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연구장비 국산화, 어렵지만 가야할 길

머니투데이 오태석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1차관 | 2022.10.11 05:33

오태석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1차관

/사진제공=이미지투데이
지난 8월 말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연구개발 활동의 효율성과 성과를 높이기 위한 제1차 연구산업 진흥 기본계획(2022-26)을 발표했다. 연구산업은 주문연구, 연구관리, 연구재료, 연구장비 등 4개 분야로 나뉜다. 모든 분야가 골고루 발전되도록 하겠지만 연구장비는 우수 연구성과를 창출하는 핵심 요소일 뿐 아니라 산업경쟁력 확보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좀 더 속도감 있게 관련 정책을 추진하려 한다.

연구자들은 혁신적 연구장비의 도움을 받아 다른 연구자들이 시도하지 못했던 연구 분야를 선도하고 연구에 소요되는 시간도 단축시켜 연구개발 활동에 혁신을 불러올 수 있다. 연구장비는 연구개발 혁신을 넘어 관련 산업으로 파급돼 공정 혁신과 같은 생산성 향상에도 기여한다.

과학자들이 오랫동안 연구에 사용해 온 질량분석기가 이제는 2차전지와 디스플레이의 제조 공정에서 분석장비로 사용된다. 바이오 연구에 활용되던 유전자 증폭장비는 의료·제약 산업 현장에서 진단장비로 활용된다. 국내 기업인 파크시스템스가 연구용으로 개발했던 원자현미경은 반도체 생산 공정에 쓰인다. 이 장비는 비접촉식 표면 측정을 통해 웨이퍼에 손상을 입히지 않고도 결함을 찾아낼 수 있다. 원자구조 연구 목적으로 개발된 국산 장비가 세계 반도체 패권 경쟁의 최전선에서 활약하고 있다.

국내 700여 개 연구장비 기업 중 혁신제품을 개발해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매출액 100억 원 이하인 소기업이고 저부가가치의 범용성 장비만 취급한다. 국내 연구장비 산업의 경쟁력은 선진국에 비해 뒤쳐져 있어, 2016~2020년 정부 연구개발 예산으로 구입된 연구장비의 85.5%가 외산이다. 핵자기공명분광기와 같은 고부가가치 장비는 수요가 높음에도 국내에는 이를 생산하는 기업이 전무하다.


과기정통부는 연구장비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크게 세 가지에 중점을 두려 한다. 첫째, 연구장비 개발 전주기에 걸쳐 촘촘히 지원할 것이다. 출연연과 대학의 연구역량을 활용해 핵심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기업으로 이전, 신제품 개발과 기존 장비의 성능개량 및 산업 장비로의 확장을 지원하려 한다. 둘째, 국산 장비에 대한 수요를 창출해 시장 활성화를 지원할 것이다. 뭣보다도 국산 장비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해 홍보를 강화하고 국산 장비 구매에 걸림돌이 되는 제도를 개선하려 한다. 같은 성능이면 연구자들이 국내 제품을 사용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할 것이다. 셋째, 국산 장비의 신뢰도를 제고하기 위해 국산 연구장비의 성능평가와 사용 경험 확산 활동을 지원할 것이다. 연구장비는 연구성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므로 성능에 대한 신뢰도가 확보돼야 한다. 연구자들도 선행연구에서 동료연구자에 의해 검증된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과기정통부는 1차 기본계획에 포함된 세부 정책들을 차질없이 추진, 국내 연구장비 기업의 성장을 돕고 14.5% 수준에 머물러 있는 국산 연구장비의 비중을 2030년까지 30%로 끌어올릴 것이다. 글로벌 연구장비 시장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가 명품으로 인정받는 날이 오기를 기원한다.
오태석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1차관 / 사진제공=과학기술정보통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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