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대규모 감세안에 시장 '패닉'..."무모한 도박" 후폭풍

머니투데이 윤세미 기자 | 2022.09.24 12:06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AFPBBNews=뉴스1
영국 정부가 23일(현지시간) 대규모 감세 정책을 발표하면서 금융 시장이 혼란에 휩싸였다. 경제 성장을 촉진하려는 취지였지만 영국 재정상태가 악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시장을 집어삼켰다.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달러·파운드 환율은 장중 1.09달러까지 추락, 1985년 이후 최저를 찍었다. 달러 대비 파운드 가치는 하루에만 3% 넘게 떨어졌는데,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공포가 극에 달했던 2020년 3월 이후 처음이다.

런던 증시의 FTSE100지수는 전일 대비 1.97% 미끄러진 7018.60에 거래를 마치며 3개월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투자자들이 영국 국채를 팔아치우면서 영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3.8%를 넘었다. 2년물 국채 금리도 4%를 찍었다. 채권 가격과 금리는 반대로 움직인다.

사진=블룸버그
쿼지 콰텡 영국 재무부 장관이 이날 소득세와 인지세를 인하하고 법인세 인상 계획을 철회하는 내용의 대규모 감세 정책을 발표한 게 시장에 역풍으로 작용했다.

그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소득세 기본세율을 당초 계획보다 1년 이른 내년 4월에 20%에서 19%로 낮추고, 최고세율은 45%에서 40%로 내리기로 했다. 애초 19%에서 25%로 올리려고 했던 법인세 인상 계획은 철폐했다. 우리나라 주택 취득세에 해당하는 인지세의 경우 부과 기준이 되는 부동산 가격을 25만파운드(약 4억원)로 상향하고, 최초 구매자에 대해선 부과 기준을 42만5000파운드까지 올렸다.

그밖에도 영국 정부는 치솟는 에너지 요금에 신음하는 가계와 사업체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기업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각종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의 추가 대책도 발표했다. 필요한 자금은 부채 발행을 통해 조달한다는 방침이다.

콰텡 장관은 BBC 인터뷰에서 이번 발표를 두고 "성장에 초점을 맞춘 새로운 시대를 위한 새로운 접근 방식"이라며 "경기 침체는 깊지 않을 것이며 성장 정책이 경제의 빠른 반등을 보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쿼지 콰텡 영국 재무부 장관/AFPBBNews=뉴스1
그러나 시장의 평가는 정반대였다.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깊어지는 가운데 영국 정부가 늘어나는 부채를 감당하지 못하고 통화 위기를 촉발할 수 있다는 공포가 번졌다.

영국 싱크탱크 재정연구소(IFS)의 폴 존슨 소장은 "영국 정부가 점점 더 비싼 금리로 더 많은 돈을 빌리고 정부 부채를 지속 불가능한 증가 경로로 몰아넣으면서 더 나은 성장을 기대하는 것 같다"며 "무모한 도박"이라고 꼬집었다.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 역시 블룸버그를 통해 "유감스럽게도 영국은 스스로를 침몰시장으로 몰고가는 신흥시장처럼 행동하고 있다"며 "이번 재정정책은 앞으로 상당 기간 동안 선진국 가운데 최악의 거시정책으로 기억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영국이 추구하는 순진하고 희망적인 정책을 위한 시기가 아니다"라며 "앞으로 파운드 가치가 달러 보다 떨어져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선 영란은행이 파운드화 가치 방어를 위해 긴급 금리인상에 나서야 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도이체벨레의 조지 사라벨로스 글로벌 외환 리서치 대표는 "영란은행이 시장에서 파운드 신뢰도를 회복시키기 위해 이르면 다음주 상당폭 금리인상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영란은행은 코로나19 팬데믹과 금융위기 당시 긴급 금리인하에 나선 적이 있지만 긴급 금리인상을 단행한 적은 없다. 때문에 영란은행이 당장 금리인상에 나서기보다는 오는 11월 정례회의에서 금리 인상폭을 키우리라는 게 시장의 중론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시장은 11월 영란은행의 금리 인상폭이 1.2%포인트(p)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영란은행은 지난 22일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2.25%로 0.5%p 인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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