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한 이유는 간단하다. 일본은 복지지출이 늘면서 만성적인 재정적자와 국내총생산(GDP)의 256%에 달하는 국가 부채 비율로 인해 세수확보가 절실하다. 그런데 술을 먹지 않아 주세가 덜 걷혔다. 일본의 1인당 연간 주류 소비는 1995년 평균 100ℓ에서 2020년 75ℓ로 줄었다. 2020 회계연도 기준 일본의 주세는 전년보다 1100억엔 이상 급감한 1조1300억엔에 그쳤다. 세수에서 주세 비중은 1980년에 5%였지만 2011년에 3%, 2020년에 1.7%가 됐다.
주류소비가 줄어든 것은 코로나19 이후 2030세대에 '술에 취하지 않는 것이 미덕'인 이른바 '소버 큐리어스(Sober Curious)' 문화가 확산된 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인구구조의 변화도 주류소비에 타격을 줬다.일본의 총인구는 2008년 1억 2808만명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뒤 매년 감소해 1억 2480만명대로 내려 앉았다. 총인구 대비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율은 29%를 넘어섰다. 젊은세대는 절대인구가 적어 술 소비가 많을 수 없고, 고령화된 노년세대 역시 몸을 생각해 술을 덜 마신다.
남의 일로만 여길 수 없는 것은 한국도 사정이 다르지 않은 탓이다. 주세는 2015년 정점을 찍고 2016년부터 내리막이었다. 1967년 세수를 늘리려고 종량제 방식을 가격에 따른 종가제로 바꾼 뒤 그 해 내국세의 8%를 웃돌았던 주세 비중은 지난해 1%가 채 안 됐다.보건복지부의 'OECD 보건통계 2022'를 보면 순수 알코올 기준으로 측정한 한국의 15세 이상 인구 1인당 연간 주류 소비량은 2010년 8.9ℓ에서 2020년 7.9ℓ(일본 6.7ℓ)로 감소했다. 코로나19 발발 전인 2019년에 8.3ℓ였는데, 이는 이미 술 소비패턴이 달라졌음을 뜻한다. 여기에 팬데믹이 겹치면서 감소세가 심화된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
이런 추세는 앞으로 더 강해 질 것이다. 질병관리청의 '2020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국내 연령별 음주율은 남성 30대와 여성 20대에서 가장 높고 나이가 들면서 낮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출생아수가 40만명대던 2002~2016년 사이 인구는 690만명이다. 그 직전 15년간(1987~2001년생)의 997만명보다 307만명이 적다. 주류회사가 가격을 높인 프리미엄 주류제품으로 매출손실을 만회하려고 해도 '수요축소'라는 장벽을 넘어서기 어렵다.
이는 주류산업의 쇠퇴에서 끝나지 않는다. '홈술', '홈바' 등이 유행하면서 술집과 식당 등 외식산업에서 술 소비가 활성화되기 쉽지 않은 분위기다. 그만큼 자영업자들의 매출과 소득이 쪼그라들고 세금을 못 낸다는 뜻이다. 2021년 국내 자영업자 수는 551만3000명으로 전체 취업자의 20.2%였는데 이들의 몰락이 오히려 가속화될 수 있다. 소비 촉진을 위한 판촉 행위를 법으로 강력 규제하는 마당에 일본과 같이 국가가 술을 권할 수도 없다.
식음료 산업, 나아가 내수산업 전반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생산성을 높인들 소비자들이 밥과 술을 2배 더 먹지 않는다. 기업이 할 수 있는 건 경쟁업체의 시장점유율을 뺏거나 노년층 상대의 새 사업을 벌이거나 혹은 인수합병(M&A) 등으로 다른 업종에 뛰어들거나 해외시장을 뚫고 수출을 늘리는 것이다. 이런 흐름을 읽고 미래를 주도하지 하지 못하면 생존 자체가 위태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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