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로 만든 게 왜이리 비싸냐고?…"비싼 게 당연하니까"

머니투데이 최경민 기자 | 2022.10.01 07:00

[찐터뷰 : ZZINTERVIEW] 29-② 업사이클 제품이 비싼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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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그물을 그대로 살린 컷더트래쉬의 시그니처 가방/사진=컷더트래쉬 홈페이지
"의도는 참 좋은데 버려지는 것으로 만든 업사이클링 제품 치고는 많이 비싼것 같아요."

'찐터뷰'가 지난 19~22일 연재한 업사이클 기업 릴레이 인터뷰에 가장 많이 달린 댓글 유형이다. '찐터뷰'가 소개한 업사이클 기업은 △커피박으로 만든 벽돌 등을 파는 커피클레이 △폐타이어로 신발을 만드는 트레드앤그루브 △폐소방복으로 가방을 만드는 119REO △폐그물 등 해양 쓰레기로 가방을 만드는 컷더트래쉬였다.

그렇게 비쌀 이유가 없어보이는데, 가격이 꽤 나간다는 지적. 분명히 나올 수도 있는 평가다. 이들 업체를 운영하는 2030세대 젊은 CEO(최고경영자)들도 사업을 하며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라고 한다. 동시에 가장 힘들게 하는 말이라고. 커피클레이의 고유미 대표(34세)의 말을 들어보자.

"어차피 버려지는 커피박(커피찌꺼기)으로 만들면서 물건 값이 왜이렇게 비싸냐는 사람들이 있다. 재료는 공짜아니냐는 말도 들었다. 우리는 폐기물 업체가 아니다. 재자원화를 해서 폐기물을 순환시키는 곳이다. 단순하게 커피박을 수거해서 돈을 받고 파는 그런 단순한 폐기물 업체로 생각들 한다."


폐기물 수거, 세척, 소재화…이게 다 비용


커피큐브의 제품들. 벽돌, 화분, 향초, 연필 등 다양하다./사진=커피클레이 제공
실제 커피클레이의 모기업 커피큐브는 버려지는 커피박을 모아 식물 추출물을 섞어 100% 친환경 점토를 만든다. 그 점토로 제작한 벽돌과 연필, 화분 등을 커피클레이가 판다. 특허를 받은 기술을 바탕으로 폐기물에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기 때문에 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다.

여타 업체도 마찬가지다. 소방복의 라인을 그대로 살린 가방을 만드는 119REO의 이승우 대표(29세)는 "폐소방복 한 벌을 받으면 85~90%를 업사이클하고 있다"라면서도 "방화복을 활용하려면 세탁하고 뜯는 단순 노동을 거쳐야 한다. 판판한 상태에서 만들어야 하기에 무조건 다 뜯어서 분해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트레드앤그루브는 폐타이어의 껍질 부분을 그대로 도려내는 기술, 분쇄한 폐타이어의 고무 성분을 모아 새로운 소재로 만들어내는 기술 모두를 갖추고 있다. 컷더트래쉬 역시 여수광양항만공사 등으로부터 받은 폐그물을 세척하는 것에 큰 공력을 들이는 업체다. 폐그물 세척에 대해 컷더트래쉬 측은 '어나더 클래스'(another class) 수준으로 힘든 일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온 트레드앤그루브 대표(28세)는 "보통 업사이클 재활용이라고 하면, 쓰레기를 공짜로 가져올 수 있으니까 제품이 싸겠다고 생각한다"며 "사실은 그걸 세척도 해야 하고, 선별도 해야 하고, 운반도 해야 한다. 그게 다 비용이다. 가공하는 기계까지 돌리면 비용은 훨씬 더 많이 들게 된다. 이런 면을 좀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임소현 컷더트래쉬 대표(27세)는 "우리 제품을 소개하는 곳에서 가격을 말하면 다들 깜짝 놀란다. '왜 이렇게 놀라시냐'고 물어보면 '재활용 소재로 만든 가방은 좀 싸야 하지 않냐'는 답이 돌아온다"며 "폐기물을 가공하면 더 비싸진다는 사실을 몰라주는 게 힘든 부분이다. 뭔가 보람을 느끼려고 할만할 때 힘이 빠지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디자인과 품질로 승부


폐타이어를 이용해 만든 트레드앤그루브의 신발/사진=트레드앤그루브
그렇다고 이들 업사이클 업체는 무턱대고 '착한 제품이니 사달라'고 호소하지 않는다. 소재 자체가 비싸기 때문에 차별화 전략을 구사한다. 디자인과 품질 등에서 확실한 수준을 갖추지 않으면 까다로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커피클레이가 파는 벽돌 등의 경우 100% 퇴비화가 되는 친환경성 외에도 뛰어난 강도와 매력적 색깔을 갖췄다. 일본의 한 바이어에게 "독보적 기술과 품질"이라는 평가를 들었을 정도다.

트레드앤그루브의 폐타이어 운동화는 △수제화 같이 견고한 디자인의 외관 △검은색 타이어의 질감을 살린 바닥이 특징이다. 타이어를 업사이클 했기에 당연히 튼튼하고, 미끄럼 방지 등 기능도 뛰어나다.

119REO는 디자인이 우선 눈에 들어온다. 소방복 특유의 라인과 무늬에 담긴 특유의 '직선'을 최대한 살렸다. 소방복에 활용하는 '아라미드 섬유' 자체가 튼튼하고 견고한 고급 소재인 것도 강점.
폐소방복을 그대로 활용한 119REO의 가방/사진=119REO 홈페이지
컷더트래쉬의 가방은 '그물'을 그대로 활용한 것이란 생각이 안 들 정도로 세련됐다. 하나의 가방을 사면 백팩, 슬링백, 숄더백, 크로스백, 에코백 등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게 만든 실용성도 인기 요인.

이런 요소들이 '가치소비'를 지향하는 2030세대들을 자극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차별화되는 성능과 디자인이 있고, 친환경이란 의미가 있으면, 조금 비싸도 얼마든 살 수 있다는 소비 패턴. 임소현 대표는 "그냥 '친환경이다'라며 파는 것 보다, '힙한 제품이다'라고 유도하는 게 맞는 것 같다"며 "젊은 세대들이 더 선호할만한 그런 브랜딩을 계속 시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파트너십을 강조하는 방식도 있다. 고유미 대표는 "특정 기업에서 커피박을 수거하면, 그 기업이 우리 제품을 살 수 있게끔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며 "기업이 단순히 폐기물을 버리는 게 아니라, 책임을 질 수 있게 만드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왼쪽부터 고유미 커피클레이 대표, 이온 트레드앤그루브 대표, 이승우 119REO 대표, 임소현 컷더트래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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