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뀐 '감사인 지정제' 빅4에 더 쏠리나... 중견·중소회계법인 "타격 크네"

머니투데이 정혜윤 기자 | 2022.10.19 14:21
(서울=뉴스1) 유승관 기자 =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6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열린 금융감독원장-회계법인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2022.9.6/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어느 정도 예상은 했는데… 내년부터 타격이 좀 클 것 같네요."

한 중견 회계법인 대표가 지난 17일 내년 사업연도 감사인 지정 결과 사전 통지서를 받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 대표는 "(지정 회사)숫자도 20~30% 이상 줄어들고 회사 규모도 눈에 띄게 감소했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주 주기적 지정 등 감사인 지정 결과를 회사와 외부감사인에 각각 사전 통지했다. 등기 우편으로 발송돼 아직 사전 통지서를 못 받아본 업체들도 있지만 조금 빨리 사전통지 결과를 받아든 중견·중소 회계법인의 낯빛은 어두웠다.

2019년 신외부감사법이 시행되며 감사인 지정제가 도입됐다. 감사인 독립성을 확보하고 품질을 높이기 위해 당국이 직접 회사와 감사인을 분류해 급에 맞게 지정해 주는 것이다. 지난해 상장사 지정 비율은 54%로 상장회사의 절반을 넘었다. 그만큼 감사인 지정이 회계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이번에는 지난 9월 만들어진 감사인 지정제 보완 방안이 추가 변수로 작용했다. 올해까지 자산총액 5조원 이상 기업의 지정 감사를 맡아왔던 빅4 대형 회계법인('가'군)이 내년부터 2조원 이상 기업의 감사까지 맡게 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중견·중소 회계법인의 지정 감사 회사 수와 규모는 줄어드는 모양새다.

또 다른 중견 회계법인 대표 역시 "최종 지정은 아니지만 숫자가 한 30% 정도 감소한 것 같다"며 "최근 일반 기업, 빅4로의 인력 유출도 심한 편이어서 지정 회사 개수가 더 많이 줄어든 느낌"이라고 말했다.


지정 감사인을 정하기 위해 당국은 회계법인에 점수를 매긴다. 회계사 수, 경력 기간, 회계감사 매출액 비중, 품질관리지표, 손해배상 능력 등을 기반으로 산정한다.

중견·중소회계법인은 당국이 일부 하향 재지정을 제한한 것도 영향을 줬다고 토로했다. 이 대표는 "작년까지만 해도 사전 통지 이후 본 지정 전에 (기업의) 하향 재지정 신청으로 숫자가 제법 더 늘었는데 이제는 감사 위험이 높은(누적적자, 관리종목, 감리 조치 등) 지정 감사의 하향 재지정도 제한을 둬서 (기업 숫자가 늘어나길) 기대하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당국의 사전 통지 이후 하향 재지정을 통해 중견 회계법인의 지정 감사 기업 비중이 18%p 늘었는데 이번에는 늘어날 여지가 많지 않단 얘기다.

이 대표는 "(바뀐 감사인 지정제로)회계업계 독과점 현상이 심해지고 있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며 "건전한 중견·중소회계업계 육성이 시급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사전 통지를 바탕으로 2주간 개별회사들의 재지정 요청을 받은 이후 다음 달 11일 본 통지를 할 예정이다.

베스트 클릭

  1. 1 나훈아 '김정은 돼지' 발언에 악플 900개…전여옥 "틀린 말 있나요?"
  2. 2 남편·친모 눈 바늘로 찌르고 죽인 사이코패스…24년만 얼굴 공개
  3. 3 동창에 2억 뜯은 20대, 피해자 모친 숨져…"최악" 판사도 질타했다
  4. 4 "욕하고 때리고, 다른 여자까지…" 프로야구 선수 폭로글 또 터졌다
  5. 5 계단 오를 때 '헉헉' 체력 줄었나 했더니…"돌연사 원인" 이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