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백 3.5초' EV6 GT, 직접 밟아보니 [시승기]

머니투데이 정한결 기자 | 2022.10.07 08:00
EV6 GT. /사진=정한결 기자.

기아 EV6는 없어서 못 파는 차다. 전 세계에서 주문이 이어지면서 국내에서도 지난해 출시 이후 1년간 2만752대가 팔렸다. 지금 주문하면 전 사양이 최소 1년 2개월을 기다려야 받을 수 있다.

EV6 성공의 비결은 준수한 주행 거리, 초고속 충전 기능, 넓은 실내 공간, 그리고 합리적인 가격이다. EV6가 올해 초 '2022 유럽 올해의 차'를 수상할 당시 심사위원단은 "빠른 충전과 가격 대비 우수한 주행거리로 훌륭한 전기차"라며 "EV6는 편안하고 즐거운 드라이브를 제공한다"고 평가했다.

그랬던 EV6가 기존 장점과는 다른 매력을 살려서 돌아왔다. 고성능 모델인 EV6 GT는 가격은 높이고 주행 거리는 낮췄지만 주행 성능을 극대화했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 시간(제로백)은 3.5초로 업계 최고 수준이다. 400m 드래그 레이스에서 람보르기니 '우르스', 메르세데스 벤츠 'AMG GT', 포르쉐 '911 타르가 4' 등 고성능 슈퍼카를 앞서기도 했다.

기아가 "한국 자동차 역사상 가장 빠른 차"라고 자신 있게 내세운 EV6 GT를 지난 4일 충남 태안에 위치한 'HMG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센터'에서 시승해봤다.


이날 직접 밟아본 EV6 GT의 제로백 최고 기록은 3.83초였다. 처음에는 4초대가 나왔지만 2차례 연습 끝에 3초대를 기록했다. 전문적인 레이서가 아니라도 누구나 조금만 연습하면 3초대 기록이 가능하다. 특히 회생제동 기능을 최대로 활성화하면 가속 페달로만 운전이 가능한 '원페달' 기능이 켜지는데 이를 통해 출발 시 브레이크를 사용하지 않기에 제동 없이 손쉽게 출발이 가능하다.

공식 제로백인 3.5초보다 숫자가 높게 나온 것은 배터리 때문이다. 전기차의 경우 배터리가 30% 이하로 떨어질 경우 출력이 떨어지는데 이날 각종 주행 코스를 마치고 배터리가 20%인 채로 제로백에 도전했다. 드라이빙 센터의 박규승 인스트럭터는 "출력이 떨어질 때 기록이 0.2~0.3초 정도 차이가 난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EV6 GT의 강력한 동력성능은 최첨단 기술과 모터에서 나온다. 최고 출력 270kW·최대토크 390Nm의 후륜 모터와 160kW·350Nm의 전륜 모터를 더해 합산 430kW(585마력)·740Nm(75.5kgf·m)의 동력성능을 갖췄다. 고성능 모터의 분당 회전수(rpm)는 최고 2만1000회로, 이 상태에서 5분 이상 달릴 수 있는 안정성도 갖췄다.

EV6 GT. /사진=정한결 기자.

저속에서부터 최고 시속 260㎞까지 모든 속도 영역에 대응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저속에는 효율 좋은 모터를 사용하고, 고출력에서는 파워 모듈을 모두 활성화하는 모터 토폴로지를 최초로 적용했다. 모터를 제어하고 타이어 슬립을 억제해 발진 초기 최대 성능을 내기 위한 LCS(런치 슬립 컨트롤)도 세계 최초로 탑재해 제로백 3.5초대를 가능하게 한다.


주행 모드는 에코, 노멀, 스포츠에 이어 GT모드로 나뉜다. GT 모드는 자동으로 모터, 브레이크, 스티어링, 댐퍼, 전자식 차동 제한장치(e-LSD) 등을 고속 주행에 최적화된 상태로 설정한다. 스포츠·GT모드의 경우 가속 페달을 밟을 때 에코·노멀모드에 있던 장애물이 사라진 느낌을 주는 등 주행감이 확연히 다르다.

동력성능을 극대화했음에도 안정적이다. 급가속을 할 때 발생하는 흔들림이나 어지러움이 적다. 평지 시속 260㎞로 달릴 때도 소음이 생각보다 덜 하는 등 정숙성도 빼어나다. 각도 40도로 기울어진 언덕 고속주회로에서 시속 220㎞로 달렸을 때 빼고는 고속 주행에서 큰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다. 최근 같은 코스를 제네시스 G70 등으로 달렸을 때보다 주행이 훨씬 부드럽고 안정적이었다.

EV6 GT. /사진=정한결 기자.

브레이크 성능도 준수하다. 전륜 모노블럭 4피스톤 캘리퍼는 기존 EV6보다 약 9% 정도 성능이 개선됐다. 대구경 브레이크도 마찰 계수를 상향시켰으며, 현대자동차그룹 최초로 회생제동 사용을 극대화하는 RBM 기능이 탑재돼 고감도 영역까지 회생제동으로 감속이 가능하다. 시속 100㎞에서도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는 순간 급감하는 등 제동력이 좋아 적응이 어려울 정도다.

기아 최초로 '드리프트 모드'도 적용했다. 차량 회전 시 후륜 모터에 최대 구동력을 배분해 실제 조향 목표보다 안쪽으로 주행하는 현상인 '오버스티어'를 유도하는 식이다. 곡선 구간을 벗어날 때는 전륜에 구동력을 배분해 후륜에만 구동력을 배분했을 때보다 더욱 빠르게 이동이 가능하다.


문제는 주행거리와 배터리다. EV6 롱레인지 2륜 모델의 경우 1회 충전 시 주행거리가 475㎞에 달했지만, GT 모델은 최대 출력을 두 배 가까이 늘린 대신 주행거리는 342㎞로 줄었다. 전기차 특성상 고속으로 달릴 경우 배터리 소모가 극심한데, 실제 이날 오후 2시 반쯤 79%이던 배터리는 오후 5시 30분 시승을 마칠 때쯤 17% 수준이었다.

종합적으로 보면 성능은 확실한 차다. 빼어난 가속력, 강력한 동력성능, 안정감에 이어 드리프트 모드 등 운전하는 재미도 갖췄다. 기아가 "본격적인 고성능 전기차 시대를 열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자신할만하다. 비슷한 성능의 스포츠카보다는 가격이 훨씬 저렴하며, 비슷한 가격대(7200만원)의 전기차보다 성능이 빼어나다. 다만 보다 일상적인 용도로 전기차를 쓰고 싶은 이들에게는 기존 EV6 모델들을 선택하는 것이 더 좋아 보인다.

EV6 GT. /사진=정한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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