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수술 해외서 할 판"…4년 간 1500억 쏟아도 "흉부외과 안 가요"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 2022.09.19 18:32
서동만 이대서울병원 흉부외과 교수 수술 장면(사진=이화여자대학교의료원/뉴스1)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사망 사건을 계기로 필수의료 확충 필요성이 재차 강조되지만 필수 진료과 인력 미달 현상은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흉부외과는 4년간 전문의 확충을 위해 1500억원 가량의 정부 지원금이 투입됐지만 지속적으로 전공의 지원 미달 사태가 빚어졌다. 보다 근본적인 해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 가운데 정부와 의료계는 필수의료 살리기를 위한 협의체를 구성하고 머리를 맞댄다.

보건복지부는 19일 서울 중구 소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와 함께 '필수의료 살리기 위한 의료계와의 협의체(이하 협의체)' 회의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 보건복지부에서는 이기일 제2차관, 임인택 보건의료정책실장, 이형훈 보건의료정책관, 정윤순 건강보험정책국장, 차전경 보건의료정책과장이 참석했다. 의료계에서는 이필수 대한의사협회 회장, 윤동섭 대한병원협회 회장, 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 회장, 이광래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 회장, 송재찬 대한병원협회 부회장이 참석했다.

이번 협의체는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사망 사건 등을 통해 확인된 필수의료 지원.강화 필요성에 대한 정부와 의료계의 공감대를 기반으로 구성됐다.

이날 회의에서는 그동안 보건복지부가 실시한 △필수과목 학회 등 14개 의료계 단체 간담회△심뇌혈관센터 관계자 간담회△26개 전문과목별 학회 및 4개 의료단체 대상 의견수렴 결과를 공유했다. 이를 바탕으로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등 회의 참석자들과 필수의료 지원방안을 논의했다.

협의체를 구성하고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아직 논의는 시작단계인 셈이다. 보건의료계에서는 필수의료를 근원적으로 살리기 위해서는 국가 의료체계를 원점에서 부터 다시 짜야할 정도의 복잡하고 긴 협의과정을 거쳐야 할 것으로 보고있다.


사실 그동안 필수진료과 전공의 확보를 위한 정부 차원에서 추진한 지원책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이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이 보건복지부에서 받은 진료과별 전공의 지원 현황에 따르면 지원 미달인 과는 2017년 8개에서 지난해 10개로 오히려 2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미달 진료과는 △핵의학과 △소아청소년과 △병리과 △흉부외과 △방사선종양학과 △가정의학과 △비뇨의학과 △산부인과 △외과 △진단검사의학과 등이었다.

특히 보건복지부는 흉부외과의 경우 전문의를 확충하기 위해 건강보험 수가를 100% 인상했고 가산금액 대비 30% 이상을 지원하는 등 필수 진료과 인력 확보 정책을 펼쳐왔다. 가산금액으로 지원된 금액은 2017년 279억원, 2018년 348억원, 2019년 386억원, 2020년 479억원이었다. 4년간 1500억원에 육박한다. 이외에도 수련보조수당, 전공의 해외 단기연수 등을 지원했다.

하지만 흉부외과는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지원율이 50~60% 대를 맴돌며 계속 미달이 발생했다. 의료계에서는 이러다 해외에 나가 심장 수술을 받아야 할 상황이 올 수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또 다른 필수과인 산부인과는 2018년부터 미달로 돌아섰다. 소아청소년과는 2020년 지원율 78.5%를 기록했는데 지난해에는 지원율이 절반 이상 급감한 37.3%로 전체 과목 중 최하위권이었다.

반면 인기과 쏠림현상은 더 심화됐다. 지난해 전공의 지원 1위 학과는 재활의학과로 지원율이 202%에 달했고 2위 정형외과(186.9%), 3위 피부과(1844.1%), 4위 성형외과(180.6%) 순이었다. 이 의원은 "의료인이 해당과에 가고 싶도록 인적·물적 투자를 하고 실제 수요에 맞게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 현재 보중증.응급 등 필수의료 중심으로의 보상체계 개편과 필수의료 연계.협력체계 구축, 필수의료 인력양성.확충.지원 등의 내용이 포함된'필수의료 종합대책'을 마련 중"이라며 "앞으로 개최될 실무협의체 등에서 논의된 내용을 적극 반영해 실효성 있고 효과적인 필수의료 지원대책을 수립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베스트 클릭

  1. 1 "양양 간 애인 걸러라" 소문에…서핑숍 줄줄이 폐업 위기, 무슨 일?
  2. 2 "남편이 16살 어린 알바생과 불륜"…분노글 쓴 아내 고소 위기
  3. 3 홍상수 품에 쏙…김민희 시상식 패션, 6년 전 드레스였다
  4. 4 "안전하고 살기 좋다"…강남보다 낫다는 '이 동네' 어딘가 보니
  5. 5 "남편이 성병 보균자?" 이혼까지 생각했는데 산부인과 오진이었다