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저성장 극복 열쇠, '여성'에서 찾자

머니투데이 민병주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 원장 | 2022.09.29 06:00
민병주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 원장

대한민국은 빠르게 늙어가는 중이다. 통계청이 내놓은 지난해 국내 합계출산율은 0.81명이다. 2018년에는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율이 14%를 넘어 고령사회로 진입했고, 인구의 자연 감소는 2020년부터 시작됐다.

출산율 하락은 우리 경제에 일할 사람이 줄어든다는 뜻이란 점에서 매우 우려스럽다. 이대로라면 총인구 중 생산가능인구(15~64세)의 비중이 현재 70%에서 2070년 46%까지 떨어진다는 전망도 나온다. 생산 활동을 유지하려면 60%를 넘지 못하는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을 끌어올려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의 이공계 여성 인재 활용 수준은 어떨까.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WISET) 조사에 따르면, 대학 진학률은 남녀 차이가 크지 않지만 공학 계열 입학생 중 여성 비율은 21%에 그친다.

이러한 수적 열세는 채용 시장으로도 이어진다. 나아가 출산과 육아로 인한 경력단절까지 겪는다고 볼 때 실제 필드에서 활동하는 이공계 여성의 비율은 극히 낮을 수밖에 없다. 필자 역시 30여 년 전 사회 생활을 시작하면서 연구 업무와 육아를 어렵게 병행한 경험을 갖고 있기에 이들이 겪는 어려움은 통계가 아니라 피부로 공감한다.

그래서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은 여성 공학 인재 활용도를 높이는 사업을 펼친다. 경력단절을 겪지 않도록 재취업 교육을 지원하고 인턴십을 개발해 제공하는 것이다. 여학생들의 이공계 기피 인식을 개선하는 프로젝트도 진행하는데, 바로 올해 9회째를 맞은 공학·기술 현장 체험 프로그램 '케이 걸스데이'(K-Girls' Day)다.


'케이 걸스데이'는 독일이 2001년부터 시작한 걸스데이를 도입한 것이다. 여학생의 이공계 진학과 진로를 유도하기 위해 기업, 연구소와 대학 등 산업 현장을 방문해 둘러보고 체험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간단한 드론이나 로봇 만들기에서부터 3D 프린팅, 가상 현실, 자동차 부품, 항공 정비까지 분야가 다양하다.

'케이 걸스데이'는 이공계 여성을 타깃으로 공공 부문이 주도하는 전국 단위 행사다. 우리 동네 근처에 있는 중소중견기업 현장을 가볼 수 있다는 점에서 여러 직업 체험 프로그램과 차별화된다. 지금까지 8년간 전국 700여 개 산업 현장에 1만6000여 명의 학생들이 참여했는데, 실험실습 프로그램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 인솔 교사들 역시 '이공계 진로 장려에 큰 도움이 된다'는 반응이다.

개인 간 능력 차이가 성별에서 기인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제 사람들이 어느 정도 동의하는 듯하다. 그렇다고 여성들의 이공계 기피가 해소된 것은 아니다. 공학 분야 체험의 저변을 꾸준히 넓혀서 여성의 이공계 진출에 대한 사회적인 편견과 왜곡된 인식을 바꿔 나가야 한다.

무엇보다 여성 인재 활용은 잠재성장률 하락을 방어하고 저성장을 극복하는 열쇠로 인식했으면 좋겠다. 이는 우리만의 과제가 아니다. 걸스데이 행사가 독일 외에 프랑스, 스위스, 노르웨이, 일본 등 세계 20개국에서 열리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케이 걸스데이'에 앞으로 기업, 학교, 학생들의 관심이 더 많아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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