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 대폭 감산에 뿔난 美, '베네수엘라 제재' 해제로 맞불?

머니투데이 윤세미 기자 | 2022.10.06 17:30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를 주축으로 한 주요 산유국들이 대규모 감산에 나선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세계 최대 원유 보유국 베네수엘라에 대한 제재를 완화해 석유 공급을 늘리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의 공급 우려를 달램으로써 유가 안정을 도모하려는 목적으로 풀이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AFPBBNews=뉴스1
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안에 정통한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 정부가 일부 제재 해제를 통해 미국 석유회사 셰브론이 베네수엘라에서 석유를 생산·수출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셰브론은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회사 PdVSA와 합작으로 4개의 생산 프로젝트를 운영했지만 2020년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 수립과 함께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상대로 제재를 강화하면서 현지 조업이 사실상 멈춘 상태다.

미국과 베네수엘라의 물밑 협상은 이미 진행 중이다. 소식통은 베네수엘라 정부가 미국의 제재 해제를 대가로 야당과 2024년 자유롭고 공정한 대선을 치르는 데 필요한 조건에 관한 논의를 재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미국, 베네수엘라 정부, 베네수엘라 야당 인사들 간 미국 은행에 동결된 수억 달러 규모의 베네수엘라 정부 자금을 풀어 식료품 및 의약품 수입과 현지 인프라 복원에 쓰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고 한다.

다만 제재가 해제된다 해도 셰브론이 베네수엘라에서 생산해 시장에 공급하는 양은 단기적으로 제한된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현지 생산 여건이 워낙 열악해서다. 베네수엘라는 1990년대 하루 320만배럴 이상을 생산하는 주요 산유국이었지만 장기간 투자 부족, 부실 경영, 부패가 이어지면서 에너지 산업이 무너졌고, 2020년 이후 미국의 제재 여파에 서방 기업들이 빠져나가면서 생산은 더 줄었다. 베네수엘라의 현재 수출량은 하루 45만배럴 수준이다.

그러나 미국이 베네수엘라에 서방 기업을 되돌려놓는 정책으로 전환한다면 시장에 석유 공급이 추가된다는 신호를 전달해 국제유가 상승 압박을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물가 안정에 총력을 기울이는 바이든 행정부의 이해관계와도 맞아떨어지는 것이다. 미국 정부는 5일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OPEC 산유국 협의체인 OPEC플러스(OPEC+)가 하루 200만배럴이라는 대규모 감산 계획을 발표하자 "실망스러운 결정"이라며 강한 어조의 비난 성명을 내놓기도 했다.


셰브론 임원 출신인 알리 모시리는 "바이든 정부가 받는 정치적 압박을 고려할 때 베네수엘라 제재를 일부 완화해 에너지 가격 하락을 도모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베네수엘라에서 서방 기업들의 석유 생산이 자유롭게 허용된다면 하루 산유량이 2년 안에 150만배럴까지 늘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가 서방 제재에 에너지 무기화로 맞서는 가운데 장기적으로 러시아를 시장에서 배제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라이스대학의 프랜치스코 모날디 중남미 에너지 전문가는 "세계 최대 원유 보유국 중 하나인 베네수엘라를 끌어들이는 것은 미국과 유럽이 러시아 대신 새 에너지 공급원을 찾는 장기 전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 정부 내에서도 제재 해제가 마두로 정권을 사실상 인정해주는 것이라며 반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고 WSJ은 전했다. 마두로 정권과의 협상이 결렬될 가능성도 열려있다. 미국 국가안보회의(NSC) 에이드리엔 왓슨 대변인은 이번 보도와 관련해 "마두로 정권의 건설적인 조치 없이 우리는 제재 정책을 바꿀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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