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트리플데믹 대응위한 마스크 자율화와 진료체계 전환

머니투데이 천은미 이화여대 의과대학 호흡기내과 교수 | 2022.10.27 02:03
천은미 이대 의대 호흡기내과 교수
"코로나는 식당 문지방에서만 감염되는 특수한 바이러스인가"라는 말이 회자되는 상황이지만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유일하게 실내 모든 시설에서 마스크 의무화를 시행한다. 방역당국은 겨울은 호흡기 바이러스 활동이 증가하고 전파력이 강해지므로 트윈데믹에 대비해 실내마스크 의무화를 유지한다고 한다.

방역당국의 이론에 따른다면 다른 나라도 겨울은 코로나 재유행에 대비해 실내 마스크 의무화를 시행해야 하며 마스크 자율화를 시행 중인 국가는 코로나 확진자가 필연적으로 급증해야 한다. 그러나 해외는 BA.5, BA.2로부터 파생된 BQ.1, 1, BA.2.75나 재조합 변이바이러스인 XBB 등의 수많은 오미크론 하위 변이가 나오지만 확진자와 사망자는 증가하지 않고 마스크 의무화를 재도입한 국가는 없다. 코로나 초기와 달리 백신이나 감염으로 얻은 면역률이 높아졌고 바이러스의 독성은 약해진 상황에서 코로나 감염에 취약한 고위험군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실내마스크 의무화 유지가 아닌 보다 과학적이고 효율적인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코로나 유행기간에 마스크와 사회적 거리두기로 호흡기바이러스 감염이 현저히 감소하면서 소아과 진료환자가 급감했고 이로 인해 대부분 수련병원의 소아과 전공의 지원이 미달돼 대학병원들조차 진료인력 부족으로 소아응급실을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고 있다. 건강한 청소년·성인들과 달리 코로나에 대한 자연면역은 형성됐으나 호흡기바이러스에 대한 감염력이 없던 영유아환자 중심으로 중증도가 높은 H3N2 독감 아형이 한 달 이상 유행이 빨리 시작돼고 RSV, 메타뉴모바이러스들의 호흡기바이러스 빈도도 상승했다.

현재 진료체계에서는 독감이나 호흡기바이러스에 감염된 소아들이 시간을 다투는 응급진료가 필요하더라도 치료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적지 않게 발생할 수 있다. 2세 미만 영유아나 고령층은 진단시기가 늦어지면 급격히 악화할 수 있기에 트리플데믹에 대처하기 위한 근본적인 조치는 실내마스크 의무화가 아닌 코로나 중심 진료체계를 코로나 이전으로 복귀해 신속한 진료가 가능토록 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이미 실외마스크는 자율화지만 방한이나 건강 목적으로도 많은 사람이 실외에서도 마스크를 자율적으로 착용하듯이 실내도 지율화하더라도 개인건강을 고려해 자율적으로 착용해 확진자가 급증하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80% 이상 코로나에 대한 자연면역이 있는 어린이들은 마스크 자율화로 얻는 건강상, 교육상 이득이 훨씬 높음에도 불구하고 실내마스크를 의무화하는 것은 정부가 표방한 과학적 방역에도 모순된다. 감염위험이 가장 높은 식사 때는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서 도서실, 마트처럼 감염위험이 낮은 공간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하게 하는 것은 중요한 개인 자율권을 제한하는 것이고 방역 면에서도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적절한 마스크 자율화 시행 시기를 놓치고 겨울을 맞아 전면적인 실내마스크 자율화가 어렵다면 지금부터라도 연령별, 장소별로 위험도를 고려해 국민적 공감을 형성할 수 있는 마스크 자율화를 순차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마스크 자율화의 기본전제는 붕괴 직전인 소아과 진료시스템 지원과 격리 위주 코로나 진료의 전반적인 변환이 동반돼야 트리플데믹과 새로운 코로나 유행을 현명하게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겨울이 지나면 또다른 호흡기바이러스와 독감이 유행될 수 있다. 앞으로는 오미크론 하위 변이들의 춘추 전국시대를 거치면서 새로운 우세종에 의한 소규모 유행이 반복되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장기간 지속되는 자연면역을 얻게 돼 독감보다 치사율이 낮아지는 다섯 번째 코로나 감기바이러스로 정착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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