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기 평택에 있는 SPC그룹 계열 SPL(에스피엘) 제빵공장에서 20대 근로자가 소스 배합기에 몸이 끼어 숨진 사고와 관련해 고용노동부가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법) 수사에 착수하는 한편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 나섰다. 고용부는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뿐 아니라 구조적 문제까지 파악해 위법사항에 대해 엄정하게 조치할 계획이다.
17일 고용부에 따르면 지난 15일 오전 6시20분쯤 SPC 계열 SPL 평택공장에서 근무 중이던 근로자 A씨(23)가 샌드위치에 들어가는 소스를 혼합하는 혼합기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A씨는 혼합기에 상체가 끼어있는 상태로 발견돼 현장에서 사망했다.
A씨는 높이 1m가 넘는 혼합기에 식자재를 넣어 샌드위치 소스를 만드는 작업을 하는 도중 사고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에는 A씨 외에 다른 근로자 1명이 있었지만, 해당 직원이 자리를 비운 사이 사고가 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입사한 지 3년이 채 되지 않은 원청 근로자로, 어머니와 동생 등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고용부는 사고가 발생한 SPL 평택공장에 경기지청과 평택지청 근로감독관을 즉시 파견하고, 사고 수습과 재해 원인 조사를 시작했다. 또 사고가 발생한 공장의 혼합기 9대 가운데 혼합기 덮개를 열면 자동으로 기계가 멈추는 장치인 자동 방호장치(인터록)가 없는 혼합기 7대를 사용하는 작업에 대해 작업 중지 명령을 내렸다. 이후 류경희 고용부 산업안전보건본부장이 당일 오후 현장을 방문한 뒤 재해 원인이 정확하게 밝혀지기 전까지 자동 방호장치가 있는 혼합기 2대도 추가로 작업을 중단하라고 지시했다.
아울러 고용부는 이번 사고와 관련해 안전보건관리책임자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와 경영책임자의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에 대한 수사도 곧바로 착수했다. SPL은 상시근로자 50인 이상으로 중대재해법 적용 대상이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지난 16일 A씨의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가족을 부양하는 사회초년생 청년 근로자에게 일어난 사고라 너무 안타깝고 비통한 심정"이라고 밝혔다.
이어진 유가족과의 면담에서는 "철저한 원인조사와 엄정한 수사를 통해 사고에 대한 책임 소재를 명확하게 규명하겠다"며 "사고경위를 파악하는 과정에서 사업장의 안전보건 관리체계 등에 문제가 없는지 철저히 확인하고 유사한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유사 사고 방지를 위해 고용부는 현재 평택공장에서 사고가 발생한 기계와 유사한 기계들이 다른 사업장에 얼마나,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현황을 파악 중이다. 이후 사고 원인 분석이 끝나고 난 뒤 구체적인 재발 방지 계획을 세운다는 방침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기계 정비 중 사고는 자주 일어날 수 있지만 작업 중 사고는 흔하지는 않다"며 "수사를 지켜본 다음 원인이 파악돼야 재발방지 계획을 세울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유사 기계를 사용하는 사업장에도 위험성을 알리고 사업자 스스로가 안전 상태를 확인할 수 있도록 알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SPL 평택공장은 정부의 '일자리 으뜸기업'으로 선정돼 그 포상으로 2020년부터 올해까지 3년동안 정기근로감독 면제 대상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해 고용부 관계자는 "정부 정책을 모범적으로 이행한 기업에 정기 근로감독을 유예하더라도, 노동법 위반 등 근로감독이 필요한 경우 수시·특별감독 등을 실시하고 있다"며 "근로자 안전과 관련된 산업안전분야 감독은 정기근로감독 면제와 상관없이 실시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 면제 대상기업에 대해 더욱 엄격한 선정기준을 적용하고 사후 관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추가적인 제도 개선을 할 것"이라며 "근로자 생명과 안전, 기본적인 노동권 보호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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