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10살 때 발생했던 "아마겟돈"의 위기 [광화문]

머니투데이 김주동 국제부장 | 2022.10.13 04:03
쿠바의 산 크리스토발 미사일 발사 기지를 담은 항공사진 /출처=존 F. 케네디 도서관(미국 국무부 홈페이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러시아 핵 위협에 대한 지난 7일 발언이 시끄러웠다. 전쟁 불안감을 더 키운 말은 이랬다. "우리는 쿠바 미사일 위기 이후 (지금처럼) 아마겟돈(선과 악의 최후의 전쟁) 전망에 직면한 적이 없다."

백악관이 서둘러 불끄기에 나섰는데, 오히려 그 발언에 담긴 '쿠바 미사일 위기'가 다시 주목받는다. 이는 꼭 60년 전인 1962년 10월 16일부터 쿠바를 사이에 두고 미국과 소련(현 러시아)이 대치한 13일 기간을 가리킨다. 며칠 전 70번째 생일을 맞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열 살 때다.

#1962년 상황. 당시 미국은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 정권을 전복시키려 했으나 실패했다. 위협을 느낀 쿠바는 소련와 가까워졌다. 미국은 9월 정찰기를 통해 쿠바에 소련 IL-28 폭격기 등이 있는 것을 확인했는데, 한 달 뒤엔 중거리 미사일 기지가 건설 중인 모습도 보였다. 미국이 사정권에 놓일 상황이었다.

10월 16일 딘 러스크 미국 국무장관은 존 F. 케네디 대통령에게 보고하며 "심각한 진행"이라고 했다. 니키타 흐루쇼프 소련 서기장이 터키(튀르키예)에 배치된 미국 핵무기 주피터 미사일에 공포를 느껴 맞대응한 것일 수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당시 미국은 몰랐지만 소련은 이미 규모가 작은 전술핵무기를 쿠바에 배치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백악관 내에선 공격을 주장하는 강경파도 있었지만 케네디는 중도였다.

22일 케네디 대통령은 쿠바에 대한 해상봉쇄를 단행해 미사일 진입을 차단했다. 또 흐루쇼프 서기장에게 서한을 보내 쿠바 내 미사일 기지를 해체하고 되갖고 갈 것을 요구했다. 양국 정부간 첫 번째 접촉이었다. 하지만 24일 소련의 흐루쇼프는 해상봉쇄 조치를 "침공 행위"로 간주하고 쿠바행 소련 선박을 그대로 가게 했다.

미국은 전쟁 준비를 했고 케네디도 상황에 비관적이었지만, 26일 그는 외교에 조금 더 시간을 쓰기로 했다.

이날 오후 소련으로부터 미국이 쿠바를 침공하지 않는다면 미사일을 뺄 수 있다는 제안이 들어왔다. 다음 날 흐루쇼프는 튀르키예의 주피터 미사일 제거도 포함해야 한다며 추가 제안을 했다.


케네디는 유엔의 감시 하에 쿠바 내 소련 미사일을 제거하고 미국은 쿠바 공격을 하지 않음을 보장하는 안을 꺼냈다. 또 물밑 접촉을 통해 튀르키예에서 주피터 미사일을 원래 철거할 계획이었으며 곧 실행할 것이라고 소련에 전했다. 소련은 이를 받았다.

28일 흐루쇼프는 쿠바 내 소련 미사일을 제거하겠다고 발표하며 갈등이 풀려갔다. 이후 미·소 사이엔 '핫라인'이 개설됐고 '부분적 핵실험금지조약'으로도 이어졌다.

소통을 접지 않은 결과였다. 케네디 대통령은 "많은 이들은 평화가 비현실적이라고 본다. 이는 전쟁을 피할 수 없고, 인류가 파멸한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흐루쇼프 서기장도 "누가 이겼냐고? 이성, 안보와 국민이라는 대의명분의 승리"라고 평했다.

#현재. 발발 8개월을 향해 가는 우크라이나 전쟁은 격화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영토 수복을 외치며 일정 성과를 내고 있고,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는 총사령관을 바꾸고 추가 병력까지 동원해 강경 태세다.

지난 봄 들리던 양국의 협상 소식은 끊겼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 협상할 수 없다고 못박았고, 러시아도 마찬가지 입장이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주요 무기 지원국인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은 다음 달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때 푸틴 대통령과의 회담을 반대한다.

세계에 큰 악영향을 주고 있는 이번 전쟁은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문제를 조율할 창구도 부실한 가운데 말폭탄만 이어진다. 대표적인 핵전쟁 위기 사례인 60년 전 일이 남긴 교훈은 상대를 비난하더라도 소통은 접지 말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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