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만에 퇴장하는 국산 27호 신약…'올리타'가 남긴 것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 2022.09.29 14:53
국산 27호 신약인 한미약품의 폐암 치료제 '올리타'(성분명 올무티닙)가 사실상 시장에서 철수한다. 국내에서 임상2상 후 조건부 허가를 받고 의료현장에서 처방된 지 6년만이다. 글로벌 대형 제약사의 동종 치료제가 올리타에 한 발 앞서 세계시장에 출시된 후 한미약품 스스로도 개발을 포기했던 터라 예정된 수순이었다.

29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의 비소세포폐암 치료 신약 올리타는 다음달 1일부터 건강보험 급여가 삭제된다. 지난 달 허가 취소에 이은 후속 절차로 이제 사실상 올리타는 의료현장에서 철수하게 됐다.

한미약품이 이미 올리타의 추가 임상 3상을 그만두고 개발 자체를 중단한 상황이라 시장 철수는 시간문제였다. 한 업계 관계자는 "추가 개발이 이미 중단됐지만 기존에 이 약을 투여하던 환자들이 있어서 그들을 위해 허가가 유지됐던 것"이라며 "이제 올리타라는 브랜드가 사리지는 셈"이라고 말했다.

올리타는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GFR) 유전자 돌연변이를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내성표적 폐암 치료제다. 폐암을 치료하기 위해 복용하는 표적항암제에 암세포 내성이 생겨 더 이상 약효가 없을 때 먹는 약이다. 이 약이 국내에서 임상 2상을 마친 뒤에 조건부 허가를 받은 2016년만 해도 올리타는 신약 중에서도 개발이 가장 어렵다는 항암제에 도전한 대표적 K-신약으로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당초 개발 자체는 올리타가 아스트라제네카의 동종 폐암 치료제 타그리소보다 빨랐다. 한미약품은 2004년 올리타 개발에 착수해 2008년 후보물질을 도출했다.초반에는 개발 속도에 반년 이상 차이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올리타의 성공 가능성을 높게 봤다. 올리타는 2015년 글로벌 대형 제약사 베링거인겔하임으로 기술수출됐다. 올리타에 대한 기대가 최고조로 치솟은 시점이었다. 2015년 말 미국 식품의약품안전처(FDA)로부터 국산 신약후보물질 가운데 처음으로 '혁신치료제'로 지정됐고 2016년 5월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임상 3상 시험을 조건으로 27번째 국산 신약으로 허가받았다.


하지만 초기 개발이 늦은 듯 보인 타그리소의 개발에 속도가 붙였고 결국 세계 40여개 국가에서 판매 허가를 받아 본격적으로 처방이 되기 시작했다. 그러자 올리타에 대한 기대가 순식간에 사그라들었다. 베링거인겔하임은 후발주자로서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해 도입했던 기술을 2016년 한미약품에 반납했다. 중국 판권을 사간 현지 제약사 자이랩도 같은 결정을 내렸다.

결국 한미약품은 2018년 올리타 개발 중단을 선언했다. 경쟁약 타그리소의 시장 장악력이 워낙 강해 더 이상 임상 3상 환자 모집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개발이 멈췄지만 국내에서 개발 도중 조건부 허가된 이 신약의 의료현장 처방은 계속됐다. 이미 올리타를 투여받고 있는 환자들을 위해서였다. 그러다 올해 올리타에 대한 허가가 취하됐고 이제 다음달 부터는 급여도 삭제된다.

올리타 사례를 발판으로 제약업계는 전체 신약개발 과정에서 경쟁약을 염두에 둔 '속도전'의 중요성을 다시금 되새겼다. 올리타 개발을 중단한 한미약품은 연구개발 자원을 다른 신약 개발에 투입했고 암 환자에게 항암제를 투여할 때 나타나는 질환인 호중구감소증을 치료하는 롤론티스가 국산 33호 신약에 등극했다. 롤론티스는 올해 세계시장에서 가장 신약 허가 문턱이 높은 미국에서 허가를 받으며 한미약품의 첫 글로벌 신약이 됐다.

아울러 유한양행이 국산 31호 신약으로 허가받은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는 올라타를 밀어낸 타그리소의 아성에 도전한다. 레이저티닙을 도입한 글로벌 제약사 얀센이 자사의 이중항체항암 후보물질 아미반타맙과 레이저티닙의 병용요법, 타그리소 단독요법, 레이저티닙 단독요법을 비교하기 위한 임상을 진행 중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타그리소를 겨냥해 진행하는 임상"이라며 "타그리소보다 약효 우위가 확인되면 타그리소가 장악한 시장 침투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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