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기준금리' 부동산시장 충격…"급급매 아니면 안 팔릴 것"

머니투데이 유엄식 기자 | 2022.10.12 12:04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시내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제공=뉴시스
한국은행이 12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하면서 10년 만에 3%대 기준금리 시대가 열렸다. 이에 따라 부동산 시장은 더 얼어붙을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매수심리는 금리인상 기조가 바뀔 때까지 회복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대출 의존도가 높은 중저가, 소형 아파트 가격하락 폭이 커서 중산층의 타격이 더 클 수 있다는 경고음도 나온다. 정부가 경기 침체를 야기하는 시장 경착륙을 막기 위해 부동산 규제 완화를 서둘러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가격 더 떨어지고, 거래절벽 심화할 듯…추가 규제완화 필요성도 거론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대출금리가 크게 오르면서 거래절벽과 가격하락이 동시에 진행돼 당분간 시장은 '빙하기'에 접어들 것"이라며 "향후 금리인상 랠리가 마무리됐다는 신호가 나타나기 전까지 거래 시장이 회복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 위원은 "투자상품 성격이 강한 재건축과 재개발뿐만 아니라 MZ세대의 '영끌 빚투'(이자상환이 부담스러울 정도로 무리한 대출을 받아 투자했다는 의미) 대상이었던 중소형, 중저가 아파트도 금리부담에 가격하락이 예상된다"며 "일부 비인기지역에서는 매물이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단기에 금리인상 폭이 워낙 크고 속도가 빠른 탓에 가격하락 압력이 커지고 거래가 성사되지 않는 상황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대출이 필요 없는 강남권 고가 인기 단지는 아직 신고가 거래도 나타나고 있어 시장은 대출 관련도에 따라 양극화가 심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 대표는 "가파른 금리인상이 정부의 규제지역 해제 등 정책 효과를 반감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 규제를 풀어도 금리가 워낙 높아 시장 가격을 자극할 유인이 낮아 규제 해제의 최적기"라며 "시장 경착륙을 막고 거래 시장을 정상화하려면 추가 규제 완화 정책을 서둘러야 한다"고 조언했다.

임병철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과거 외환위기, 금융위기 등 부동산 침체기에도 거래절벽 현상은 5개월 내외였는데 최근 거래절벽은 1년 이상 진행돼 상당히 길어진 측면이 있다"며 "금리인상 불확실성이 제거되기 전까지는 급급매 외에는 잘 팔리지 않는 현상이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또 "10월 중 신규택지 후보가 발표되고 안전진단 완화 추가 대책이 예고됐지만, 금리인상 변수를 뒤바꿀 파급력은 아니"라며 "정부가 부동산 규제 완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예상보다 속도가 더딘 것도 시장 불확실성을 증폭시키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의 국토교통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청약시장도 충격 불가피...경매 물건 증가는 내년 상반기 이후 가시화될 듯


금리인상은 분양가 인상과 맞물려 청약 시장에서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지방 비인기지역은 청약 경쟁률이 떨어지고 미분양 물량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금리인상으로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 이자 부담은 더욱 커질 것"이라며 "매수 관망세가 확산하고 아파트 분양시장도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분간 실수요자의 주택 구매는 철저히 보수적인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서울 등 인기지역 대단지 청약 수요는 이어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공사비 인상으로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해도 서울 신축 전용 84㎡는 9억원 이하로 나올 가능성이 낮아졌지만, 대출 조건이 맞는다면 이자 부담이 좀 더 늘어나도 청약 수요가 급감하지 않을 것 같다"며 "서울에 신규 택지가 나오기 어렵고 모아주택, 신통기획 등 소규모 정비사업도 입주까지 5~6년 걸리기 때문에 장위, 이문 등 분양을 앞둔 강북권 뉴타운 단지는 청약 경쟁률이 상당히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규제지역 해제와 관련해선 "가점제 물량이 줄어들기 때문에 해당 지역 인기단지의 경우 고가점자 당첨 확률이 그만큼 줄어드는 효과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금리인상에 따른 이자 상환 부담으로 곧 영끌족이 보유한 아파트 경매 매물이 속출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단기간에 현실화할 가능성이 낮다는 게 관련 업계의 평가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경매는 개시 결정 6개월 이후 입찰기일이 잡히고 감정평가 절차도 필요하기 때문에 금리가 올랐다고 당장 시장에 물건이 속출할 것이란 전망은 다소 과도하다"며 "연내에 경매 개시결정이 확정된 물건이 많아지더라도 구체적인 물량은 최소한 내년 상반기 이후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매 물건이 속출하더라도 금리인상 기조가 지속되는 한 대출 의존도가 높은 실수요층은 이자부담으로 쉽게 접근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과거 금융위기에도 경매 물건은 이전보다 늘었지만 입찰에 참여한 응찰자 수는 크게 늘어나지 않았다는 게 이 연구원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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