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그래도 카카오뱅크를 응원한다

머니투데이 이학렬 금융부장 | 2022.10.18 03:18
한때 국민주라고 불린 카카오뱅크 주가가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다.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에 밀리기 시작하더니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보다 시가총액이 더 적어졌다.

카카오뱅크 주가가 떨어지는 건 뭐니뭐니해도 주식시장 약세 때문이다. 한국 주식시장은 물론 전세계 주식시장이 떨어지고 있는데 카카오뱅크만 독야청청하기 어렵다. 주식시장이 하락하는 건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큰 이유 중 하나는 금리 상승이다. 투자자들이 추구하는 기대수익률은 연 5%(최근 인플레이션을 고려하면 높아질 가능성은 있다) 안팎이다. 과거엔 예금이나 채권투자로 이같은 수익이 불가능했다. 하지만 지금은 국채나 공기업 채권에 투자해도 원하는 만큼의 수익을 거둘 수 있다. 저축은행에선 연 5%를 훌쩍 넘는 예금상품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시중은행 예금도 5%에 육박하고 있으니 '역머니무브'가 가속화된다.

'카카오' 그룹사라는 점도 카카오뱅크 주가 하락에 영향을 줬다. 카카오뱅크는 카카오톡을 통해 가입자를 직접 모집하진 않았지만 노란색, 라이언(카카오프렌즈) 등 카카오 브랜드를 활용해 커왔다. 브랜드 파워는 성장 때와 마찬가지로 역성장에도 영향을 미친다. 현재 카카오는 '쪼개기 상장', '먹튀'라는 부정적 단어와 어울리고 있다. 게다가 지난 주말에 터진 '카카오 먹통' 사태로 카카오 브랜드 평판과 가치는 더욱 떨어졌다. "쪼개기 상장에 집중하더니 '서버 쪼개기 분산'엔 신경도 쓰지 않는다"라는 조롱까지 나왔다. 카카오뱅크는 카카오톡 등 카카오 서비스처럼 완전히 먹통이 되진 않았지만 카카오와 관련된 일부 기능은 제대로 되지 않아 카카오 먹통 사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카카오 브랜드 위험은 카카오뱅크가 상장 당시 꼽은 주요 회사 위험이기도 하다. 카카오뱅크는 "'카카오' 브랜드의 평판과 가치를 손상시키는 특정 이벤트가 발생할 경우 카카오뱅크의 고객과 제휴관계가 있는 비즈니스 파트너와의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카카오뱅크 사업성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투자자들에게 경고했다.


카카오뱅크가 가지고 있는 플랫폼 비즈니스에 대한 믿음이 약해지고 있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 카카오뱅크가 상장 직후 시가총액 30조원에 이르렀을 때 투자자들은 카카오뱅크를 '은행'이 아닌 '플랫폼' 회사로 봤다. 최근엔 카카오뱅크가 플랫폼 비즈니스에서 이익을 내는 플랫폼 회사가 아니라 이자이익이 주된 이익인 '은행'일 뿐이라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카카오뱅크의 이자수익은 2929억원인 반면 플랫폼 수익은 216억원이다. 이자수익 비중은 79%인 반면 플랫폼 수익을 비롯한 비이자수익 비중은 21%였다. 같은 비교일 수 없지만 신한금융은 상반기 실적 발표 자료를 통해 이자부문 이익(경비차감전 영업이익 기준)이 5조1317억원이고 비이자부문 이익은 1조8415억원이라고 밝혔다. 신한금융의 비이자부문 이익비중은 26%로 카카오뱅크보다 높다.

인터넷전문은행으로서의 혁신을 보여주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나온다. 카카오뱅크는 세이프박스, 모임통장, 26주 적금 등 다양한 수신상품으로 혁신을 보여줬다. 다양한 제휴사를 통한 26주적금만으로 2020~2021년 총 180만좌가 개설되는 성과를 보였다. 하지만 다른 상품에선 '혁신' 농도가 짙지 않다. 게다가 새로운 사업자인 토스뱅크는 물론 기존 은행들도 다양한 혁신 상품과 서비스를 내놓으면서 '혁신'이 카카오뱅크의 전유물이 아님을 보여줬다.

그럼에도 카카오뱅크엔 희망이 있다. 카카오뱅크 직원들은 주가 하락으로 카카오뱅크 주주 못지 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주가 하락으로 직원들이 침울해할 것이란 예상과 달리 '우리가 무너지면 금융 혁신의 불꽃도 사그라진다'라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혁신에 목말라하는 카카오뱅크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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