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코스피 3000이 다시 오지 않을 이유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 2022.10.05 05:04

[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반준환 /사진=반준환
"안녕하세요…라고 말하기엔 지금 상황이 너무 안 좋습니다. (중략) 앞으로 어떻게 될 것 같으냐라고 물으시면, 사실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급락을 했는데 이유를 알 수가 없으니 대응도 어렵습니다. 이미 청산으로 포지션은 대부분 정리된 상황이라 개인적으로는 다시 적립식 투자하는 마음으로 임할 계획입니다"

지난해 5월 한 가상자산 유튜버 A씨가 올린 글이다. 약 8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는 그는 좋은 언변과 분석력으로 인기가 높았다. 이렇다 할 논리없이 막연하게 "가상화폐가 더 오를 것"이라고 외치던 이들과 달랐다. 본인이 직접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가상자산에 직접 투자했고 이 과정에서 탈중앙, 디지털화 같은 글로벌 자금순환의 패러다임과 투자여건 변화를 근거로 제시해 신뢰를 받았다.

그의 콘텐츠를 보고 가상자산에 뭉칫돈을 넣는 이들도 상당했다. 그러나 지난해 5월 비트코인 등 주요 가상자산 가치가 급락하는 과정에서 수익률이 급락했고 A씨 본인도 적잖은 이익을 토해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때 주식시장 전문가들은 "가상자산 투자가 도박에 다름없다는 지적이 현실로 증명된 사건"이라고 꼬집었다. 한 증권사 임원은 "시장이 급락했는데 전문가가 이유도 대응책도 모르겠다면 일반 투자자들의 상황은 어떻겠느냐"고 말했다. 사용가치가 없는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의 가격변동을 설명하는 근거는 자금수급 외에 없다고 했다. 결국 단순히 돈이 몰리면 오르고, 나가면 빠지니 도박에 다름없다는 게 그의 논리였다.

매크로 경제와 각종 통계, 기술발전, 시중자금과 금리, 배당, 글로벌 투자 패러다임 변화 등 수천 수만가지 변수를 분석해 정답을 도출할 수 있는 주식과는 출발점이 다르다는 말도 이어졌다. 현 시점에서 그의 주장은 타당해 보인다. 가상자산의 새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테라, 루나는 그늘로 사라졌다. 가격변동은 차지하고 가상자산에 실질가치가 있냐는 논박도 여전하다.


그러나 짚어보고 싶은 게 있다. 주식시장이라고 다르냐는 것이다. 가상자산 가격형성의 근거를 찾기 어렵다지만 주식도 별반 다르지 않다. 업계 분석에 따르면 올 해 예상실적이 제시된 코스닥 상장사는 전체의 5.73%에 불과한 86곳에 그쳤다. 94.27%가 이렇다 할 정보없이 거래되고 있다는 뜻이다.

현황을 좀 더 들여다 보면 신랄한 비판으로 이어진다. 상장단계에서는 홈피를 만들고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다며 요란을 떨지만 그 때 뿐이다. 커튼콜이 끝나면 기업설명회는 고사하고 애널리스트, 펀드매니저의 탐방요청도 일언지하에 거절하니 소액주주는 어떻겠나. 제공하는 투자정보라곤 2~3개월 뒷북을 치는 의무 보고서(분기, 반기, 사업보고서)밖에 없는 기업이 90% 이상이다.

대체 왜 상장했는지 모르겠다. 이런 기업은 한국거래소가 벌점이라도 줘 퇴출시켜야 한다. 정보가 부족하다보니 전문가를 사칭하는 리딩방이 금융감독당국의 철퇴에도 사라지지 않는다. 불법유사수신도 거듭된다. 그나마 한국거래소가 설립한 한국IR협의회의가 고군분투하고 있으나 정보갈증을 해갈하기엔 역부족이다.

최근 주식시장 급락세가 심상찮다. 이런 상황에서 "주식도 결국 깜깜이 도박"이라는 꼬리표까지 달린다면 코스피 지수 3000시대는 다시 오지 않을 것이다. 투자정보에 대한 상장사들의 인식전환이 정말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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