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까지 토했는데…'강남 역병' 원인도 못찾고 사라졌다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 2022.09.20 16:29
사진=뉴스1
지난 여름, 원인 모를 괴질이 북반구에 위치한 한국과 남반구 아르헨티나에서 발생했다. 둘 모두 고열과 기침, 객혈, 인후통 등 환자들의 증상은 비슷했다. 조사결과 아르헨티나의 괴질의 원인은 '레지오넬라균'인 것으로 최근 확인됐지만 한국에서 발생한 괴질의 원인은 파악이 안됐다. '강남 역병'으로도 불린 한국의 괴질은 여름이 지나자 자취를 감췄고 원인은 결국 미궁속으로 빠져들게 됐다.

20일 국제연합(UN) 산하 국제기구인 범미보건기구(PAHO)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북서부 투쿠만 주 산미겔 데 투쿠만에서 집단 발병한 괴질의 정체는 레지오넬라균이었던 것으로 이달 초 확인됐다.

당초 이 괴질의 원인은 오리무중이었다. 8월 중순 10여명이 폐렴 증상을 보였고 이들 중 4명이 사망했지만 모두 코로나19, 독감, 유행성출혈열을 일으키는 한타바이러스 검사에서 음성을 보여 정확한 원인을 찾지 못했다.

이보다 한달 앞선 한국에서도 괴질이 돌기 시작했다. 강남 소재의 클럽을 다녀온 뒤 피가래, 근육통 증상을 보이는 등 몸 상태가 나빠졌다며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에는 이른바 '강남 역병'에 걸렸다는 글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이 괴질에 걸린 사람들 역시 코로나19에 감염된 게 아닌데도 몸 상태가 나빠졌다는 경험담이 나왔다.

뚝 떨어진 북반구와 남반구에서 발생한 괴질이지만 비슷한 점은 있었다. 괴질을 앓은 사람들이 증언한 증상이 비슷했다. 아르헨티나 괴질에서는 고열과 기침, 인후통, 복통 등 증상이 보고됐고 한국의 괴질을 앓은 사람 중에서도 고열, 기침, 인후통, 가래 등 증상을 경험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특히 "피가래를 토했다"는 말까지 나왔다.

의료계에서는 이 같은 증상으로 미루어 둘 모두 원인은 레지오넬라균일 것이라는 추정이 나왔다. 레지오넬라균에 폐가 감염되는 레지오넬라증을 앓게 되면 이런 증상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에어컨 냉각탑, 자주 쓰지 않는 샤워기나 수도꼭지, 가습기, 온탕 등에서 자란 레지오넬라균이 에어로졸 형태로 공기 중을 떠다니다가 호흡기로 들어가면 감염을 일으키게 된다. 연중 언제든 산발적으로 발생한다. 다행히 일반적으로 사람간 전파는 일어나지 않는다. 국내에서는 3급 법정 감염병으로 분류된다.


이에 한국에서는 방역당국이 지자체와 함께 역학조사에 나섰고 아르헨티나에서는 보건당국과 세계보건기구(WHO)가 함께 조사에 착수했다.

아르헨티나에서는 오래 지나지 않아 이 괴질의 정체가 확인됐다. 예상대로 레지오넬라균이었다. 아르헨티나 보건부 산하 미생물 연구기관이 샘플을 받아 분석한 결과 레지오넬라균이 원이이었던 것이 밝혀졌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지금까지 원인이 규명되지 않았다.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지난 달 각 지방자치단체 등에 확인한 내용에 따르면 강남구와 서초구가 '강남 역병'과 관련해 언급된 클럽 7곳의 검체 수십 건을 수거해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에 레지오넬라균 검사를 의뢰한 결과 해당 균은 한 건도 검출되지 않았다.

'강남 역병'이 원인 규명이 미궁속으로 빠진 가운데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자 이 괴질은 자취를 감췄다. 온라인상에서는 수많은 추측이 나왔다. 일부 클럽에서 환기가 어려운 지하 공간에 뿌린 살균 소독제가 원인일 것이라는 한 네티즌의 글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신현영 의원은 특정 균의 존재여부만을 확인한 것은 과학적이지 못한 조사였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실내공기질 관리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식품접객업 중 유흥주점영업을 현행법 상 실내공기질 관리 적용대상에 추가하는 내용이다. 현재 클럽 등은 실내공기질 관리 적용대상에 포함돼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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