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금일 서울 구로구 오류동에 공급한 '천왕역 모아엘가 트레뷰' 129가구에 대한 무순위청약을 진행한다. 440가구 규모인 이 아파트는 특별공급과 조합원 물량 및 장기전세를 제외한 전용 67~84㎡ 134가구를 일반분양했다. 분양가는 전용 67㎡가 8억4900만~8억6000만원, 전용 84㎡가 10억5100만~10억9500만원으로 책정됐다. 발코니 확장비, 취득세 등 부대 비용을 고려하면 전용 84㎡의 경우 실부담액이 11억원을 넘는다.
청약 실적은 저조했다. 8월 말 진행한 1순위 청약에서 114명이 신청해 평균 0.85대 1로 미달했다. 올해 서울에서 분양한 12개 단지 중 1순위 청약 미달은 처음이었다.
특별공급을 포함한 140가구 중 실제 계약이 체결된 가구는 11가구에 불과했다. 계약률이 10%에도 미치지 못한 것이다. 미계약분은 전용 67㎡ 9가구, 전용 84㎡ 120가구(A형 90가구, B형 30가구)로 집계됐다.
금리인상 국면에 높은 분양가가 발목을 잡은 결과로 풀이된다. 이 단지는 투기과열지구에서 분양했기 때문에 당첨자가 계약을 포기하면 향후 10년간 재당첨이 제한된다. 계약 포기자들은 대부분 이런 벌칙을 알고 있었다. 한 당첨자는 부동산 커뮤니티에 "당첨된 층도 마음에 들었는데 결국 포기하고 청약 통장을 새로 만들었다"며 "마음이 안 좋다"고 썼다.
시행사 관계자는 "인건비와 자잿값이 급등하면서 요즘 공사비가 감당이 안 될 정도로 올랐다"며 "사업을 접으면 접었지, 분양가를 내릴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칸타빌 수유팰리스처럼 할인분양을 결정할 수 없는 이유에 대해선 "그 단지는 기본적으로 후분양 단지라 공사비를 추가로 쓸 이유가 없기 때문"이라며 "우리는 이제 사업을 시작한 선분양 단지라 그럴 여력이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재 공사 현장은 건물 철거가 끝나고 땅 다지기 작업이 한창이어서 사실상 사업을 되돌릴 수도 없는 상황이다.
만약 이 단지 분양이 장기 표류하면 서울시가 추진하는 장기전세주택 공급도 차질이 우려된다. 시는 노후 저층 주택가였던 사업지의 용적률 상향 조건으로 약 170여 가구의 장기전세주택(전용 44㎡)을 기부채납으로 확보했다.
업계에선 이 같은 사례가 점차 확산하면 자금 여력이 녹록지 않은 중소 시행사부터 사업에 타격을 받고, 이로 인해 분양 시장 침체기가 길어질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한동안 시행사와 조합이 갑의 위치에서 시공사를 선택하고 교체하는 게 일반적이었는데 지난해부터 분위기가 달라져 이제는 시공사가 공사비 확보를 위해 시행사의 자금조달 능력을 평가한 뒤 계약을 맺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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