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방송된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에서는 생후 15개월 쌍둥이를 키우는 결혼 7년 차 부부가 출연했다.
남편은 일하러 나가고, 육아와 집안일에 몰두하던 아내는 지친 듯 숨죽여 우는 모습을 보였다. 퇴근하고 돌아온 남편은 아이들과 잠깐 놀아주고 말았다. 아내는 제작진과 인터뷰에서 "남편은 맨날 누워서 '이거 해', '저거 해' 이런다"고 토로했다.
두 사람은 거의 매일 아이들을 재우고 술을 마시면서 하루를 마무리했다. 아내는 "남편은 365일 중 364일 술을 마신다. 술 마시고 밥솥과 제습기를 던진 적이 있다. 그때 맞고 팔이 찢어져서 아직도 흉터가 있다"며 상처를 보여줬다.
이어 "너무 무서워서 맨발로 뛰쳐나왔다. 이렇게 난폭한 사람은 처음 봤다"며 "헤어지려고 짐을 싸서 나왔는데 남편이 저를 붙잡았다. 그땐 이 사람을 좋아해서 봐줬는데 그러면 안 됐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술과 함께 시작된 두 사람의 대화는 폭언으로 이어졌다. 아내는 "너랑 살면서 성격만 더러워졌다. 사람이 악(惡)해진다"고 말했다. 그때 잠에서 깬 아이가 울었고, 방으로 달려가는 남편에게 아내는 "너 그냥 꺼져버려라"고 했다.
이어 "제가 밥 먹듯이 하는 말이 '죽고 싶다'다. 내 이름으로 생명보험에 가입하려고 문의까지 했다. 그 정도로 내가 위태롭구나 싶었다"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를 지켜보던 MC들과 오은영 박사도 눈물을 보였다.
남편도 치열하게 살고 있었다. 선박 건조 일을 하고 있는 그는 수입이 고정적으로 들어오는 상황이 아니었다. 다니던 조선소가 폐업하고 올해 날씨가 안 좋은 탓에 일 못하는 날이 많아지면서 부부는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었다.
남편은 "많이 벌 때는 500~600만원도 벌었다. 그러다 수입이 없어지고 힘들어서 캐피탈에 손을 댔다"며 "아내와 싸우는 게 겁이 났다. 몰래 캐피탈 대출해서 월급인 척했다. 몇 개월 동안 출근하는 척 찜질방에 갔다"고 고백해 놀라움을 안겼다.
오은영 박사는 "술 문제가 있는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건 첫 잔이다. 첫 잔이 들어가면 멈추기 어렵다. 남편은 술 문제가 심각하다. 이렇게 지내면 두 분은 똑같이 생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술 문제의 가장 큰 원인은 유전이라고. 남편은 아버지의 술 문제 때문에 부모님이 이혼했다며 "제가 생각해도 아버지의 삶과 흐름이 비슷하다"고 털어놨다.
오은영 박사는 "쌍둥이가 크면 '너희 가족 중에는 알코올 문제가 유발되는 유전자가 있다. 평생 술 한 방울도 먹지 마라. 먹기 시작하면 스스로 못 멈출 것'이라고 말해주고 싶다"며 남편에게 술을 끊으라고 강조했다.
아내도 술 마시면 격해진 이유가 있었다. 남편으로부터 아이들을 지키기 위한 방어기제였던 것. 좋은 엄마보다 평범한 엄마가 되고 싶다는 아내에게 오은영 박사는 "좋은 엄마, 나쁜 엄마는 없다. 엄마는 그냥 엄마인 것"이라고 위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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