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사용료 대신 기금"...ISP도 CP도 손사래치는 이유

머니투데이 변휘 기자 | 2022.10.26 06:00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김경훈(왼쪽) 구글코리아 사장과 정교화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 전무가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통신위윈회 종합감사에서 자리에서 일어나 의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2022.10.21. (공동취재사진)
'망 사용료'를 둘러싸고 글로벌CP(콘텐츠제공사업자)와 ISP(인터넷서비스사업자) 간 갈등이 고조된 가운데 새로운 해법으로 글로벌CP가 망 유지·관리 부담을 일부 나눠지는 '기금 조성'이 거론되고 있다. '망 사용료 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7건을 발의한 국내 정치권마저도 이 같은 기금의 법제화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 CP와 ISP 모두 '현실성이 떨어진다'며 손사래 치고 있다. ISP 측은 지금도 발생하고 있는 망 사용료에 대한 '물타기'로 일축했고, 글로벌CP 측은 '시기상조'라는 게 속내다.

지난 21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무소속 박완주 의원은 "미국·유럽에서 망 고도화를 위한 비용에 플랫폼 기업의 기여가 필요하다는 입법 동향이 있다"며 "만약 (기여금 조성 관련) 법이 통과된다면 구글·넷플릭스는 따를 것인가"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김경훈 구글코리아 사장은 "국내에서는 국내법을 따르겠다"고 답했고, 정교화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 전무 역시" 면밀한 검토 끝에 제도화가 된다면 따라야 한다"고 답했다. 이를 두고 업계 일각에선 구글·넷플릭스가 '망 고도화 기여금' 조성에 참여 의사를 밝혔다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망 고도화 기금법 나오면?…구글·넷플릭스 "따른다"


망 고도화 기금이란 국내에서 발생하는 인터넷 트래픽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일정 규모 이상의 대형CP들이 일종의 펀드에 출자해 앞으로 더 늘어날 수밖에 없는 망 유지·관리 비용을 감당하도록 하는 개념이다. 현재 통신3사와 방송사 등이 주로 부담하는 정보통신진흥기금·방송통신발전기금처럼, 글로벌 CP로부터 일정 금액의 분담금을 걷어 국가가 관리하는 형식이다.

망 고도화 기금 논의는 미국·유럽에서 먼저 발을 뗐다. 올 2월 스페인 바로셀로나에서 열린 MWC22 행사에서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는 이사회를 열어 글로벌CP의 망 이용대가 부담에 대해 공감대를 이루고, 이를 현실화하기 위한 가장 현실성 높은 방안으로 글로벌CP의 보편기금 기여를 추진하기로 했다. GSMA 이사인 구현모 KT 대표는 당시 "정부가 주도하는 펀드를 만들고 글로벌CP가 돈을 내는 형태가 실현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판단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망 투자 기여를 위한 '연결 인프라 법안(Connectivity Infrastructure Act)'을 발의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고, 미국에서도 디지털 격차를 좁히기 위한 보편 서비스 기금을 조성하는 내용의 이른바 '인터넷 공정 기여법(FAIR Act)'이 상원 상무위원회(상임위)를 통과했다.


국내에서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기금 조성 논의가 거론된다. 박완주 의원은 "정부가 바람직한 인터넷 환경 조성을 위한 기금 조성 등을 보다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며 ISP-CP 간 다툼을 해소할 수 있는 해법으로 주목했다. 앞서 정청래 과방위원장도 지난달 20일 공청회에서 "(망 사용료를) 공공기금화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됐다"고 힘을 실었다.


글로벌 CP "시기상조" vs 국내ISP "밀린 돈부터"


그렇다면 국내에서도 구글·넷플릭스 등의 망 고도화 기금 참여로 첨예한 갈등이 해소될 수 있을까. 하지만 글로벌CP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우선 ISP들이 얼마나 많은 재원을 망 고도화에 부담하는지 판단하기 어려운 만큼, 기금 규모를 객관적으로 산정하기 어렵다. 해외의 입법 흐름에 대해서도 글로벌CP 한 관계자는 "ISP 단체의 목소리일 뿐, 의미 있게 진전된 수준은 아니"라고 일축했다.

만일 기금을 부담한다 해도 거대블록화된 유럽이라면 각국 ISP들과의 분쟁이 일괄 타결될 수 있겠지만, 한국처럼 개별 국가에서 기금을 부담할 경우 다른 나라에도 선례가 돼 각국에서 망 고도화 비용 요구가 봇물 터지듯 이어질 것으로 우려했다. 다른 CP 관계자는 "태국, 일본처럼 '라인'이 1등 메신저인 국가에서는 라인역시 망 고도화 기금 참여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내 ISP는 기금 조성 주장에 더욱 손사래를 친다. 무엇보다도 글로벌CP가 오랜 기간 내지 않고 쌓아둔 망 사용료를 해결하는 게 먼저라는 지적이다. 예컨대 미국의 경우 구글·넷플릭스 등이 자국 ISP에 망 사용료를 내기 때문에, 그다음 단계로 망 고도화의 역할 분담이 논의될 수 있다는 평가다. 한 ISP 관계자는 "국내에서 망 이용료 한 푼도 내지 않고 있는 글로벌CP가 '앞으로 기금을 낼 테니 망 사용료는 없던 걸로 하자'고 말한다면, 이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ISP 측에선 망 고도화 비용의 기금화 논의를 CP 측의 '물타기' 전략으로 보는 견해도 존재한다. 망 사용료 법 반대 측에서 꾸준히 기금 조성을 통한 해결에 긍정적인 입장을 밝혀 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오픈넷 이사를 맡은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달 20일 국회 공청회에서 "(망 사용료 같은) 통행세보다 보편 통신 기금 등이 훨씬 더 좋은 접근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오픈넷은 구글코리아가 2013년 단독 출연(3억원)해 설립하고, 이후로도 꾸준히 거액을 후원하면서 구글 측의 여론전에 동원됐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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