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쟁·막말' 국감의 민낯… 국회의원 '징계안'만 쏟아낸다

머니투데이 서진욱 기자 | 2022.10.16 15:40

[the300]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2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빌딩 컨벤션홀에서 대한민국, 길을 묻다 : 도전과 전환을 주제로 열린 '2022 국민미래포럼'에서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2.10.12/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회가 국정감사를 진행 중인 가운데 여야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한미일 군사훈련, 감사원의 대통령실 보고 논란, MBC의 윤석열 대통령 비속어 보도 등을 둘러싼 정쟁이 심화하면서 여야 관계가 전면전 양상으로 전개됐다. 상대 당 의원들의 발언이나 행적을 문제 삼으며 징계안을 남발하는 촌극도 벌어졌다.


양당 이끄는 이재명·정진석 '징계안' 발의… 한미일 軍훈련 정쟁 후폭풍


국민의힘 김희곤 원내부대표(왼쪽)와 김미애 원내대변인이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징계안을 제출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2.10.14/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16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달 발의된 의원 징계안은 총 7건이다. 13일 4건, 14일 3건이 발의됐다. 4건은 국민의힘, 3건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에 대한 징계를 요구하는 안건이다.

양당을 이끄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모두 징계 요구 대상이 됐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대표가 대선 직후 방위산업체 주식을 매입하고서 국방위원회에 1순위로 지원해 국방위원으로 활동한 점을 문제 삼았다. 최근 이 대표는 한국조선해양 1670주, 현대중공업 690주 등 2억3125만원 투자한 사실이 드러나 이해충돌 논란에 휩싸였다. 이 대표는 여당의 공세가 거세지자 13일 오전 해당 주식을 전량 매각했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오른쪽)과 전용기 원내대표 비서실장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친일 발언'에 대한 징계안을 의안과에 제출하고 있다. 정 비대위원장은 지난 11일 페이스북을 통해 '조선은 안에서 썩어 문드러졌고, 그래서 망했다', '일본은 조선 왕조와 전쟁을 한 적이 없다' 는 글로 논란이 일었다. 2022.10.13/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진석 비대위원장은 이 대표의 한미일 군사훈련 비난에 반박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조선 망국 이유' 발언 때문에 민주당의 징계 요구를 받았다. 정 위원장은 11일 페이스북에 "조선은 왜 망했을까? 일본군의 침략으로 망한 걸까? 조선은 안에서 썩어 문드러졌고, 그래서 망했다. 일본은 조선왕조와 전쟁을 한 적이 없다"고 밝혀 식민사관 논란에 휩싸였다.

이 대표와 정 위원장 징계안은 한미일 군사훈련을 두고 벌어진 극심한 여야 갈등의 결과물이다. 상대 당의 주장을 무너뜨리고 부정적인 여론을 일으키려는 의도로 징계안을 발의했다는 분석이다.


'국감장 막말'에 경쟁적으로 징계안 발의… 30건 중 징계는 김기현 '유일'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정보통신산업진흥원, (부설)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한국인터넷진흥원,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2022.10.11/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감장에서 나온 막말을 사유로 한 징계안도 쏟아졌다. 민주당과 정의당 의원들은 김제남 한국원자력재단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하다 막말 논란에 휩싸인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징계를 요구했다. 권 의원은 7일 과방위 국감에서 김 이사장이 직을 유지하는 점을 비판하면서 "차라리 혀를 깨물고 죽지 뭐 하러 그런 짓을 하냐"고 비난했다. 김 이사장의 사과 요구에도 해당 표현의 주체가 자신이라며 거부했다.


같은 당 윤창현 의원은 4일 정무위 국감에서 "이스타항공 인사 채용 관련 자료를 보면 야권 인사들로부터 청탁받은 정황이 의심된다", "양기대 의원이 등장하는데 이분은 132명 중 106등을 했고, 이원욱 의원은 70명 중 40등이다"고 말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윤 의원의 발언이 양기대·이원욱 의원이 채용 비리에 연루된 것처럼 허위사실을 유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철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농림축산식품부 및 소관기관 종합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2020.10.23/뉴스1

민주당에선 노웅래·주철현·김교흥 의원이 징계안 대상이 됐다. 주철현 의원은 6일 농해수위 국감에서 북한 피격 사망 공무원 이대준씨 관련 질의에서 "어떻게 쓰레빠 계단에 벗어놓고 구명조끼 입고 부유물 타고 가는 그런 실족사가 어디에 있냐?", "공무원이 직장에서 근무하다가, 근무시간 중에 도망쳐 딴 데서 딴 뻘짓거리 하다가 사고를 당해 죽은 경우도 똑같이 이게 마치 공상 인정하자는 것과 마찬가지 이야기"라고 말했다.

노웅래 의원은 12일 환노위 국감에서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장에게 "김 위원장은 한마디로 맛이 갔던지 제정신이 아니다"고 말해 모욕 논란에 휩싸였다. 4일 행안위 국감에서 이만희 의원에게 "버르장머리가 없잖아, 지금", "어디 감히 의원 발언에 대해"라고 말한 김교흥 의원도 국민의힘의 징계 요구를 받았다.

의원 징계안을 심사하는 소관 상임위는 윤리특별위원회다. 21대 국회 들어 발의된 의원 징계안은 총 30건이다. 이 중 의결된 사례는 올해 4월 26일 법사위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처리 과정에서 위원장석을 점거한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징계안이 유일하다.

김 의원 징계안은 윤리위 심사 없이 본회의에 직접 상정돼 의결됐다. 이에 따라 김 의원은 30일 출석정지 처분을 받았다. 김 의원은 헌법재판소에 징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및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했다. 헌재는 6월 3일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고 권한쟁의 심판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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