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대회 상 받은 그 막걸리…'후레자식' 욕도 견딘 54세男 있었다

머니투데이 김건우 기자 | 2022.09.29 09:02

진양우 성수주조장 대표 "막걸리는 감성이 살아있는 매력 있는 시장"

성수주조장의 진양우 대표/사진제공=성수주조장
"우리나라에 허가 받은 막걸리 주조장이 1100여개가 되지만 사람들이 알고 있는 막걸리는 몇 개 되지 않습니다. 상품성만 따지면 1만원이 넘지만 정작 1300원에 유통되는 게 현실입니다. 우선 막걸리의 매력을 알려야겠다는 생각에 몽드 셀렉션에 출품을 결심했습니다."

전라북도 진안의 성수주조장의 진양우(54) 대표는 지난 7월 몽드 셀렉션에서 막걸리 '100년의 기다림'으로 품질 부문 금상을 수상한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몽드셀렉션은 1961년 벨기에에 설립된 국제품질평기가관으로 매년 주류, 식품, 화장품 등 6개 카테고리의 제품들을 평가해 우수제품들을 발표한다. 영국과 미국에서 열리는 국제주류품평회(IWSC, SWSC)와 함께 세계 3대 주류품평회 중 하나다.

성수주조장은 얼음물처럼 차가운 물이 솟아나는 냉천(冷泉)으로 유명한 전라북도 진안에 있다. 1925년 설립된 뒤 3대를 이어오던 가업을 진 대표가 올해 2월 인수했다. '100년의 기다림'은 몽드 셀렉션 외에도 벨기에 국제식음료품평원에서 개최한 국제우수미각상(Superior Taste Award)에서 '1스타'(1 star)를 받기도 했다.


진 대표는 전북대 전자재료공학과를 졸업한 뒤 후지쯔, 휴렛팩커드에서 컴퓨터 엔지니어로 근무하다 2010년 스테이크 프랜차이즈를 창업했다. 2019년 매장이 190여개까지 늘어난 프랜차이즈를 매각한 뒤 재창업을 고민하다 막걸리를 떠올렸다.

진 대표는 "식음료 사업을 하면서 맥주나 소주 등은 주류 도매상이 갑이지만 막걸리는 주류도매상이 아닌 주조장이 갑이라는 것을 느꼈다"며 "좋은 막걸리를 만든다면 유통시장에 휘둘리지 않고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막걸리는 사람이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 맛이 크게 달라지는 술"이라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제조업은 기술혁신과 원가절감 밖에 답이 없지만 막걸리는 사람의 손길이 꼭 필요한, 사람의 감성이 살아있는 시장이라는 매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진 대표는 막걸리 창업을 결심하고 2021년 30~4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100여곳의 주조장을 다녔다. 맛이 좋다고 하면 무턱대고 찾아가 주조장을 팔 의향이 있는지 물었다고 한다.

진 대표는 "문전박대를 당하기도 했고, 후레자식이라는 말도 들었다"며 "100여곳을 다녀보니 주조장은 훌륭한 데 정작 70~80대 노인들이 운영해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한 곳이 많았다"고 말했다.


진 대표는 성수주조장 인수를 할 수 있던 비결에 대해 "운이 좋았다"고 했다. 그는 "성수주조장을 여러 번 찾아가 직접 귀농해 막걸리를 빚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며 "그렇게 주인에게 조금씩 신뢰를 얻으니 마음을 열어주셨다"고 말했다.


성수주조장의 막걸리는 전라북도 대표 품종인 '신동진쌀'로 약 15일의 발효과정을 거쳐 완성된다. 누룩과 쌀, 물을 넣어 5일간 주모(밑술)을 만들고, 이 주모에 다시 물, 쌀을 넣어 5일간 덧술을 한다. 특히 인공적인 단맛을 내는 아스파탐을 넣지 않고 발효 과정만으로 고유의 맛을 낸다.

하지만 문제는 발효 과정 동안 2시간마다 한 번씩 발효탱크를 직접 손으로 저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진 대표는 컴퓨터 엔지니어의 경험을 살려 발효탱크를 자동으로 젓는 기계를 설계했다. 현재 성수주조장은 30% 수준의 자동화가 진행 중이다.

진 대표는 "막걸리의 풍부한 맛과 탄산감은 공기 접촉을 어떻게 차단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균일한 고품질의 막걸리를 만들기 위해서 발효과정을 정밀 제어할 수 있는 기계화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성수주조장이 출시한 막걸리 '존버1925'/사진제공=성수주조장

진 대표는 성수주조장 인수 후 첫 제품인 '존버1925' 막걸리를 최근 출시했다. '존버'는 끈질기게 버틴다는 신조어로 치열한 경쟁의 삶을 살고 있는 청년들에게 힘이 될 수 있는 막걸리라는 의미를 담았다.

진 대표는 "한류가 전세계에서 인기를 끌면서 막걸리의 글로벌화도 가능한 시대가 됐다"며 "연 5000억원 규모의 막걸리 시장을 1조원으로 키우는 선봉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청년들이 즐기는 막걸리 외에 시니어를 겨냥한 건강식품 수준의 막걸리를 만들고, 3년 이내에 제로칼로리 막걸리를 선보이는 등 막걸리 대중화에 앞장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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