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과태료 냈으니 맘껏 피우겠다" "신문고 글 올린다"…흡연단속 나가보니

머니투데이 유예림 기자, 김성진 기자 | 2022.10.18 05:00
유 주무관이 17일 오후 2시 50분 경 흡연 단속한 사람의 이름, 주민등록번호, 휴대폰 번호를 단속기에 입력하고 있다./사진=유예림 기자
"과태료 냈으니 저는 한시간 담배 피워도 되죠?"

지난 14일 오후 2시쯤 마포구 보건소의 흡연 단속은 시작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한 20대 남성이 상암동 DMC 문화공원에서 담배를 피우다 걸리자 이희숙 주무관(가명)에게 "단속원님 이름을 알려달라"며 이같이 따졌다. 문화공원은 금연구역이었다. 벤치와 땅바닥 곳곳에 '금연구역' 딱지가 붙어 있었다. 하지만 남성은 아랑곳하지 않는 듯했다.

이 남성은 이 주무관 얼굴을 향해 2초가량 흰 담배 연기를 내뿜었다. 동시에 뱉은 말.

"국민신문고에 글을 넣을게요."

단속 일을 한 지 7년이 넘었지만 금연구역에서 흡연을 하고도 화를 내는 사람들에게는 아직도 적응이 안된다. 이 주무관은 "아들뻘 되는 사람이 저렇게 행동하면 당연히 화난다"며 "화를 참느라 밥이 안 넘어갈 때도 있다"고 했다. 이 주무관에게는 올해 스물아홉살 자녀가 있다.

50대 김지형 주무관(가명)도 10m 떨어진 곳에서 흡연자를 적발했다. 한 흡연자는 "(공원이) 금연구역인지 정말 몰랐다"며 "여기서 다른 사람도 많이 피우기 때문"이라고 했다. 사무실 동료로 보이는 옆 남성은 전자담배를 주머니에 숨겼다.

문화공원에는 2~3m 간격으로 담배 꽁초가 떨어져 있었다. 20분여분 동안 문화공원에서만 4명이 적발됐다. 두 주무관은 쉴 틈 없이 업무용 차를 타고 다음 목적지인 서부운전면허시험장으로 향했다. 오전과 오후 3시간씩 흡연단속을 해야 한다. 한번에 평균 3~4곳씩, 많게는 7곳씩 단속한다.

유 주무관이 17일 오후 3시경 서울 마포구 보건소 앞 벤치에 금연 안내 스티커를 부착하고 있다. 단속원들은 흡연 단속뿐 아니라 이렇게 안내 문구 정비 등의 활동도 함께 하고 있다./사진=유예림 기자
비흡연자인 이 주무관과 김 주무관에게 담배 냄새를 맡아가며 단속을 하는 것은 고역이다. 흡연자를 많이 만난 날 저녁은 목이 아프기 일쑤라고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잦은 폭언·폭설이 단속원들을 심적으로 지치게 한다고 한다. 언젠가 이 주무관은 흡연자가 욕을 해서 '지금 욕한 거냐' 항의한 적이 있다. 그러자 흡연자는 '내가 언제 당신에게 욕했느냐'며 '혼잣말이었다' 잡아뗐다고 한다. 김 주무관도 "금연 구역 밖에서 담배를 피워달라고 하면 '네' 말만 하고 계속 피우며 무시하는 흡연자들이 있다"고 했다.

단속원이 흡연자에게 폭행당하는 일도 간혹 발생한다. 지난달 26일 서울 강북구 수유역에서 한 중년 흡연단속원이 20대 여성에게 폭행당하는 일이 있었다. 여성은 흡연을 지적받자 '니킥'하듯 단속원을 여러 차례 걷어찼다가 아예 가방을 붙잡고 8차례 머리를 때렸다.
현행법상 공무원을 때리면 공무집행방해죄로 처벌받는다. 하지만 단속원들은 경찰관과 달리 상대를 제압할 신체 능력이나 장비가 없어서 현장 대응이 쉽지 않다. 이 주무관은 "언젠가 단속에 불만을 품은 흡연자가 보건소 사무실까지 찾아와 난리를 쳤지만 참는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대다수 흡연 단속원이 기간제 공무원인 점도 단속원들을 위축시킨다. 적잖은 흡연자들이 단속에 불만을 품고 국민신문고 등을 통해 민원을 제기한다. 한 흡연자가 이틀 동안 신문고 민원 14건을 접수한 적도 있다고 한다. 주기적으로 계약을 갱신해야 하는 단속원들로서는 민원이 신경 쓰일 수밖에 없다. 이 주무관, 김 주무관은 5년마다 계약을 갱신한다.

이 주무관은 "대답만 잘못해도 괜히 문제의 소지가 생길까 봐 일일이 대응을 못 한다"며 "욕하지 말라는 말만 하고, 들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베스트 클릭

  1. 1 '싸구려 중국산' 무시하다 큰 코…이미 곳곳서 한국 제친 지 오래
  2. 2 "결혼 누구랑? 어떻게 그럴 수 있어" 허웅이 남긴 '미련문자' 공개
  3. 3 제복 입고 수감자와 성관계…유부녀 교도관 영상에 영국 '발칵'
  4. 4 허웅 "치료비 달라는 거구나"…"아이 떠올라 괴롭다"는 전 여친에 한 말
  5. 5 "보는 사람 없어, 한 번만"…알바생 수차례 성폭력한 편의점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