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기 신도시 재정비 마스터플랜 수립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시장은 잠잠하다. 1기 신도시 재건축 추진 가능성에 투자처로 주목 받았던 분당, 일산 재건축 추진단지들은 오히려 금리 급등과 시장 침체 등에 거래가 끊어지거나 급매물도 늘었다. 전문가들은 공급을 통한 시장 안정화를 위해서는 시장 분위기와 상관없이 용적률 상향 등 지금보다 속도를 내야 한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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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침체 두 달새 1억 빠져…급매 물건도 늘어 ━
고양시 일산에서 가장 빠르게 재건축이 추진되는 단지는 백송마을5단지풍림삼호아파트다. 지난 8월 재건축 연한인 30년이 지났으며 해당 단지의 재건축 추진위원회는 안전진단 신청을 한 상태다. 백송5단지 전용 84㎡는 올 5월 6억2000만원에 거래됐는데 현재 5억원대 후반의 급매 물건들이 나와 있다.
A대표는 "1기 신도시에 대한 기대감이 컸을 때는 매도 물건이 많지 않았다"면서 "최근에 매물들이 늘고 빠르게 집을 처분해야 하는 집주인들이 가격을 낮추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경기도 성남시 서현동에서 가장 빠르게 재건축이 추진되는 단지 중의 하나인 시범한양도 거래가격이 빠지고 급매물이 등장했다. 전용 59㎡는 올 5월 11억5000만원에 거래돼 지난 3월(12억5000만원)보다 1억원이 빠졌다. 시장에는 10억원 중반대의 급매 물건들이 나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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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계적 추진 불가피…"하루라도 빨리 추진해야" ━
시장에서는 정비사업 인허가 절차 간소화, 용도지역 종상향 등 비교적 빠르게 추진할 수 있는 방안을 두고 정부가 시간 끌기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회의적인 반응도 있다. 시장 안정화를 위한 공급이라는 측면에서 속도전이 중요하다는 조언도 나온다.
박합수 건국대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1기 신도시는 기본적인 생활 인프라가 기존에 다 있기 때문에 통합 재건축 여부, 용적률 상향, 고밀도 개발 등에 대한 빠른 결정으로 충분히 시간을 당겨 추진할 수 있다"면서 "어차피 이주 문제 등으로 인해 1차~4차 등 단계적·순환 개발이 필요하기 때문에 공급을 통한 부동산 시장의 안정화를 위해서는 (현재 정부의 계획보다) 빠르게 진행하는 게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는 1기 신도시 재정비는 단순 정비사업이 아닌 새로운 도시 모델을 제시하는 과제이며 인구구조 변화, 4차 산업혁명, 기후변화 등을 고려한 새로운 개념의 도시계획과 기반 시설 확충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신도시 주민들의 요구를 감안해 마스터플랜 수립과 함께 신속한 재정비를 추진할 수 있는 특별법 제정도 함께 진행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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