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농심이 지난 15일부터 라면과 스낵 출고가격을 각각 평균 11.3%, 5.7% 상향했고 오뚜기와 팔도도 다음달 라면 가격을 각각 11%, 9.8% 인상한다. CJ제일제당은 지난 15일 '비비고' 김치(11.3%)와 국·탕·찌개류(6%), '백설' 파스타 소스(14%) 등의 값을 높였다. 다음달에도 대상이 '종가집' 김치(9.8%), '청정원 순창' 장류(12.8%), 동원F&B는 '양반' 국·탕·찌개류(6%) 가격을 각각 올릴 예정이다. 오리온도 9년 만에 '초코파이' 등 16개 제품 가격을 평균 15.8% 조정했다.
이 같은 가격 인상 러시에 정부가 엄포를 놨다. 전날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민생물가 점검회의에서 "농림축산식품부를 중심으로 식품물가 점검반을 운영해 동향을 일일 모니터링하고 업계와 가격 안정을 위한 협의를 적극 진행하겠다"며 "가공식품업계에서도 생산성 향상 등을 통해 인상 요인을 최소화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한 것이다. 그러면서 "부당한 가격 인상이 나타나지 않도록 현안 분야별로 담합 등 불공정행위 여부를 소관 부처와 공정거래위원회가 합동 점검하겠다"고 했다.
식품업계는 당혹스런 표정이다. 그렇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항변한다. 한 식품업체 관계자는 "업계 내 담합 같은 건 없고 원재료와 인건비, 물류비, 임대료, 전기료 등이 모두 올라서 가격을 안 올리면 적자가 될 만한 제품의 가격을 올리는 것"이라며 "가격 인상 속도가 원부재료 상승 속도를 못 따라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원유가 조정에 따른 제품 가격 인상이 예고돼 있는 우유업계 관계자는 "정부에서 가격 인상을 자제하라 했지만 원가가 오르는데 제품 값을 안 올릴 수는 없다"며 "업계 상황을 반영한 것이지 담합으로 가격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최대한 가격 인상을 늦추며 고통을 분담한 기업들이 가격 인상 시기를 놓쳐 오히려 역차별을 당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업계는 원가를 줄일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놔야 하지만 정부도 쓸 카드가 없는 상황에서 기업을 압박해도 효과는 높지 않다고 지적한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5월 정부가 물가 대책의 일환으로 밀가루 등 7종에 연말까지 0% 할당관세를 적용하기로 했지만 이미 무관세인 경우가 많아 가격 안정화에 큰 도움이 되진 않았다"며 "보여주기식 대책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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