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금으로 배당주?…"차라리 치킨집 차려라", 왜

머니투데이 전혜영 기자 | 2022.10.28 06:20

[한국에선 피지 못하는 꽃, 배당]

편집자주 | 주식 배당이 '제2의 월급', 연금으로 불리는 해외와는 달리 한국은 배당주 투자의 불모지에 가깝다. '주식의 꽃'이라고 불리는 배당이 한국에서는 제대로 꽃 피우지 못한 이유는 뭘까. 해외 사례와의 비교 분석을 통해 원인과 해결책을 찾아 본다.

#내년 은퇴를 앞둔 중견기업 임원 김기범씨(가명)는 요즘 고민이 많다. 퇴직 후 경제 부담이 만만치 않아서다. 4인 가족 생활비 등 월 고정비용이 계속 들어가야 하는데다 미국에서 유학 중인 자녀의 학비를 2년간 더 지원해줘야 하는 처지라 더 그렇다.

주변에서는 퇴직금에다 일부 대출을 받아 '꼬마 빌딩'을 매입한 후 임대소득으로 노후를 대비해 보라고 추천하지만 최근 금리 상황이나 부동산 시장을 보면 자신이 없다.

외국처럼 고배당 종목에 투자해 배당소득으로 살아보는 것은 어떨까도 생각해봤지만 주변에서 "한국에선 어림없는 소리"라며 "차라리 치킨집이나 카페를 차리는 것이 낫다"고 말리는 통에 더 답답하기만 하다.



◇미국·일본은 배당금으로 노후 산다는데 한국은 왜?


미국 등 해외에서는 은퇴 자금으로 배당주에 투자해 배당금으로 노후 자금을 충당하는 경우가 흔하다. 특히 미국에는 'AT&T 그랜드파'(미국 대표 통신업체 AT&T+할아버지)라는 애칭이 있을 정도로 정기적으로 배당을 하는 주식이 많다. 이들 종목에 오랜 기간 투자해서 배당을 받는 고령 투자자들이 있다.

25년 넘게 배당을 축소하지 않고 오히려 배당액을 꾸준히 늘려 이른바 '배당 귀족주' 리스트에 오른 AT&T를 비롯해 코카콜라, 존슨앤드존슨 등 연속 배당기간이 60년이 넘는 종목들은 미국 은퇴 생활자들 사이에서 연금 같은 주식으로 자리 잡았다.

배당주는 주가 상승 시 시세차익을 거둘 수 있는 주식이자 배당을 받는 채권의 성격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는 장점 때문에 비교적 안정적으로 '시장금리+알파(α)'를 원하는 투자자에게 적합한 상품이다.

고정 수입이 없는 은퇴자들에게 '제2의 월급'으로 배당주 투자가 꾸준히 거론되는 이유다. 하지만 국내 증시에서 배당주는 하락장을 방어하는 대안으로 여겨지거나 '찬 바람 불 땐 배당주'라는 말이 나올 만큼 연말 배당 시즌을 앞두고 반짝 관심을 끄는 일종의 계절주로 통한다.

전문가들은 노후 자금을 위한 배당주 투자가 한국시장에서 '동 떨어진 얘기'로 평가받는 이유에 대해 크게 두 가지를 꼽는다. 국내기업들의 배당성향이 높지 않다보니 배당소득을 목적으로 한 장기투자 문화가 자리잡지 않은 것과 배당소득이 많아지면 세금을 다른 소득에 비해 더 많이 내야 하는 과세 제도 상의 문제다.

국내 기업들의 배당 확대와 투자자들의 장기투자라는 선순환 고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결국 과세 문제 해결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A증권사 투자컨설팅 관계자는 "미국은 장기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1년 이상 장기투자를 하면 배당소득을 별도로 분류하고 최고 약 20%의 세율을 부과하는 반면 국내에서는 이자나 배당소득이 연 2000만원을 넘으면 초과분에 대해 최고 세율이 49.5%까지 올라간다"며 "미국처럼 오랜기간 꾸준히 배당을 늘리는 기업도 별로 없지만 일단 세금 부담이 크기 때문에 국내 주식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배당주 투자를 권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B증권사 관계자도 "은퇴자금 관리에서 절세가 가장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같은 자금이라면 배당주 투자는 순위가 밀릴 수밖에 없다"며 "은퇴 후 다들 부동산 사고 치킨집 차릴 순 없는 만큼 장기적으로 노후 자금의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는 차원에서라도 배당수익에 대한 과세 문제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배당주 투자, 세금 얼마나 더 내나 보니…



내년부터 금융투자상품의 환매·양도로 인한 매매차익은 금융투자소득에 해당, 단일세율에 가까운 22%(3억원 초과 시 27.5%)로 분류과세된다. 분류과세란 퇴직·양도·금융투자소득 등 일정한 유형의 소득을 종합소득과 별도로 분류해 과세하는 것이다.

하지만 배당소득은 연간 금융소득(이자·배당소득)이 2000만원 이하일 경우 15.4%의 세율로 분리과세되며, 2000만원을 초과하면 다른 종합소득과 합산해 누진세율(15.4~49.5%)로 과세된다. 분리과세란 특정한 소득을 종합소득에 합산하지 않고 분리해 원천징수로 과세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이자와 배당소득이 2000만원 이상인 투자자들은 세금 부담이 크다. 예를 들어 연봉 5000만원의 직장인이 자산의 대부분을 대형 배당주 위주로 투자해 배당금으로 3000만원, 은행 예금이자로 500만원의 금융소득이 생겼다면 2000만원을 초과하는 금융소득이 종합과세 돼 약 1254만원을 세금으로 내야한다. 소득의 약 3분의 1을 세금으로 내야하는 셈이다.

하지만 배당소득이 분리과세 된다고 가정하면 약 490만원(3500만원×14%, 지방소득세 제외)만 내면 돼 세금이 절반 이하로 줄어든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미국, 일본 등 해외 주요국의 경우 소득 관리가 저축에서 투자 위주로 전환되면서 일찌감치 과세 체제도 정비했다"며 "국내도 고령화로 인해 이자나 배당소득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는 걸 감안하면 배당소득에 대해 단일세율로 분리과세 하는 방안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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