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롯데 '푸르밀' 사업종료...유업계 "영남우유 사태 현실화"

머니투데이 지영호 기자, 박미주 기자 | 2022.10.17 17:18
신격호 롯데 그룹 총괄회장의 동생인 신준호 푸르밀 회장/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롯데우유를 전신으로 하는 범롯데가 유제품 기업 푸르밀이 다음달 사업을 종료하고 전 직원에 해고통보를 했다. 국내 우유산업이 침체를 거듭하면서 전국단위 유제품 기업이 붕괴된 첫 사례다.

17일 신동환 푸르밀 대표이사는 공고를 통해 다음달 30일자로 푸르밀 사업 종료와 정리 해고를 할 예정이라고 전 임직원에 통보했다. 정리해고 대상은 푸르밀 전 임직원이다.

신 대표는 "사업 종료를 전하게 돼 매우 안타깝고 송구하다"며 "회사는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4년 이상 매출 감소와 적자가 누적돼 내부 자구 노력으로 회사 자산의 담보 제공 등 특단의 대책을 찾아보았지만 현재까지 가시적인 성과가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돼 부득이 사업을 종료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초 50일 전까지 해고 통보를 해야 하나 불가피한 사정에 따라 정리 해고를 결정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1978년 설립된 롯데우유를 모태로하는 푸르밀은 2007년 롯데그룹에서 분사하며 푸르밀로 사명을 바꿨다. 고 신격호 롯데그룹 창업주의 동생인 신준호 푸르밀 회장이 지난해 말 공동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 뒤 둘째 아들인 신동환 대표가 회사를 이끌었지만 적자를 극복하지 못했다. 2018년 15억원의 영업손실을 시작으로 2019년 88억원, 2020년 113억원, 2021년 123억원으로 적자폭이 커졌다.

지난해 말 기준 부채는 723억원으로 전년 동기 596억원보다 크게 늘었다. 자산규모 865억원을 위협할만큼 재무상태가 좋지 않다. 때문에 LG생활건강과 인수협상을 진행했지만 결국 무산됐다.


적자가 증가한 것은 우유 소비 감소 등의 영향으로 분석된다. 1인당 우유 소비량은 2001년 36.5㎏에서 2020년 31.8㎏으로 줄었다. 이 사이 일어난 가장 큰 변화는 저출산이다. 2000년생이 60만명인데 2001년생이 50만명, 2002년생이 40만명대다. 2017년생은 30만명대고, 2019년생은 20만명대다.

여기에 원유 과잉생산과 원유 인상에 따른 재고 부담이 겹치면서 유업체의 수익성도 점차 악화됐다. 사료값, 인건비, 시설비, 운송비 등이 오르는 문제에 대해 정부가 생산비 연동제로 농가의 소득의 보장해 주다보니 기업의 부담이 커졌다는 지적이다.

이런 영향은 이미 7년전에 가시화됐다. 50년 역사가 있는 경북 대표 유업체 영남우유가 2015년 문을 닫은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영남우유는 높은 원유가와 소비부진에 따른 재고 급증으로 폐업을 결정했다.

유업계는 경상권에 영향을 미쳤던 영남우유 사태가 전국단위로 확산됐다면서 위기감이 현실로 나타났단 반응이다. 한 유업계 관계자는 "푸르밀의 사업종료는 원부자재, 인건비, 물류비 증가를 비롯해 저출산 현상으로 (영남우유 사태같은) 유업계 시장의 붕괴가 현실로 드러난 것"이라며 "동종업계 임직원이 어려운 상황(집단해고 사태)에 처한 것을 보니 남의 일이 아닌 듯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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