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탄소장벽 세워지는데…기업들은 속이 탄다

머니투데이 유환익 전국경제인연합회 산업본부장 | 2022.10.04 05:44

유환익 전국경제인연합회 산업본부장

유환익 전국경제인연합회 산업본부장
수입품에 탄소관세를 부과하는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시범운영이 내년 1월부터 시작된다. 기존 WTO(세계무역기구) 자유무역 질서를 뒤흔들 수 있다는 평가가 있을 정도로 논쟁적인 제도였지만, 실제 CBAM이 현실화되는 속도는 예사롭지가 않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우리 수출기업의 피해 최소화를 위해 나름의 대응을 해왔다. 지난해 7월 EU 집행위원회에 "국가 단위의 배출권거래제를 운영하는 한국을 CBAM 면제국으로 지정해달라"고 경제계를 대표해 건의서를 보냈다. 올해 6월에는 기존 집행위원회의 CBAM 입법안보다 더 강력한 의회 수정안이 발표되자, "규제품목 확대에 있어서는 보다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서한을 EU 의회 및 관련 소관 위원회에 발송했다.

특히, 이번에 문제가 되었던 사안은 CBAM 규제품목에 유기화학제품이 추가된 것이다. 제품 생산과정이 복잡해 정확한 배출량 산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최초 집행위원회 입법안에는 제외됐는데, 이번 의회 수정안에는 포함된 것이다. 더군다나 석유나 가스를 정제해서 만든 석유화학제품뿐만 아니라, 생물원료와 친환경 공정을 활용해 제조한 제품도 유기화학제품이라는 범주에 묶여 규제를 받을 수 있어 관련 수출 기업들은 억울한 측면이 있다.

탄소장벽이 유럽에서만 세워지는 것은 아니다. 올해 6월 미국 상원은 미국식 탄소국경조정제도인 '청정경쟁법안' (CCA, Clean Competition Act)을 발의했다. CCA는 석유화학제품 12개 수입품에 대해서 온실가스 배출 1톤당 55달러를 관세로 부과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EU CBAM과 세부적인 제도설계는 다르지만, 근본적으로는 탄소중립을 명분으로 자국 산업을 보호하려는 취지다.

이처럼 EU와 미국에서의 탄소통상규제가 본격화된다면, 제조업과 수출중심의 산업구조를 가진 한국 경제의 피해는 불 보듯 뻔하다. 우리 기업들은 속수무책이고, 정부의 대응은 미흡한 것 같아 안타깝다.


당장 내년부터 우리 수출기업들은 EU 기준에 부합하는 배출량 데이터를 산정해 제출해야 한다. 그런데 이 데이터 산정에 필요한 정부 차원의 DB 구축은 지지부진하다. 지난해부터 정부가 배출량 산정을 위한 시스템을 체계화하고 낡은 DB를 업데이트하겠다고 나섰지만, 우리 기업의 다종다양한 수출 제품군을 포괄하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많다.

외교통상적 노력도 필요하다. 미국과 EU는 작년 6월 무역기술위원회(TTC, Trade and Technology Council)를 출범시키고 기술표준, 기후 및 청정기술, 공급망 안정 등 10개 분야에서 워킹그룹을 가동하고 있다. 각각 자국의 이익을 위해 '녹색보호주의'를 내세우면서도, 최우방 파트너와는 세부적인 사항에 대해서 긴밀히 실무적 조율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정부도 우려를 전달하는 소극적인 방식에 머물 것이 아니라, 다각적 채널을 동원해 우리 경제의 이해관계를 선제적으로 대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탄소중립이라는 무역장벽이 실체적 위협으로 빠르게 우리 곁에 다가오고 있다. 시간이 없다. 지금이라도 민관이 힘을 합쳐 이 변화의 파고를 넘을 묘수를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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