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내가 탄 열차만 늦는 줄"…KTX 지각운행 매월 282건

머니투데이 이민하 기자 | 2022.10.05 16:16
(대구=뉴스1) 공정식 기자 = 26일 오전 5시45분쯤 대구 고모역~신경주역 간 상·하행선에서 발생한 신호장애로 인해 KTX와 SRT 열차 30여 대가 짧게는 10여 분, 길게는 1시간가량 지연됐다. 이날 오전 동대구역 맞이방 전광판에 열차 지연을 알리는 안내문이 표시되고 있다. 열차 지연 사태로 휴가철을 맞아 많은 이용객이 무더운 승강장에서 오랜 시간 열차를 기다리는 등 불편을 겪었다. 2022.7.26/뉴스1
올해 고속열차(KTX)가 2200건 넘게 제 시간을 못 지키는 지각 운행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풍수, 자연재해 등 불가항력적인 외부 요인이 아니라 미흡한 운영 방식 탓에 열차가 지연되는 것은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장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서 제출받은 '최근 4년간 전체 열차 운영 현황'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KTX 가 정해진 시간보다 늦게 운행된 건 수는 2261건으로 집계됐다. 매월 282건 이상 크고 작은 지연이 발생하는 셈이다.

전체 지연 운행의 절반 가량은 이용수요가 가장 많은 경부선 KTX에서 발생했다. 올해만 8월까지 1077건이다. 이는 같은 경부선 일반 열차인 새마을(265건)·무궁화(293건)의 지연 건수를 합친 것보다 두 배가량 많은 수준이다. 경부선에 이어 호남선(346건), 경전선(339건), 동해선(302건), 전라선(114건) 등 이용수요가 많은 노선들에서 지연운행이 빈번하게 발생했다.

KTX의 운행 지연은 최근 몇 년새 급격하게 증가했다. 코로나19(COVID-19) 확산 이전인 2019년 882건(경부선 377건)에서 2020년 1533건(836건)으로 두 배가량 늘어나더니 지난해에는 1918건(926건), 올해는 이미 2200건을 넘었다.

열차 운행 지연은 선로나 신호 문제, 운전, 차량, 영업 등 인력 운영 문제가 가장 큰 것으로 분석됐다. 열차 지연시간은 짧게는 5분 미만, 길게는 10분을 넘는 경우도 있었다. 자연재해, 풍수 등 외부요인에 의한 열차 지연까지 포함하면 지연 건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여름철 장마시기에는 집중호우로 몇 시간씩 운행 지연되기도 했다.


진장원 한국교통대학교 교수는 "코로나 이후 감편·증편을 거치면서 전반적인 운영 상에 문제가 발생한 게 주된 원인으로 보인다"며 "기관사의 운전 경험 부족이나 선행 열차와 시간 간격을 맞추려다 늦어지는 일들은 내부적으로 개선책을 마련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크고 작은 열차 사고도 사흘에 한 번 꼴…KTX·SRT 탈선 사고도 매년 발생


지연 운행뿐 아니라 단순 시설파손부터 승객·직원 사상, 열차 탈선 등 크고 작은 열차 사고도 올해 들어 사흘에 한 번 꼴로 발생하고 있다. 앞서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0년부터 올해 6월까지 발생한 열차(철도) 관련 사고는 모두 1989건이다. 매년 2~3일에 한 번 꼴로 160건의 사고가 발생하는 셈이다. 올해 상반기에만 45건의 사고가 발생했다. 7월 이후에는 수서고속열차(SRT) 탈선사고, 열차 신호장애, 작업자 인명사고가 연이어 발생했다.

열차 탈선은 대규모 인명·재산 피해가 우려되는 사고다. 시속 300㎞로 달리는 고속열차 사고만 매년 4건 가량 생기는 실정이다. 1월5일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이 운영하는 부산행 KTX산천열차가 경부고속선 대전~김천구미역을 지나다가 바퀴(차륜)가 파손돼 궤도를 이탈했다. 지난달에는 승객 380명을 태우고 수서로 가던 SRT가 대전시 대전조차역 부근에서 선로를 벗어났다. 국토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는 KTX·SRT 탈선 사고 에 대해 정비·관제 불량 또는 제작 결함 가능성을 열어두고 정확한 사고원인을 조사 중이다.

한편 현재 철도산업 구조상 철도시설 유지보수와 철도교통관제 운영 업무는 모두 열차 운영회사인 코레일이 담당하고 있다. 정부는 2004년 국가철도공단을 설립해 철로건설을 전담하게 하는 철도구조개혁을 단행하면서 철도시설 유지보수 업무와 철도교통관제는 그대로 코레일에 위탁했다. 이 때문에 철도기반시설 관리부터 차량 운영서비스, 교통관제까지 코레일이 맡게 되는 현재 구조가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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