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O·EU 칼날 날아오는데...韓 해운업계 '대체연료 무방비'

머니투데이 정한결 기자 | 2022.10.23 14:52
부산 남구 부산항 용당부두. 사진=뉴스1.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 규제 시행까지 2개월 남았지만 해운업계엔 석유를 대체할 뚜렷한 대체연료 후보가 나오지 않고 있다. 탄소중립을 위해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가운데 수익의 기반이 되는 해운 운임은 점점 떨어진다. 업계 수익 악화가 우려된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해운업계는 내년 1월부터 IMO 규정에 따라 선박탄소집약도지수(CII)를 제출해야 한다. 각 선박을 탄소배출 효율 기준(AER)에 따라 A~E 등급으로 나눈다. D등급은 3년 이내로 등급을 C등급 이상으로 올려야 한다. E등급의 경우 기한이 1년이다. 기한에 맞춰 등급을 개선하지 않을 경우 해당 선박 운용이 불가하다.

효율 기준은 갈수록 엄격해져 내년부터 오는 2030년까지 매년 2%씩 오른다. 내년에 B등급을 받은 선박이라도 별도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2029년에는 D등급을 받을 수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글로벌 온실가스 배출량의 3%를 차지하는 해운산업이 탄소중립을 당장 달성하기는 쉽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연료 보충 없이 장거리를 이동해야 하는데, 인프라와 효용성 면에서 석유를 완벽히 대체할 연료가 아직 없다.

글로벌 해운사들은 이를 찾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뚜렷한 후보가 떠오르지 않은 상황이다. 세계 2위 해운사인 덴마크의 머스크는 최근 1만6000TEU(1TEU는 20피트 길이 컨테이너 1개)메탄올 선박 12척을 주문했고, 3위 해운사인 CMA GGM은 LNG(액화천연가스)와 수소에 투자한 상태다. 국내 컨테이너 선사 1위인 HMM은 여러 선택지를 놓고 고려 중이다.

시간은 촉박한 가운데 규제 임박은 다가오고 있다. 선박의 평균 수명은 25년으로, IMO 목표대로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려면 적어도 2030년까지는 탄소배출 없이 먼 거리를 이동할 수 있는 선박이 운용돼야 한다는 의미다. 뚜렷한 대체 연료도 없는 가운데 7년 만에 관련 기술을 탑재한 선박이 나와야 하는 셈이다.

국내 해운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 대체 연료라고 할 수 있는게 없다"며 "선박 기술이 있어도 국내에서는 벙커링 인프라가 없어서 선사들이 쉽게 넘어가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머스크처럼 메탄올 선박을 수주해도 연료 공급 계약을 벙커링 업체와 별도 맺어야 한다"며 "연료가 없으면 선박이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유럽탄소배출권거래제(EU ETS) 등 다른 강력한 규제도 남아 있다. 유럽연합(EU)은 오는 2023년부터 해운산업을 EU ETS에 포함시킬 계획으로, 이에 따라 각 선사는 유럽과 비유럽 항구를 운항할 때마다 탄소배출량의 50%를 배출권으로 구매해야 한다.

아직 준비가 덜 된 국내 해운사들에게 특히 악재다. 해양수산부가 집계한 CCI 계산 결과에 따르면 국적선 684척 중 D, E 등급은 234척으로 34.2%로 나타났다. A, B 등급은 37.3%로 255척, C등급은 28.5%로 195척이다. 3분의 1에 가까운 선박에 당장 규제가 적용되는 셈이다.

컨테이너선보다는 벌크선사가 더욱 규제에 취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운업계의 캐시카우인 벌크선 사업은 10년 이상의 장기계약을 통해 수익을 창출해 선박 교체 수요가 비교적 적기 때문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미국·유럽에 정기 서비스를 하는 컨테이너선사의 경우 규제가 오래전부터 강화되다보니 대비를 해왔는데 벌크선은 아무래도 규제에 맞추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규제는 당장 내년부터 강화되는데 인프라와 기술이 없어 정작 선사들도 할 수 있는게 없다"고 말했다.

특히 고운임으로 이어온 해운업계의 역대급 실적 행진이 하락 위기를 맞은 가운데 친환경 규제까지 겹치면서 먹구름이 드리울 전망이다. 한 때 5000포인트까지 치솟았던 국제 컨테이너 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21일 1778.69를 기록하며 전주 대비 35.31포인트(2%) 내렸다. 친환경 규제로 운임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지만 투자가 필요한 시점에 이익도 줄어드는 상황이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은 지난 21일 '기후 규제가 글로벌 해운업에 혼란을 야기할 것'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글로벌 해운업계가 오는 20~30년간 2157조원(1조5000억달러)을 투자해야 할 수 있다"며 "해운업계가 지난해 기록적인 수익을 기록했어도 이는 막대한 액수"라고 분석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운임이 조정되면 선사들은 살아남기 위한 경쟁을 해야하기에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경쟁력을 갖추려면 환경 규제에 대응해 나선 투자와 연구 방향을 지켜봐야하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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