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12일 '빅스텝'을 단행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약 14년 만에 대출금리 8%, 예금금리 5% 시대가 연내 현실화할 전망이다. 금리 인상은 고소득자나 부유층에는 현금 자산을 불릴 기회가 되지만 빚 갚을 능력이 떨어지는 취약차주와 중소기업·자영업자들은 상환 부담에 부실 절벽에 내몰리는 양극화로 나타난다.
12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전날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고정형(혼합형·5년 고정금리 후 변동금리 적용)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4.89~7.082%로 상단금리가 7%를 넘는다. 변동형 주담대는 상단금리가 6.793%로 7%를 넘나들고 있다. 신용대출(1등급·1년)과 전세대출도 상단금리가 각각 6.94%, 6.545%에 달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채권시장 변동성 확대로 준거금리인 금융채 장단기 금리가 등락하면서 대출금리도 오르내리고 있으나 우상향 추세가 가속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라고 했다.
한은은 12일로 예정된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3.00%로 한 번에 0.50%를 올릴 전망이다. 지난 7일 머니투데이가 증권사 애널리스트 1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전원이 0.50%p 인상을 예상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정부 예측대로 이달 물가가 정점을 찍는다해도 당분간 5~6%대의 고물가 상태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데다 역전된 한미간 금리차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이달 빅스텝에 이어 다음달에도 0.25%p 가량 기준금리 추가 인상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미 4% 후반대로 진입한 은행 예금금리도 5% 시대가 눈앞이다. 은행 예금금리는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연 3%대 초반이었으나 최근 최고 연 4.65%까지 뛰었다. 우리은행의 비대면 전용 정기예금인 '원(WON)플러스 예금' 1년제 금리가 연 4.65%로 가장 높고, 케이뱅크 '코드K정기예금과 신한은행 '쏠편한 정기예금' 1년제 금리도 각각 4.60%, 4.50%까지 올라왔다. 5대 시중은행 정기 예적금 잔액은 지난달 말 현재 799조8141억원으로 불어나 곧 사상 처음으로 800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지난해 말(690조366억원)과 견줘 올 들어 110조 가까이 뭉칫돈이 몰렸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출금리가 최고 8%까지 오르고 정기예금 금리가 5%를 넘어선 건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월이 마지막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예금금리 인상은 빚이 적고 현금 자산이 많은 고소득자에 버팀목이 되지만 대출금리 인상으로 취약계층은 더 어려워지는 양극화가 이어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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