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광 근무 19년, 진폐증 앓다 사망...산재 인정 않은 근로복지공단 '패소'

머니투데이 이세연 기자 | 2022.10.06 14:46
서울행정법원 /사진=뉴스1

19년간 탄광에서 근무한 80대가 진폐증을 앓다가 숨졌으나 산업재해로 인정해주지 않은 근로복지공단의 결정이 법원에서 뒤집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부장판사 이정희)는 A씨(사망 당시 81)의 유족이 "유족연금을 지급하지 않은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6일 밝혔다.

A씨는 1970년 10월부터 1990년 3월까지 19년 5개월간 무연탄광에서 근무하다 퇴직했다.

A씨는 2001년 병원에서 진폐증을 진단받았고, 이후 합병증인 기흉이 생겨 요양하던 중 2018년 사망했다.

A씨 유족은 탄광 근무로 얻은 진폐증으로 사망했으므로 진폐유족 연금을 지급해달라고 요청했다. 산업재해보상보호법은 진폐근로자가 진폐로 사망한 경우에 유족에게 진폐유족연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하지만 근로복지공단은 유족연금 부지급 결정을 내렸다. A씨가 진폐증과 무관하게 폐렴이 악화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공단 측은 "사망 당시 폐렴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진폐와 관련된 폐환기능 저하가 없었다"고 했다.

A씨의 유족은 재심사를 청구했다가 재차 기각되자 2020년 10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유족은 A씨가 탄광에서 근무하며 분진에 노출됐고 이로 인해 진폐증과 합병증인 기흉이 생겨 8년 8개월간 요양했다고 주장했다. 또 사망하기 1년여 전부터 기흉 치료를 위해 5차례의 수술을 받았고, 이후에도 계속 기침·호흡곤란 등 증상을 겪다가 폐렴으로 사망했으므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유족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A씨는 진폐증의 합병증인 기흉으로 인해 수술을 5차례나 받았으며, 이후에도 장기간 병원 생활을 하면서 체력이 저하되고 면역력이 악화됐다"며 "진폐증과 사망 사이에 직·간접적인 연관관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가 사망 당시 81세의 고령이라 신체 전반의 기능이 저하된 측면도 고려해야 하지만, 진폐증과 그 합병증은 사망의 직접적인 원인인 폐렴에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질환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재판부는 "A씨가 비록 흡연했지만 흡연의 기간이나 흡연량을 특정할 수 없는 이상, 흡연 사실 자체만을 사망의 주요 원인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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