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반도체 기업 예외" 美中갈등 속 안전지대…50일간 무슨 일?

머니투데이 오진영 기자, 김훈남 기자 | 2022.10.11 05:18
/사진 = 김현정 디자인기자

"정부의 발빠른 조치로 중국 내 공장의 불확실성을 상당 부분 완화할 수 있었습니다."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 방안 발표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중국 내에 공장을 갖고 있는 한국 반도체 기업들에 '개별 검토'라는 예외 규정이 적용되자 업계가 반색하고 있다. 특히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급작스럽게 통과되면서 대응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과 달리 이번 반도체 수출 규제와 관련해선 우리 정부가 한층 발빠르고 기민한 대응으로 한국 반도체 산업의 권익을 지켜냈다는 평가다.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이 지난 7일(현지시간) 발표한 반도체 및 반도체 생산장비의 대 중국 수출통제 강화조치의 국내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반도체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반도체 수출이 금지된 중국 반도체 기업들에 대한 우리 기업들의 거래 비중이 적은 데다, 반도체 장비 수출 제한의 경우에도 중국 내에서 반도체를 생산하는 외국기업의 경우 '원칙 금지' 대신 '개별 검토'를 하는 것으로 확정됐기 때문이다. 중국 시안과 우시에 각각 대규모 반도체 공장을 운영중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입장에선 큰 고비를 넘긴 셈이다.

우리 반도체 기업들이 부담을 크게 덜 수 있었던 배경엔 물밑에서 업계와 긴밀히 소통하면서 미국에 우리의 입장을 설득력있게 전달한 정부에 노력이 있었다고 업계는 전했다.

10일 업계와 정부에 따르면 미국 정부가 중국으로 들어가는 반도체 및 반도체장비 수출 통제를 도입할 것이라는 동향을 산업통상자원부가 파악한 것은 지난 8월말 쯤이다. 산업부는 이때부터 미국의 최종 발표까지 약 50일 가량 규제안의 내용을 단계별로 확인해가는 한편, 미국 정부에 우리 입장을 적극적으로 개진했다.

지난달 초에는 미국이 중국의 AI(인공지능), 슈퍼컴퓨터 기술수출 통제를 추진 중임을 파악해 국내 반도체 기업이 받을 매출영향을 점검한데 이어 중순경에는 AI, 슈퍼컴퓨터 외에 로직 반도체 생산장비까지 수출통제된다는 사실을 알고 국내업체에 미칠 영향을 다각도로 분석했다.

막판 발표를 앞두고는 미국 정부의 최종 대중 수출 규제안이 메모리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까지로 확대된다는 내용이 확인되자 보다 긴박하게 움직였다. 미국 정부에 "한국 반도체 기업의 중국내 사업이 영향을 받지 않도록 예외조치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력히 어필했고, 미국 정부의 수용을 이끌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대응 과정에서 국내 반도체 업계와 긴밀하게 소통해 협상력을 높인 점도 평가받는다. 산업부는 미국의 대중 반도체장비 수출통제가 메모리 분야까지로 확대된다는 내용을 확인한 직후 이를 국내 반도체 기업들에 전달, 국내업체들의 중국내 사업이 단기/중장기적으로 어떤 영향을 받을지를 신속파악한 것은 물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국내 업계로부터 청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미국 정부가 이번 수출규제에서 '중국 반도체기업'과 '중국내 외국 반도체기업'을 구분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 한국 반도체기업의 중국내 공장의 현재 캐파(생산 능력)를 유지하는 장비수출을 인정해 달라고 미국에 요청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 반도체 산업이 미국 및 글로벌ICT 산업에 갖는 의미와 유사시 영향을 미국 정부에 상세히 전달해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후문이다.

미 상무부는 결국 한국 등 중국내 외국 반도체사들의 현재 캐파를 유지하는 장비수출에 대해서는 개별적으로 라이센스를 주는 식으로 허용하는 예외조치를 취한다는 내용을 최종 발표에 포함시켰다.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 방안 발표 과정에서 산업부를 중심으로 한 우리 정부의 시의적절한 대응은 IRA 등 자국 산업을 보호하고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각종 규제 방안이 쏟아지고 있는 과정에서 나와 주목받고 있다. IRA의 경우 법안 내용이 공개되고 보름여만에 의회를 통과하면서 한국을 포함한 상당수 완성차 수출 국가들이 타격을 받았다.

앞으로도 미국은 탄소중립 등 기후변화에 대응해 친환경 산업을 키우고 반도체 바이오 등 핵심 산업들을 육성하기 위한 각종 지원책과 규제 방안을 계속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정부가 이번 반도체 수출 통제 방안 대응 과정에서 보여준 소통과 협상 능력이 앞으로도 중요한 자산이 돼야 한다는 의미다.

산업부는 이번 수출 통제 방안과 관련, 미국과의 협의를 지속해 남아있는 불확실성도 최소화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산업부와 미 상무부 간 한미 공급망·산업대화(SCCD) 산하 수출통제 워킹그룹을 정례 협의 채널로 활용하고, 애로사항 접수를 위해 수출 통제 현안 데스크를 즉각 가동할 계획이다. 산업부는 "미국 상무부 설명회와 60일 의견 수렴 절차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업계 의견을 추가로 개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 우려는 아직 산재해 있으나 우리 정부의 노력으로 상당 부분 불확실성이 완화됐다"라며 "미중 갈등 속에서도 상당 기간 '선단 기술'에 기반한 양산 체제를 운영하는 생존 공간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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