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쓰러지면 다음은 韓" 수출시장 덮치는 슈퍼엔저 그림자

머니투데이 세종=안재용 기자, 유효송 기자 | 2022.10.14 05:00
미국 달러화 대비 일본 엔화 가치가 1998년 8월 이후 24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 환율 효과로 올해 한국의 1인당 GDP(국내총생산)가 일본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나오지만, 한국으로선 엔저가 반갑지 만은 않다. '슈퍼 엔저' 현상이 장기화되면 한국산 제품의 상대적인 가격 경쟁력이 약화돼 이미 적자로 돌아선 경상수지에 추가로 부담이 된다. 엔화 가치 하락이 아시아 시장 전반에 대한 불안 심리를 키워 우리나라의 외환·금융시장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된다.

13일 도쿄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전일대비 0.47% 오른(엔화 가치 하락) 146.253엔에 마감됐다. 엔/달러 환율은 전일 장중 146.3엔을 넘어서기도 했다. 1998년 8월 이후 2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IMF(국제통화기금)에 따르면 한국의 올해 1인당 명목 GDP 전망치는 4267만1062원, 일본의 올해 1인당 명목 GDP 전망치는 441만2287엔으로 추산됐다. 100엔당 973원인 이날 오후 환율을 적용하면 올해 일본의 1인당 GDP 전망치는 약 4293만1557원으로, 한국의 1인당 GDP 전망치와 불과 26만원 밖에 차이가 안 난다.

현 수준에서 원화 대비 엔화 가치가 0.6% 이상 떨어져 100엔당 967원 아래로 내려가면 한국의 올해 1인당 GDP가 일본을 앞지를 가능성도 있다. 달러 대비 엔화 가치는 연초 대비 약 26.6% 절하됐다.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같은 기간 19.5% 하락했다. 달러화 가치만 상승하는 '킹달러' 현상에 양국 통화 가치 모두 크게 하락했으나 엔화 가치 하락 폭이 더 크다.

환율 효과로 올해 한국의 1인당 GDP가 일본을 제치더라도 현실적으론 반길 일이 아니다. 엔저 현상이 장기화되면 한국 제품의 일본 제품 대비 상대적 가격경쟁력이 떨어져 수출에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종윤 전 한일경제협회 부회장은 "에너지와 식량 등 외부요인이 크지만 무역수지가 적자인 상황에서 떨어진 수출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1차적인 목표가 돼야 하는 상황"이라며 "일본이 엔저가 되면 수출 경쟁력에 바로 영향을 미치는데 지금 원화가치가 상승하면 현 상황에서는 무역수지 적자가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엔/달러 환율이 추가로 상승하는 경우 아시아 외환시장 전반의 변동성이 확대될 우려도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엔화와 위안화의 가치급락이 아시아 국가의 금융시장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글로벌 펀드들이 아시아 지역 전체에서 자금을 뺄 우려가 있다는 얘기다. 이 경우 1400원대인 원/달러 환율 역시 추가 상승할 수 있다.

이지평 한국외국어대학교 특임교수는 "미국으로 자금이 빨려들어가는 게 심해지면서 엔저도 나타나고 원화도 약세가 됐는데 만약 아시아 중 취약국가가 위기국면을 보이면 그 영향이 한국이나 일본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긴축 정책에 발맞춰 기준금리를 올리는 주요국들과 달리 일본은행(BOJ)은 여전히 기준금리를 -0.1%로 동결하면서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GDP 대비 230%가 넘는 국가부채를 고려할 때 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 부담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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