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극한직업·독전' 속 마약범죄 소탕…'이 사람'이 숨은 주인공

머니투데이 김도균 기자 | 2022.09.25 06:00

[베테랑]국내 1호 마약전문수사관...김석환 성남중원경찰서 형사과장

편집자주 | 한 번 걸리면 끝까지 간다. 한국에서 한 해 검거되는 범죄 사건은 129만건(2020년 기준). 사라진 범죄자를 잡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이 시대의 진정한 경찰 베테랑을 만났다.

23일 김석환 경기남부경찰청 성남중원경찰서 형사과장(56)의 모습./사진=김도균 기자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마이네임', 영화 '극한직업'(감독 이병헌), 영화 '독전'(감독 이해영)은 모두 마약범죄를 소탕하는 경찰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이 작품들에는 또 다른 공통점이 숨어있다. 알려지지 않은 한 명의 주인공이 있었다는 점이다.

2005년 국내 1호 '마약류범죄전문수사관'으로 선정된 김석환 경기남부경찰청 성남중원경찰서 형사과장(56·경정)이 그 주인공이다. 김 과장은 마약수사 '베테랑'으로 해당 작품들의 마약수사 관련 검수를 맡았다. 김 과장은 현재도 영화 '독전2'(감독 백종열)의 제작과정에 도움을 주고 있다.

24일 머니투데이가 만난 김 과장은 "마약범죄가 너무 퍼졌다"며 "더 이상 영화나 드라마에서만 나오는 이야기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김 과장의 말처럼 지난해 마약범죄 발생건수는 8088건으로 3년 전인 2018년 6513건에 비해 19.4% 증가했다.



끈기와 인내가 필요한 마약 범죄 수사


1990년 11월 순경으로 경찰에 입직한 김 과장은 초반 10년 동안은 주로 소매치기범을 상대했는데 이때 처음 마약 수사에 눈을 떴다. 당시 소매치기범들을 검거하면 마약에 중독된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소매치기범들은 범행에 앞서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필로폰 등 마약류를 투약하곤 했다. 범죄를 위해 마약에 손을 댔다가 중독되는 경우가 흔했다. 소매치기를 저지르는 것도 모자라 마약에 빠져 피폐해진 이들을 본 김 과장은 처음 마약 범죄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이때 마약수사에 관심이 생긴 김 과장은 2000년 11월 서울청 형사과 도범계 치기반(소매치기 전담반)에서 서울청 형사과 마약계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김 과장은 현재까지 대부분 경찰 경력을 마약 수사 일선에서 뛰었다. 이 기간 잡은 마약사범만 1500명을 훌쩍 넘는다.

김 과장은 마약 수사에 있어서 끈기와 인내를 강조한다. 김 과장은 "꾸준히 잠복하고 진득하게 수사해야 맥이 안 끊어진다"고 말했다. 마약 수사는 최초 구매자를 검거해 전달책, 공급책, 총책으로 올라가는 수사 단계를 밟기 때문에 장기간의 수사가 필수적이다.

김 과장은 서울청 광역수사대 마약수사계 팀장으로 근무하던 2018년 2월부터 2019년까지 1년 5개월여간의 추적 끝에 마약사범 55명을 검거하고 미국에서 밀반입한 대마초 3.4㎏을 압수하는 성과를 냈다.

2018년 2월쯤 김 과장은 대마초 흡입 사범을 잡았는데 이 피의자로부터 미국 갱단 출신이 국내에서 대마초를 유통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김 과장과 팀원들은 첩보를 바탕으로 총책을 잡기 위한 수사를 개시했다.

범인들은 교묘했다. 경기도 시흥시에 살던 주범 권모씨(당시 33)와 그 배우자 심모씨(당시 29)는 경기도 성남시에 있는 심씨 친구의 집에 대마초를 보관했다. 그리고 이들 부부는 구매자가 접근하면 필요한 만큼만 차에 실어 날랐다.

이들이 물건을 구매자에게 넘기는 수법은 더욱 치밀했다. 이들 부부는 경기도 시흥시의 주차장이 개방된 아파트를 물색했다. 그리고 대마를 실은 차를 이 아파트에 주차해놓은 뒤 구매자를 이곳 아파트로 불러 물건을 전달했다.

전달 수법 때문에 수사는 초기에 혼선을 빚었다. 당시 김 과장은 시흥의 아파트에 총책이 있을 것으로 보고 대대적인 탐문 수사를 벌였으나 허탕을 쳤다.

김 과장은 결국 수사를 원점으로 돌려 대마를 실은 차량의 동선을 따라가기로 했다. CCTV(폐쇄회로TV) 추적 등을 통해 경기도 시흥시에 있는 주범 권·심씨의 소재를 파악하고 2019년 7월 마침내 일망타진하는 데 성공했다.


주범 가운데 미국 범죄집단에서 활동한 이들이 있어 이들은 경찰 추적을 피하는 데 능했다. 심씨를 검거한 김 과장은 권씨가 미국에서 갱단 활동을 하다 추방된 이중국적자였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김 과장은 또 이들 부부에게서 대마를 공급받아 따로 판매하던 A씨를 검거했는데 A씨 역시 권씨와 같은 이유로 추방된 이중국적자였다. 검거 당시 권씨는 이미 미국으로 도주한 상태였다.

첩보 입수부터 심씨 등 공급책 23명과 흡연자 33명을 검거하기까지 약 1년5개월이 걸렸다.

김석환 경기남부경찰청 성남중원경찰서 형사과장(56, 앞줄 왼쪽 두번째)과 당시 팀원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마이네임' 출연진의 모습./사진=김석환 경정 제공



눈 돌아 달려드는 마약사범들…"후배들 안전했으면"


김 과장은 "마약범죄는 수사도 어렵지만 범인을 잡을 때는 더욱 신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구매자는 물론 판매자 자신도 중독돼있는 경우가 많아 투약 상태에서 체포되는 이들이 대다수기 때문이다.

김 과장은 일선 후배들에게 '절대 문 두드리고 집으로 들어가려 하지 말라'고 강조한다. 창문을 통해 도주할 수도 있고 심지어는 가스 밸브를 열고 저항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2016년 10월 김 과장은 영화 같은 추격전 끝에 마약 판매상을 검거했다. 전국을 돌며 필로폰을 판매하던 양모씨(당시 39)는 구매자에게 물건을 넘기려다 잠복 중이던 김 과장과 팀원들에게 덜미를 잡혔다.

당시 김 과장은 양씨가 물건을 넘길 때 차에서 내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미리 파악해 알고 있었다. 양씨의 판매 패턴을 분석한 결과였다. 이에 도주로를 막기 위해 검거에 앞서 순찰차로 양씨의 차 앞뒤를 막았으나 양씨는 거세게 저항했다. 양씨는 차량을 몰아 순찰차를 밀어내고 도주를 시도했다.

밀려나던 순찰차가 전봇대에 가로막혀 도주로가 막힌 끝에야 경찰은 양씨 차량의 유리창을 깨고 테이저건을 쏴 제압했다. 검거 과정에서 주변 담이 무너지는 등 큰 사고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정년을 4년여 앞둔 김 과장은 2015년 5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경찰청 수사전문가그룹 마약류범죄분야 전문가로 활동하며 후배들의 멘토 역할을 자처했다. 이 기간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만난 후배들만 500명 남짓이다.

마약수사 전문가로 거듭나기 위해 찾아온 후배들에게 김 과장은 "마약수사는 절대 욕심부리면 안 된다"고 강조한다. 김 과장은 "마약사범은 환각·환청 증상을 앓고 있기 때문에 검거에 있어 다른 범죄보다 주의해야 한다"며 "후배들이 습격당하지 않고 안전하게 근무하도록 교육하고 은퇴 전까지 최대한 내 노하우를 전달하고 싶다"고 밝혔다.

김석환 경기남부경찰청 성남중원경찰서 형사과장(56)의 지난해 경정 승진식./사진=김석환 경정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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