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한복 브랜드 '리슬'의 황이슬 대표(35세)는 지난 21일 서울 머니투데이 본사에서 '찐터뷰'와 만나 이같이 강조했다. 황 대표는 오는 26일 새벽 1시(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패션위크 런웨이에 한복 브랜드 최초로 오를 예정이다. 그 각오를 묻는 질문에 황 대표가 '한복에 대한 편견'을 강조한 것이다. 그의 얘기를 조금 더 들어보자.
"너무나도 당연하게 '한복은 패션'이라 생각하고 계실 겁니다. 과연 그럴까요? 패션이라는 건 국적, 성별, 취향, 입는 방법에 구애받지 않고 누구나 다 입을 수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지금의 한복은 어떤 행사를 위한 의례복에 가깝지요. 특수한 목적과 특수한 방법에 맞춰서 입는 옷이라는 '코스튬'이란 개념에 더 가깝다고 생각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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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은 단아해야 한다? 그것은 고정관념━
- 한복의 고정관념을 깨고 가능성을 넓히는 '큰그림'의 일환으로 밀라노에 가는 것인가.
▶"그렇다. 한복에 조금만 변화를 줘도 '고름을 왜 그렇게 맺느냐', '치마가 왜 저런 모양이냐', '왜 색깔이 저렇느냐'는 지적이 잇따른다. 한복은 단아해야 한다고, '치마와 저고리' 구조여야 한다고 자꾸 단서를 단다. 이게 '패션'이 아니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 확실히 그런 고정관념들이 '코스튬'적 요소인 거 같다.
▶"청바지를 잘라입든 찢어입든, 티셔츠를 넣어입든 빼서입든 누가 지적하지 않지 않나. 패션이라는 것은 그래야 한다. 그렇게 됐을 때 입는 사람이 많이 생길 수 있다. 길거리에서도 편하게 입을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어떤 꼬리표가 계속 따라붙는 이상 생활 속에서 한복을 입기 쉽지 않다."
- 이번 밀라노 패션위크에서 의도하는 바를 더 말해달라.
▶"한복이 '패션'적으로, '비즈니스'적으로 가능성이 많은 옷이라는 걸 전 세계에 보여주고 싶다. 한국인이 특별한 행사에만 입는 민속복이 아니라, 외국인이 생활 속에 입어도 되는, 세계 속의 패션처럼 보였으면 좋겠다. 한복이라는 게 그런 고정관념으로 정의내려지지 않는다는 것을 좀 보여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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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착장의 파격적 한복, 밀라노 런웨이 오른다━
이어 "'그게 한복이냐'고 하는 사람들에게는 더 말할 필요가 없다. 그냥 앞으로도 계속 보여주겠다"며 "나와 같은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한복을 실제 생활 속에서 입는 사람들이 더 많이 생기기 시작하면 그런 고정관념도 확실히 줄어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밀라노 패션위크를 준비하면서 리슬의 직원들에게도 이런 점을 강조했다고. 황 대표는 "메시지를 던져놓자고 했다. 우리 작품이 선보여졌을 때 사람들이 뭐라고 할 것인지에 대한 예측을 해보자 했다"라며 "우리가 이번 행사에 왜 나가야 하는지. 그 명분이 있다. 거기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해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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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도 흑묘백묘…입게 만들어야"━
매사에 넘치는 자신감과 에너지로 도전해온 황 대표. 이제 한복 브랜드 최초로 밀라노 패션위크 공식 런웨이에 오를 날을 앞두고 있다. 지난 두 달 동안에는 '눈을 뜨면 출근하고, 눈을 감으면 퇴근하는' 나날을 보내왔다고 한다. 라인업도 수차례 갈아엎었다고. 밀라노 패션위크 이후 또 해외무대를 노크할 계획을 묻자 크게 웃으며 즉답을 피할 뿐이다. 얼마나 정신적·육체적으로 힘들었는지 가늠할 수 있었다. 그래도 뭔가 다른 새로운 도전을 꿈꿀 것 같은 느낌.
23일 밀라노행 비행기를 타는 황 대표는 "시험을 앞둔 수험생의 마음같다"며 미소지었다. 그러면서도 "밀라노 패션위크가 세계 4대 패션위크(뉴욕·런던·파리·밀라노) 중 상업적인 면을 중시한다고 하더라. 정말 입을 수 있는 형태의 옷인지 여부를 중요시한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고 힘을 줬다. 그는 "흑묘백묘(黑猫白猫)라는 말을 좋아한다"며 "검은 고양이인지, 흰 고양이인지가 뭐가 중요한가. 그런 거 필요없다. 한복을 생활 속에서 입게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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