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가 쏜 '희망'…美연준도 긴축 고삐 풀 수 있을까?

머니투데이 윤세미 기자 | 2022.10.06 04:51
미국 경제 둔화를 가리키는 지표가 잇따르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공격적 금리인상을 멈출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호주 중앙은행이 시장 예상을 뒤집고 소극적으로 긴축에 나선 것도 이런 기대감을 부채질했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시장의 기대가 시기상조라고 경고한다. 연준이 금리인상 과정에서 경기 훼손을 인지하고 있는 만큼 아직 미국 경제 상황이 연준의 긴축에 제동을 걸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게 전반적인 평가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한 슈퍼마켓에서 주민이 물건을 살펴보고 있다./AFPBBNews=뉴스1


美경제지표 부진하고 호주는 소극적 긴축…"혹시 연준도?"


간밤 미국 증시는 이른바 연준 '피벗'(입장선회)에 대한 기대감에 급등했다. 미국 증시 벤치마크인 S&P500지수는 3% 넘게 뛰었다. S&P500지수는 이틀 사이에만 6% 가까이 뛰었다. 지난달 9.3% 하락했지만 이틀 만에 절반 넘게 만회한 셈이다.

최근 발표된 미국 경제지표가 잇따라 예상보다 부진한 모습을 보이자 연준의 긴축 속도 조절론이 고개를 들면서 랠리를 뒷받침했다. 4일 미국 노동통계국이 발표한 8월 구인공고는 1005만건을 기록하며 시장 예상치인 1110만건에 크게 못 미쳤다. 전월 대비로는 10% 급감하며 고용시장이 빠르게 냉각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3일 발표된 미국 공급관리협회(ISM)의 9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0.9를 기록하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최저로 떨어졌다.

미국 월간 구인공고 추이/사진=트레이딩이코노믹스
일부 투자자들은 4일 호주 중앙은행의 깜짝 '베이비스텝'(0.25%p 금리인상)에서 희망을 봤다. 시장은 0.5%p 인상을 예상했지만 호주 중앙은행은 "통화정책이 경제에 효과를 내는 데에는 시차가 발생한다"며 그 절반 수준으로 금리를 올렸다. 호주 경제가 중국을 포함해 세계 경제 움직임을 반영하는 만큼 다른 중앙은행들도 호주의 선례를 따를 수 있다는 기대가 번졌다.

최근 영국이 부자 감세 계획을 철회하고 영란은행이 긴급 국채 매입에 나선 것을 두고도 일부 투자자들은 정부나 통화당국이 성장 둔화와 시장 불안정에 점점 더 반응하고 있다는 신호로 풀이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인 로이트홀드그룹의 짐 폴슨 수석 투자전략가는 로이터에 "시장은 연준의 변화 낌새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면서 "만약 연준이 여기서 (금리인상을) 쉬어간다면 금리 부담이 급격히 줄고 경제 역시 침체 대신 중간 단계의 성장둔화(mid-cycle slowdown)에 머물 수 있다"고 말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AFPBBNews=뉴스1


연준 피벗 기대 '시기상조'…"9월 비농업부문 고용·근원 CPI 지켜봐야"


하지만 시장의 이런 기대는 시기상조라는 평가가 많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사실 시장은 올해 여러 차례 연준 피벗을 기대하며 랠리를 펼쳤지만 번번이 기대가 무산되면서 쓴맛을 봤다. 이번에도 같은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모트캐피탈매니지먼트의 마이클 크레이머 설립자는 "내가 보기엔 지난주까지 주식이 과매도된 결과일 가능성이 높다"며 "다시 한번 숏커버링이 나온 것처럼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어 "우린 이런 종류의 움직임을 꽤 자주 보고 있다"며 "이것이 다른 뭔가로 바뀔 수도 있지만 일단 나는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애널리스트들은 시장이 바닥을 찍었을 때 나타나는 개인투자자들의 항복 신호가 거의 보이지 않고, 공포지수로 알려진 CBOE 변동성지수도 과거 매도에서 매수로 바뀌던 터닝포인트에 이르지 않았다고 짚었다.

블룸버그는 최근 경제지표 부진과 관련해 "연준이 마침내 경제에서 원하던 것을 이루기 시작했지만 연준의 11월 0.75%p 금리인상을 막기엔 충분하지 않다"며 앞으로 나올 지표를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당장 주목할 지표로는 9월 비농업부문 고용지표와 9월 소비자물가지수가 꼽힌다. 다만 이들 지표 역시 연준의 긴축 의지를 꺾기엔 역부족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9월 비농업 부문 고용지표는 7일 발표된다. 블룸버그는 11월 2일 연준의 금리인상 속도에 제동을 걸기 위해선 노동시장 참여율이 급등해 임금 상승 부담을 낮춰주거나 신규 일자리가 10만개 밑으로 급감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은 9월 노동시장 참여율이 62.4%로 8월과 같은 수준을 기록하고, 9월 신규 일자리는 약 26만3000개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오는 13일 발표되는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도 주목할 지표다. 블룸버그는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이른바 근원 CPI가 큰 폭으로 안정되지 않는 한 연준의 가파른 금리인상을 막지 못할 것으로 할 것으로 봤다. 8월 미국의 근원 CPI는 전년 대비 6.3% 상승을 기록, 7월에 기록한 5.9%보다 더 오르면서 9월 연준을 세 번째 자이언트스텝으로 이끈 바 있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9월 미국의 근원 CPI 전망치는 6.5%다.

연준 정책위원들은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에는 더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4일 연설에서 "내구재 수요가 공급망 개선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매우 높다"며 "노동력과 서비스 수요가 공급을 웃돌면서 전반적인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지고 있어 이를 내리려면 긴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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