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이것은 규제 완화인가 강화인가

머니투데이 김진형 건설부동산부장 | 2022.10.07 05:30
#재건축은 노후된 주택을 새로 짓는 건축 행위다. '쾌적한 주거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는 헌법상 국민의 기본권이다. 하지만 국가는 안전진단 같은 규제를 통해 집주인들이 맘대로 아파트를 새로 짓도록 허용하지 않는다. 또 재건축을 허가하더라도 대가를 요구한다.

재건축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각종 외부효과 때문이다. 용적률이 상승하면 주변 경관이 악화되고 세대수가 늘어나면 교통 혼잡, 기반시설이 부족해진다. 조합이 도로나 각종 공공시설을 지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는 이유다.

국가는 집주인들이 재건축으로 발생한 개발이익을 모두 가져가도록 놔두지도 않는다. 재건축에 들어간 집주인들의 노력 이상으로 발생한 초과 이익에 대해선 일부를 '재건축 부담금'이란 이름으로 환수한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도'다.

집주인들은 과도한 재산권 침해라고 헌법소원까지 제기했지만 헌법재판소는 2019년 헌법의 '경제민주화' 정신과 '국가는 국토의 균형있는 개발과 이용을 위해 재산권 행사를 제한하고 의무를 부과할 수 있다'는 규정을 들어 합헌 결정을 내렸다.

#정부가 최근 '재건축 부담금 합리화 방안'을 발표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다. '합리화'라는 표현을 썼지만 내용은 부담금을 낮춰주는게 골자다. '그동안 집값 상승 등 시장 상황 변화에도 불구하고 과거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다 보니 불합리한 수준의 부담금이 산정'돼 왔다는 이유에서다.

부담금이 면제되는 재건축 초과이익을 3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올리고 부담금 부과 구간과 초과이익을 산정하는 기준이 되는 개시 시점도 조정했다. 특히 1주택 실수요자에 대해선 보유 기간에 따라 최대 50%까지 부담금을 감면해 주기로 했다.

올해 7월까지 부담금 예정액을 통보받은 84곳에 이번 조치를 적용하면 38곳은 부담금이 면제된다. 1억원 이상 부과 단지는 19곳에서 5곳으로 줄어든다. 특히 지방의 경우 부과 예정 단지가 32곳에서 11곳으로 감소하고 부담금도 평균 2500만원에서 400만원으로 84% 낮아진다.

#시뮬레이션 결과를 놓고 보면 재건축 분담금 합리화는 규제 완화다. 면제까지는 아니더라도 모든 재건축 단지의 부담금은 분명 줄어든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이번 조치를 규제 완화라고 불러야 할지 아리송하다. 재건축 부담금이 도입된건 2006년 5월이다. 그 이후 수많은 재건축이 완료됐지만 지금까지 부담금이 부과된 사례는 5건, 금액으론 25억원에 불과하다.


부동산 경기 침체를 이유로 정부와 국회가 2012년부터 2017년까지 재건축 부담금 부과를 유예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가 2018년부터 되살렸고 이후 5개 단지가 준공됐지만 이번엔 지자체가 부과 절차를 중지해 실제로 부과된 사례가 없다.

정부가 재건축 부담금을 낮추기로 한 이번 조치는 뒤집어 보면 적절한 수준으로 조정했으니 이제는 제대로 부과하겠다는 의미다. 이번 조치가 규제 완화인지 강화인지 아리송한 이유다.

그동안 재건축 부담금 제도를 어느 정도 손질할 것이냐가 관심사였다면 앞으로는 실제 부과할지가 논란이 될 것이다. 제도가 처음 도입됐던 상황과 지금은 많이 닮았다. 집값 급등기였던 노무현 정부에 도입돼 실제 집행되는 시기인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기엔 집값이 추락하면서 유예를 반복한 것이 재건축 부담금의 역사다.

집값이 급등한 문재인 정부가 되살렸지만 실제 집행되는 윤석열 정부 들어선 집값이 꺾이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주택공급 정책의 핵심은 도심내 정비사업 정상화다. 이번 조치로 지방의 대다수 재건축 단지들은 부담금 부담에서 벗어나지만 서울은 큰 차이가 없다. 서울 도심의 재건축 사업장은 앞으로 더 늘어날 전망이다. 2년 후에는 1기 신도시 재건축 마스터플랜이 완성돼 본격적인 재건축이 시작된다. 그리고 그해엔 총선이 기다리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10년전 모습을 되풀이 하지 않을 수 있을까.

김진형 건설부동산부장 /사진=인트라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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