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청에 거는 기대[광화문]

머니투데이 양영권 사회부장 | 2022.10.05 05:00
칼릴자데 니하트 씨(30)는 한국인이다. 아제르바이잔에서 태어났지만 2020년 귀화 시험을 통과해 지난해 주민등록증을 발급받았다. 그는 2010년 대한민국 정부 국비장학생으로 뽑혀 한국 땅을 밟았다.

계명대와 한양대를 거쳐 숭실대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서울대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현재 서울시 강남구가 한국에 체류하는 외국인들의 생활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한 강남글로벌센터장을 맡고 있는, 서울시 공무원이기도 하다. 4살짜리 딸과 3살, 1살 아들은 경기 부천에 있는 어린이집에 다닌다. 아이들은 외국에 한 번도 나가본 적이 없다. 당연히 모국어는 한국어이다.

니하트 씨처럼 이방인이 한국에 한국인으로서 뿌리를 내리고 사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니하트 씨가 한국에 들어와 계명대에서 함께 한국어 연수를 받은 국비장학생은 60~70 명이었다. 이중 한국에 남아 있는 이들은 열손가락에 꼽는다. 본국으로 돌아가거나 한국이 아닌 일본에 정착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국어를 배웠으니 언어 구조가 비슷한 일본어를 익히기 어렵지 않고, 일본이 외국인 정착 지원에 더 적극적이기 때문에 일본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모두 모국에서 국비장학생에 선발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뚫은 인재들이다. 한명 한명이 자원인데 한국에서 개발해 일본에 빼앗긴 것이나 다름없다. 제발로 찾아 온 우수 인재를 잡지 못하고 놓아주는 상황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니하트 씨가 태어난 아제르바이잔은 국민의 평균 연령이 32세일 정도로 젊은 인구가 많은 나라다. 원유와 천연가스 등 자원이 풍부한 카스피해의 부국이지만 이곳 젊은이들이 선망하는 나라는 한국이다. 최근 3주간 블랙핑크의 노래가 유튜브 1위를 차지할 정도로 K-POP의 인기가 하늘을 찌른다. 니하트 씨는 아제르바이잔 학생이 한국에 오는 것을 해마다 10명 이상 도와주는데, 한국에서 공부를 하다가 본국으로 돌아갈 생각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한다.

그들의 의지와 달리 한국 정착은 쉽지 않다. 전공 분야에서 일자리를 찾지 못하면 체류 비자를 얻기가 어려워 귀국해야 한다. 학령인구 감소에 직면한 대학들이 줄어든 한국인 학생들의 자리를 외국인 유학생으로 채우고 있지만 학교의 지원은 재학 때 뿐이다. 그 어느 대학도 외국인 학생들의 취업을 알선해 이들이 한국의 어엿한 구성원이 되게 하는 데 관심을 두지 않는다.


다른 피부색에 대한 차별도 여전하다. 니하트 씨와 대화를 나눠 보면 토종 한국인보다 한국말을 더 잘 한다고 느낄 것이다. 하지만 그를 오롯이 한국인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얼마 전 교통사고가 나서 경찰서를 갔을 때다. 경찰관은 다른 사고 관계자에게 존댓말을 했지만 그에게는 다짜고짜 반말을 하기 시작했다. 한국에 들어와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대하는 흔한 태도였다. 주민등록증을 보여줘도 소용이 없었다. 일단 피부색이 다르면 한국인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하대를 해도 되는 사람이라 여긴다.

윤석열 정부는 저출산에 따른 인구절벽의 대안으로 이민 확대를 고민하고 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취임사에서 이민청 설립을 공식화했는데, 인구경제 측면에서 늦은 감이 없지 않다. 해외 인구를 받아들이는 것은 국가경쟁력이 급전직하하는 것을 막기 위해 필수불가결하다. 한편으로 난민 대량 유입에 따른 사회 혼란을 걱정하는 이도 적지 않다. 한국에 이미 들어와 있는 우수한 인재들을 잘 지키는 것부터 시작해 '다른 피부'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양질의 인재를 선별할 수 있는 정책을 수립할 국가기관은 반드시 필요하다. 단순히 'K드라마'에서처럼 미남미녀가 많고 세련된 나라라는 이미지를 넘어 한국을 '기회의 땅'으로 마케팅하는 것도 이민청이 할 일이다.

"지금까진 '우리는 하나다'라는 말이 잘 통해 국민통합과 국가발전을 이뤘습니다. 앞으로는 '우리' 안에 다르게 생긴 사람들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빨리빨리'에 익숙하니까 문화도, 인식도 금세 바뀔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우리나라 사람' 니하트 씨의 말에서는 한국의 미래에 대한 희망과 신뢰가 묻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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