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빛나라 변호사의 법률칼럼] "자살을 산재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머니투데이 김재련 기자 | 2022.10.13 17:37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20년 전체 자살자 수 1만 2,776명 중 492명이 직장 또는 업무상 문제가 원인이었다. 이에 반해 2020년 근로복지공단에서 산재로 인정받은 자살자 수는 87명이었다고 알려졌다. 이러한 통계자료를 보면, 업무상 사유로 인한 자살이 산재로 인정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해 신청하지 않는 경우도 상당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자살은 어떤 경우에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어 산재보험법상 보험급여를 지급받을 수 있을까. 산재보험법에서는 자해행위와 이로 인한 결과인 자살 자체는 원칙적으로 업무상 질병으로 보지 않으나 예외적으로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하고 있다.

산재보험법은 부상·질병·장해 또는 사망이 "정상적인 인식능력 등이 뚜렷하게 낮아진 상태"에서 한 행위로 발생한 경우로서 ①업무상의 사유로 발생한 정신질환으로 치료를 받았거나 받고 있는 사람이 정신적 이상 상태에서 자해행위를 한 경우 ②업무상의 재해로 요양 중인 사람이 그 업무상의 재해로 인한 정신적 이상 상태에서 자해행위를 한 경우 ③그 밖에 업무상의 사유로 인한 정신적 이상 상태에서 자해행위를 하였다는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 경우에 해당하면 업무상의 재해로 본다.

그러므로 자살을 산재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자해행위 또는 자살 전의 "정상적인 인식능력 등이 뚜렷하게 저하된 상태" 또는 "정신적 이상상태"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므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오빛나라 대표변호사/사진제공=오빛나라법률사무소
사건 발생 이전의 재해자의 정신적 이상상태에 대해서는 포괄적으로 판단해야 하므로 의무기록, 과거력, 평상시의 행동 및 심리적 변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사건 발생 이전 병원 방문 기록이 있는 경우 의사와 면담 일지를 포함한 의무기록을 모두 살펴보고, 사건 발생 이전의 정신적 이상상태를 기준으로 업무와 관련한 위험요인을 파악해야 한다.

사건 발생 이전 병원 방문 기록이 없는 경우에는 이메일, SNS, 일기, 유서, 메모 등 당시의 심리적 상태를 판단할 수 있는 자료를 최대한 확보하고 가족, 직장 동료 및 상사, 친구 등 지인들의 진술을 통해 심리적 상태와 사회적 기능(회사생활과 일상생활)에서의 변화, 체중 및 수면, 식이의 변화 등을 파악하는 게 필요하다.

자살을 산재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업무 관련성이 중요한 기준이지만, 이를 판단하는 게 쉽지 않다. 업무 관련성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사건 자체의 강도와 크기 등 객관적 조건뿐만이 아니라 근로자의 주관적 충격의 정도를 감안하며, 사건 발생 이후 처리과정에서 적절한 지원과 지지, 근로자의 보호가 가능한 체계였는지, 스트레스가 가중되는 과정 등을 파악하여 주요 스트레스 요인의 심각도를 확인해야 한다.


또한 주요 우울장애와 관련하여 높은 직무요구도, 낮은 사회적 지지, 노력-보상 불균형, 직무불안정성, 위협 및 폭력, 불공정성 등이 일반적으로 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장시간 근로, 해고의 경험 등도 주요우울장애와 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일본 등의 경우에서 업무 관련성 판단에 있어서 인정하는 위험요인이다.

동일한 업무상 스트레스 요인에 노출되었다고 하더라도 사건 발생 이후 대응조치의 적절성이나 대응과정에서의 어려움에 따라 스트레스가 가중될 수 있다. 또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해당 사건에 노출되는 경우에도 스트레스가 가중되며 사건 후의 상황이 지속되는 정도를 감안하여 스트레스 수준을 판단해야 한다.

사례를 살펴보면 △장기간 입원을 요하거나 원직장 복귀가 곤란한 수준의 질병이나 부상이 발생한 경우 △타인에게 장기간 입원을 요하거나 원직장 복귀가 곤란한 수준의 부상을 입게 하고 사후 대응에도 관련하게 된 경우 △타인의 질병과 부상이 중증이 아니더라도 사후대응에서 많은 대가를 치르게 된 경우 △회사의 도산 또는 큰 폭의 실적 악화, 신용 하락 등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실수를 했고 사후 대응에도 관련하게 된 경우 등이 있다.

또한 △실수의 정도가 약하더라도 사후대응에서 징계, 강등, 월 급여를 넘는 배상책임을 추궁받게 되는 등의 불이익(패널티)을 부과받고 직장 내 인간관계가 현저히 악화된 경우 △퇴직 의사가 없음을 표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집요하게 퇴직을 요구받은 경우나 공포감을 주는 방법을 사용한 퇴직 권유를 당한 경우 △부하직원에 대한 상사의 언행이 업무지도의 범위를 벗어나 있으며 그 가운데 인격이나 인간성 모독을 하는 것과 같은 언행이 포함되며, 집요하게 이루어진 경우 △동료 등에 의한 여러 사람이 결탁해 인격이나 인간성을 모독하는 언행을 집요하게 했던 경우 △치료를 필요로 하는 정도의 폭행을 당한 경우 등은 업무 스트레스 수준이 높은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업무 스트레스 종류 및 유형, 강도는 구체적인 사건마다 다르다. 자살을 산재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고인이 겪었던 업무 스트레스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들을 최대한 확보하고, 이를 객관적으로 분석하는 것이 중요하다. /글 오빛나라 대표변호사(오빛나라 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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