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학점제' 앞둔 대학입시 해법은.."자소서 살리고, 자율성 존중"

머니투데이 유승목 기자 | 2022.10.24 17:20

교육부, '제1차 2028 대입개편 전문가 포럼' 개최

(서울=뉴스1) 황기선 기자 = 이상지 한국대학입상사정관협의회 회장이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학교 600주년 기념관 조병두홀에서 열린 '제1차 2028 대입개편 전문가 포럼'에서 발제를 하고 있다. 2022.10.24/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부가 2025년부터 시행될 고교학점제 연착륙을 위한 준비단계에 본격 돌입했다. 고교학점제가 전면 적용되는 첫 세대인 2009년생이 수험생이 되는 2028학년도 대학입시 개편 작업에 나선 것. 이를 두고 입시현장 일선에 있는 입학사정관, 고교 교사 등이 처음으로 모여 머리를 맞댄 가운데 학생 줄세우기, 공정성 부족 등이 지적되는 현행 대입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하단 공감대가 형성됐다.

이와 관련해 교육부는 24일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에서 한국대학교육협의회와 함께 '제1차 2028 대입개편 전문가 포럼'을 열었다. 내년 상반기 대입제도 개편안 시안을 마련키로 한 상황에서 관련 전문가들과 함께 지난 대입개편 정책의 성과와 과제를 진단하기 위한 자리였다.

고교학점제는 고등학생이 대학생처럼 직접 원하는 과목을 수강하고, 일정 학점을 이수하면 졸업할 수 있게하는 제도다. 문재인 정부 1호 교육공약으로, 윤석열 정부에서도 국정과제로 정해 추진하고 있다. 2022 개정교육과정과 맞물린 정책인데, 기존 학사운영 방식과 성격이 다른데다 무엇보다 대학 입시에서 현실적으로 당장 적용하기 어렵단 우려가 나오는 등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교육당국은 우선 대입개편 제도를 점검하고, 고교학점제와 연계한 입시제도 방향 설정을 위해 이번 행사를 기획했다. 이날 포럼엔 송주빈 전국대학교입학관련처장협의회 회장(경희대 입학처장)과 이상지 한국대학입학사정관협의회 회장(계명대 입학사정관), 김윤배 성균관대 입학처장, 한상아 충북 오송고 교사, 김경숙 건국대 책임입학사정관이 현장에서 바라본 현행 대입제도의 문제점을 논의했다.

전문가들은 고교학점제에 적합한 전형을 설계해야 한다는데 목소리를 높였다. 이상지 회장은 "고교학점제 자체에 대한 옳고 그름을 논하기보단 이 제도를 대학입시 전형에 어떻게 잘 반영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며 "대입제도를 큰 틀에서 마련하는 동시에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대입전형계획을 수립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입학사정관 등 대학입시 핵심주체의 역량을 고도화하는 동시에 대학의 자율성을 존중할 필요하단 얘기다.

김경숙 책임입학사정관도 "어떤 대학은 경쟁률이 넘치지만, 어떤 곳은 충원이 고민의 전부인 경우도 있다"며 "대학이 가진 특성과 상황에 따라 대입전형 설계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수원=뉴스1) 김영운 기자 = 2023학년도 대입 수시 모집 원서 접수가 시작된 13일 오후 경기 수원시 장안구 영생고등학교에서 고3 수험생들이 입시상담을 받고 있다. 2022.9.13/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현행 대입제도가 가진 한계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앞서 정부는 2019년 발표한 대입 공정성 강화 방안을 통해 자기소개서(자소서)를 폐지하도록 했는데, 이 경우 학생이 가진 다양한 잠재력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측면에서다. 김경숙 책임입학사정관은 "지원자가 가진 내용을 강조하는 자소서를 폐지하는 건 학교와 교사 영향력만으로 선발하란 것"이라며 "우리가 정말 지향하는 공정인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윤배 입학처장도 "(자소서 폐지는) 제한사항이 지나친 측면이 있었다"며 "자소서가 폐지되면서 교과성정 위주의 평가가 이뤄지는 경향이 심화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교원 입장에서 평가한 게 학생부라면 지원자 스스로가 설명할 기회도 필요하다"며 "입학사정관 능력의 고도화를 전제로 자소서 부활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일각에서 자소서가 학생 개인의 능력이 아닌 교사나 고액 컨설턴트에 따라 좌우된다는 비판이 있지만, 고교학점제 등 교육기조가 다양성을 존중하는 인재 발굴이란 점에서 필요하단 설명이다. 한상아 교사는 "학생들 옆에 (교사가) 앉아 처음부터 끝까지 써준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교사나 학생 입장에서 자소서 작성이 어려운 점이 있긴 해도 생기부에 없는 학생의 사정을 확인할 수 있게 하는 요소"라고 이를 뒷받침했다.

향후 대입제도 개편이 공교육 정상화와 국가 미래발전을 위한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한상아 교사는 "수시·수능 이후인 3학년 2학기는 사실상 유명무실하다"고 전제한 뒤 "수능을 앞두고 정규고사에 소홀하거나 대학별 고사에 집중하겠다며 조퇴·결석하는 학생이 많다"며 "공교육 12년 마지막 단계인 고교교육 정상화를 위해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비판했다. 김윤배 입학처장은 "출산율 감소로 앞으로 생산기반이나 경쟁력이 소멸하는 만큼, 국가적 위기를 최소화하는 측면에서 대입제도를 설계해야 한다"며 "정해진 교육기간 외에 들어가는 대입준비 기간을 줄이고, 적어도 1년 이상 경제인구로 기여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일수 교육부 고등교육정책실장은 "고교학점제 등 공교육 체제 혁신이 사회변화에 대응하는 바탕이 되기 위해 대입제도 또한 미래교육이란 지향점에 맞춰 나가야 한다"며 "중요성을 감안해 충분한 소통과 사회적 협의를 거쳐 대입제도개편안 시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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