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주요 부처에 대한 첫 번째 국정감사가 진행된 가운데 여야가 고성과 막말은 물론 파행까지 불사하며 국민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정권 교체 후 첫 국감인데다가 여야가 윤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각종 논란에 화력을 집중하면서 '강 대 강'을 넘어 '적 대 적' 국면이 강화된다. 민생 국감은 끝났다는 전망이 현실로 다가온다는 우려가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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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가만히 계세요" vs "너나 가만히 계세요"━
이달 5일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에 대한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막말 논란이 불거졌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세종시 한 어린이집에서 '아나바다'(아껴쓰고 나눠쓰고 바꿔쓰고 다시 쓰기)의 뜻을 물은 것을 문제 삼으면서 정쟁의 신호탄을 쐈고 국민의힘은 "지엽적으로 침소봉대 한다"고 반박했다.
여야가 고성을 이어가던 중 김원이 민주당 의원이 "위원장한테 얘기한다. 좀 가만히 계세요"라고 하자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은 "너나 가만히 계세요"라고 맞받아쳤다. 결국 회의는 정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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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사위, 한밤 중에도 '파행'…"꿈속 헤맨다" vs "말씀 가려 해라"━
한밤 중 파행을 겪는 상임위도 있다. 여야는 이달 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의혹을 둘러싼 날선 공방을 벌였다. 정회 후 민주당 의원들이 항의의 뜻으로 국감장에 나타나지 않자 김도읍 법사위원장이 같은날 밤 11시33분쯤 감사 종료를 선포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도이치모터스 사건을 정치 공세용으로 이용하는 게 과연 적절한가"라고 했고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김도읍 위원장이 종일 꿈속에서 헤매는 것 같다"며 "의원들에 대해 질의하는 내용을 다 평가하고 교장 선생님처럼 가치 판단 부여한다"고 맞섰다. 그러자 김 위원장은 "말씀 가려 해라. 방금 말 취소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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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혀 깨물고…선택적 환청 끝 없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이달 7일 국회 본청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원자력안전위원회, 한국수력원자력 등 국정감사에서 김제남 한국원자력안전재단 이사장에게 "차라리 혀 깨물고 죽지 뭐하러 그런 짓 하나"라고 말했다. 정의당 비례대표 의원과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 기후환경비서관·시민사회수석을 거친 김 이사장이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스스로 물러나지 않은 점을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어 자신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국회 속기록과 함께 "민주당의 '선택적 환청'은 끝이 없다"는 글을 게재했다. 권 의원은 "김 이사장한테 혀 깨물고 죽으라고 한 적이 없다"며 "김 이사장처럼 정치인이 신념을 버리고 여기저기 옮겨 다니며 연명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니 나였으면 '혀 깨물고 죽었다'는 취지"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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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남탓' 돌입…"민주당 정쟁, 민생 실종" vs "정부·여당, 민생 외면"━
정치권에서 우려가 현실이 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대목이다. 정권 교체 후 첫 국감을 앞두고 여당은 '전 정부', 야당은 '현 정부'에 대한 파상공세를 예고했다. 더 나아가 윤석열 대통령의 순방 중 각종 논란에 여야가 끝장 승부를 벌이고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향한 검찰 수사 역시 속도를 내면서 적 대 적 구도가 강화된다.
남은 국감 역시 정쟁 양상으로 진행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여야의 신경전이 극에 달하는 가운데 정쟁을 상대 탓으로 돌리는 데 화력을 집중하기 때문이다. 민생과 정책 질의가 없는 것은 아니나 정쟁 이슈에 가려 국민 시선을 끌지 못하는 상황이다.
양금희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전날 논평에서 "지난 한 주간 국감에서 민주당의 정쟁으로 민생은 실종됐다. 이재명 대표 지키고 김정숙 여사 옹호하고 알박기 피감기관장을 방어하는 '지옹박 국감'"이라며 "민주당과 이 대표는 이제 정쟁을 멈추고 민생을 위한 국감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수진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같은날 브리핑을 통해 "국정감사 첫 주 정부와 여당은 민생은 외면하고 윤석열 정부의 무능과 실정을 정쟁으로 가림막 치기에 바빴다"며 "모든 것이 소란과 정쟁으로 윤석열 정부의 무능과 실정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돌리기 위한 충정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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