고 미분양도 이제 막 늘어나는 국면"이라며 "건설업종 주가는 폭락까지는 아니어도 당분간 부진이 불가피하겠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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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PF위기? 지금은 아니다 ━
하지만 이후 건설사들은 직접 신용보강(지급보증)보다 간접 신용보강을 채택하면서 PF 부실화에 따른 위험을 낮춘 상태다. 2022년 상반기 기준 4대 건설사(현대, 대림, 대우, GS)의 합산 PF 대출잔액도 3조4000억원으로 2008년 12조8000억원 대비 27% 수준에 그친다. 지급보증은 금융회사 중심으로 전환됐다.
특히 현대건설은 보유 현금이 탄탄하고 DL이앤씨는 부동산PF 노출도가 낮고 보유 현금도 충분한 상황이다. GS건설과 대우건설은 2023년 분양 감소 영향을 받겠으나 유동성 리스크를 논할 상황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박세라 연구원은 "시행사 부도라는 최악의 경우에도 건설사의 이론적 최대 손실은 시공비에 국한된다"며 "PF사업 주된 신용보강 주체도 시공사 중심에서 금융회사 중심으로 전환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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