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부진 속 "첫 1조클럽 간다"…메리츠證, 이유있는 질주

머니투데이 전혜영 기자, 박광범 기자 | 2022.09.30 07:30

[MT리포트]100년 금융그룹 '메리츠금융'(下)

편집자주 | 메리츠금융그룹이 '한진가'의 금융 계열에서 100년 금융그룹으로 도약하고 있다. 그 중심엔 설립 100주년을 맞이한 메리츠화재와 비약적인 발전을 이룬 메리츠증권이 자리하고 있다. 전문경영인 김용범 부회장과 최희문 부회장의 철저한 성과주의 경영 덕분이다. 그 뒤엔 조정호 회장의 믿음이 자리하고 있다.



'가지 않은 길' 택한 메리츠證…증시 부진에도 1조클럽 노린다



올 들어 계속된 증시 부진으로 증권사들의 실적이 곤두박질치고 있다. 하지만 메리츠증권만 예외다. 상반기에 당기순이익 4408억원을 달성하며 반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하반기 증시도 부진하지만 메리츠증권은 차별화된 수익 다변화 전략으로 올해 첫 '1조 클럽' 가입을 노리고 있다.

◇10년만에 중소형사→대형사로 도약, 첫 1조클럽 가입 '눈앞'

메리츠증권은 1973년 한일증권으로 출범한 이후 여러번 간판을 바꿔 달며 특별한 강점이 없는 '그만그만한' 중소형 증권사 중 하나로 평가받았다.

2005년 한진그룹에서 계열 분리된 이후에도 눈에 띄는 변화는 없었다.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메리츠증권의 대변신은 2010년 최희문 대표이사 부회장이 취임하고 메리츠종합금융과 합병하면서 시작됐다.

메리츠증권은 2010년 당시 자기자본 6251억원, 당기순이익 77억원으로 업계 14위 수준이었다. 존재감도 크지 않았다. 하지만 불과 10여년만인 2021년 말 기준 자기자본은 5조3344억원으로 8배가 넘게 늘었다. 당기순이익은 7829억원으로 100배 가량, 말 그대로 '폭풍 성장'했다. 메리츠증권은 현재 자기자본 기준 업계 6위의 명실상부한 대형증권사다.

비약적 성장은 기존에 해오던 기업금융(IB), 트레이딩 등 증권 사업을 강화하는 것만으로는 불가능했다. 메리츠증권은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택했다.

대출과 구조화의 노하우를 활용해 대체투자와 사회간접자본(SOC) 부문의 투자 등으로 눈을 돌려 수익을 다변화하는 전략을 꾀했다.

특히 2011년 대규모 저축은행 영업정지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은 위험하다는 막연한 인식이 확산돼 타사들이 투자를 꺼릴때 오히려 상대적으로 안전한 선순위 대출 시장에 주력했다. PF 비중을 높인 것이 실적 개선의 일등공신이 됐다.

물론 부실화 가능성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많았다. 메리츠증권은 이를 불식하기 위해 리스크 관리에 더 공을 들였다. 건설 중인 부동산을 차질 없이 준공할 수 있도록 탄탄한 자본력 등을 갖춘 시공사와 책임 준공을 약정하거나 금융지주계열 신탁사가 준공을 보장하는 딜(거래)을 구조화했다.

금리가 좀 낮더라도 부동산 대출의 95%를 우선 상환 받을 수 있는 선순위 대출로 구성했다. 이 같은 리스크 관리를 통해 금융위기 이후부터 현재까지 PF 거래 중 부실화 된 사례가 없으며, 수익성 못지않게 해당 사업이 지역사회 활성화에 보탬이 될 수 있는지를 고려해 ESG(환경·책임·투명경영) 경영에까지 활용하고 있다.

외형 성장에 있어서는 주주가치와 수익성을 훼손할 수 있는 유상증자 방식을 최대한 피하고 대신 다양한 경로를 통해 안정적으로 자본을 늘렸다.

메리츠증권은 아이엠투자증권 합병, 메리츠캐피탈 인수, 상환전환우선주(RCPS)·신종자본증권 발행 등을 통해 자본을 키움에 따라 단기간 내 급성장에도 불구하고 2014년부터 8년 연속 두 자릿수 자기자본수익률(ROE)을 달성했다.

◇최희문 부회장 '최장수 CEO' 비결은? 실적 고공행진 이끈 역발상 리더십

최희문 메리츠증권 대표이사 부회장 /사진=하세린

급격한 순위 변동이 일어나지 않는 증권업계에서 메리츠증권이 유례 없는 성과를 이룬 데는 최희문 부회장의 리더십이 큰 역할을 했다는 평이다.

외국계 증권사 등을 거쳐 2010년 메리츠증권에 합류한 최 부회장은 유연한 사고로 '역발상 리더십'을 보여줬다. 그는 부동산 PF 성공사례로 타사가 외면하는 곳에서도 충분히 새로운 수익을 창출해 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냈다.

'구조화 금융의 달인'이라고 불리는 최 부회장은 거시경제와 금융시장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신사업을 발굴해서 궤도에 올려놓기까지 직원들과 토론을 멈추지 않는 스타일로 알려졌다.


최 부회장은 매주 정례회의에 참석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격의 없는 토론을 즐기는데, 때로는 말단 직원까지 관련 부서 전원이 들어와 '끝장 토론'을 하는 일도 벌어지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같은 과정을 거쳐야 안정성과 수익성에 대한 검증을 제대로 할 수 있다는 것이 최 부회장의 철칙이다.

메리츠증권은 성과를 투명하게 측정하고 보상하는 성과급 제도가 확립돼 있고 성과에 대한 보상을 확실하게 해주는 회사로 유명하다. 우수 직원을 영입하고 이들이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는 문화를 정착해야 한다는 것이 최 부회장의 경영철학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는 " 최고의 인재가 메리츠증권의 울타리 내에 차고 넘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말을 자주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메리츠증권은 업계의 구조조정 칼바람 속에서도 영업직원수를 늘려 최 부회장이 취임하기 전인 2009년 말 887명이던 임직원수가 2021년 12월말 기준 1501명으로 늘었다.

최 부회장은 이 같은 경영 성과를 인정받아 올해 4연임에 성공하면서 업계 최장수 CEO(최고경영자)가 됐다. 임기는 2025년까지다.



'주주 친화'에 진심 메리츠…사회적 역할도 고민한다



메리츠금융그룹은 국내 기업들과 다른 주주환원 정책으로 기존의 틀을 깼다. 지난해 5월 배당을 축소하는 대신, 소각을 전제로 한 자사주 매입으로 주주환원 정책을 변경했다.

이는 자사주를 대량으로 매입하고 소각해 시장에 유통되고 있는 발행 주식수를 줄임으로서 주당순이익(EPS)을 높여 주주가치를 극대화하려는 전략이다.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상장사들이 주로 활용하는 방식을 선제적으로 도입한 것으로, 주로 배당을 통한 주주환원 정책만 펴는 국내 기업들과 비교돼 주목을 끌었다.

메리츠화재는 주주환원 정책 발표 이후 지난해에만 3차례에 걸쳐 2800억원 가량의 자사주를 사들였다. 올해 2월에도 1000억원 상당의 자사주 추가 매입을 결정했다. 아울러 지난 6월과 8월에는 각각 900억원 가량의 자사주 소각을 진행하며 주주들과의 약속을 지키며 시장의 신뢰를 쌓고 있다.

이러한 주주환원 정책에 시장도 화답했다. 주주환원 정책 변경 발표 당시인 지난해 5월 2조5000억원 수준이던 메리츠화재 시가총액은 지난달 말 기준 약 4조3000억원으로 1.7배 가량 뛰었다. 손보업계 기준 2위, 전체 보험업계 기준 3위 시총이다.

특히 정책 변경 전 3년 간 평균 배당성향이 35%였던 것과 비교하면 지난해 말 주주 환원율(총배당액+자사주 매입액/당기순이익)은 50%를 넘어서며 주주들을 웃음 짓게 했다.

급성장 과정에서 업계의 곱지 않은 시선을 받기도 했던 메리츠화재는 최근 들어 사회적 역할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다.

메리츠화재는 2017년부터 장기인보험 영업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며 손보업계의 '출혈경쟁'을 부추겼다는 비판을 받았다. 실적과 성과에만 몰두하다 보니 지난해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평가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등급 평가에서 손보업계 최하위 등급을 받기도 했다.

이에 메리츠화재는 최근 수해보험과 펫보험 등 수익성보다는 공익적 성격이 강한 상품 취급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아울러 2015년 김용범 대표 취임 이후 본격적으로 시작된 디지털전환 혁신 작업도 '현재진행형'이다. 2016년 현업 부서의 업무절차를 개선하고, 경영진의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돕기 위해 데이터사이언스 조직을 꾸렸고, 나아가 올해는 디지털전환팀도 신설했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디지털화 작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보여주기식의 방만한 과제 운영은 철저히 지양하고 있다"며 "고객 가치 증진과 회사의 견실한 성장을 담보할 수 있는 영역에 집중한 현장 밀착형 디지털전환을 펼쳐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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