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NAVER)·카카오가 과거의 영광을 되찾으려면 새 경영진의 리더십에 대한 시장 신뢰가 필수적이다. 이런 점에서 전문가들은 양사의 지배구조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지난 연말 기준으로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GIO(글로벌투자책임자)의 지분율은 3.71%다. 최대주주인 국민연금(8.94%)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지분율이지만 사실상 네이버 사령탑으로 통한다. 반대로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은 최대주주(13.26%)지만 경영일선을 떠났다. 공동체 주요 경영사항에 두 창업자가 얼마나 관여하는지는 베일에 싸여 있다.
이에 대해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 원장은 "글로벌 빅테크는 지배구조나 의사결정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되지만, 네이버·카카오는 소유와 경영이 완벽히 분리됐는지 상장이나 M&A와 같은 중요 의사결정은 어떻게 이뤄지는지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위기 상황일수록 경영 투명성을 높여야 시장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유 원장은 "과거 재벌의 불투명한 지배구조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이었던 만큼, 성장기업들은 글로벌 스탠더드에 준하는 지배구조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역시 오늘날의 위기가 지배구조와 연관된다고 봤다. 위 교수는 "네이버는 이 GIO의 리더십이 지나치게 견고해 새로운 변화가 어려운 반면, 카카오는 김 센터장이 빠지면서 '자중지란'(自中之亂)이 발생하는 모습"이라고 꼬집었다. 구원투수로 투입된 현 경영진의 경영능력과 독립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최근 네이버가 미 C2C(개인간거래) 플랫폼 '포쉬마크' 인수를 발표하자 '패닉셀링'(공포매도)이 이어진 것도 경영진에 대한 신뢰와 무관치 않다. 네이버의 미래비전을 충분히 소통하지 않은 상황에서 보유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의 80%를 쏟아부으니 혼란이 가중됐다는 지적이다.
유 원장은 "내부 검토 결과 굉장한 시너지가 예측돼 '다소 비싸다'란 우려에도 인수를 추진키로 했다는 강력한 메시지가 나와야 한다"라며 "사업 전략상 모든 걸 밝히긴 어렵겠지만 지금은 명확한 소통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런 상황이라면 주주총회에서 '인수 때문에 주가가 떨어졌다'는 비판이 빗발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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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공로는 잊고 잘못만 부각…규제 프레임 바꿔야━
유병준 서울대 경영대 교수는 "플랫폼의 공(功)은 저평가되고 과(過)만 증폭되는 현실"이라며 "국가대표 선수를 키워 미·중 글로벌 기업과 싸워야 하는데 현실은 플랫폼 죽이기"라고 꼬집었다. 이어 "플랫폼의 '매칭'으로 발생하는 부가가치를 간과하는 것 같다. 플랫폼이 단순 수수료만 가져가는 게 아니라 더 많은 부를 창출하는 걸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승민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어려운 대외환경 속에 플랫폼 기업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기보단 규제 프레임으로 접근하는 게 문제"라고 진단했다. 또 "미국과 달리 국내에선 차등의결권이 없어 경영권 위협을 받지 않으면서도 자금을 조달하려면 물적분할이 불가피한 경우도 있다. '쪼개기 상장'이라 무조건 비판할 게 아니라 다각도로 검토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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